미투 (사진=연합뉴스)
올해 1월29일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고백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발화점이 됐다. 용기 있는 고백 후에 문화, 예술, 사회 등 다양한 계층에서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격동의 시대를 맞은 2018년 페미니즘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뷰어스=남우정 기자]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하나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큰 파동을 불러일으켰다.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에 대한 문제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꾸준히 반향을 일으켰던 주제였다. 다만 ‘미투 운동’처럼 기촉제가 아니었을 뿐이다. 2017년 일어난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폭로를 시작으로 번진 미투 운동이었으나 국내에서 크게 와 닿진 않았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기득권을 갖고 있는 현직 검사의 고백은 충격적이었다.
그 후 문화계, 스포츠, 정계, 사회 곳곳에서 미투가 터져 나왔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시인 고은과 연극계 제왕처럼 군림했던 연출가 이윤택, 오태석의 민낯이 밝혀졌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김기덕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재현, 오달수, 조민기 등의 미투가 이어졌다. 이들은 자신이 군림했던 위치에서 내려왔다. 고은, 이윤택, 오태석은 교과서에서도 퇴출당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정봉주 전 의원 등은 미투 폭로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용기 있는 목소리가 이어졌다는 게 미투 운동이 불러온 가장 긍정적인 효과 중 하나다.
서 검사의 폭로로 검찰 성추행 진상조사단이 꾸려져 조사를 진행했고 문화계예술계 미투가 지속되자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성희롱, 성추행 조사 및 제도개선을 위한 특별팀’이 구성되기도 했다. 법무부와 국회는 자체적으로 성폭력 및 성희롱 실태조사에 나섰다. 문화예술계 성추문이 이어진 가운데 지난 3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출범해 여성 영화인 편에 선다.
여성혐오 문제가 사회적으로 만연하자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최근 초등학생에게 페미니즘 교육을 해 아동을 학대했다는 고발을 당한 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페미니즘 교육 강화와 페미니즘교육을 펼치는 교사들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엔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이 올라왔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성평등 교육을 포함한 체계적인 통합 인권교육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6월13일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진보진영 교육감 예비후보들은 성평등교육을 국제적 수준에 맞춰 강화하겠다는 공동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지난달 2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투 운동 지지 여부에 대해 일반 국민 79.8%가 ‘지지한다’고 답했고 이중 여성 83.8%, 남성 75.8%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국민 71.3%는 성희롱, 성폭력, 성차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미투 이후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것은 서점만 가더라도 확인이 가능하다. 지난 3월 교보문고에 따르면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이후 페미니즘 도서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8.9% 증가했다. 2월1일 폭로일을 기점으로 일주일별 판매량 조사 결과 미투 운동이 심화될수록 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었다.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남자는 불편해’ 같은 남성 저자가 쓴 책이나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 ‘나의 첫 젠더 수업’ 등 젠더 교육을 강화된 책도 속속들이 출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교보문고 최지환MD는 “2016년~2017년 페미니즘 관련 도서 출간종수의 증가에 비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도서들은 입문용, 자기 고백적 에세이 의 도서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올 초 폭로를 기점으로 커뮤니티 중심으로 어떻게 미투운동을 동참할 수 있을까 의견이 나오고 동참하는 일환으로 관련 도서를 구매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엔 난이도가 있는 책들의 판매도 늘고 있어 판매되는 페미니즘 도서의 스펙트럼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긍정적인 변화로 수사 매뉴얼이나 가령 성폭력 2차 피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일들이 성별 권력에 의한 일상적인 사건이라는 것, 피해자를 비난하고 의심하는 태도와 입막음 하는 것들이 2차 피해가 된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가 되고 다가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들도 앞으로 나선 피해자를 통해 현실과 2차 피해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고 수사 기관,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라고 본다. 형식적으로 법제도 개선 등 매뉴얼만이 변화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일상적인 변화가 다가오는지에 대해서 여전히 많은 관심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