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는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질 범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당시 몰카 범죄를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도록 수사기관들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났지만, 음원차트 1위를 달리던 남성 가수가 몰카 범죄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뒤늦게 드러나고,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엄마 몰카’ ‘선생님 몰카’ 등이 논란이 되는 등 대한민국은 여전히 몰카의 늪에 빠져있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뷰어스=손예지 기자] 2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파우치에 ‘빠데’를 넣어 다닌다. 화장품 중 하나인 파운데이션을 줄인 말이 아니다. ‘빠데’란 흠집을 메울 때 사용하는 충진재 퍼티(Putty)의 속어다. A씨는 공중화장실 문짝에서 발견되는 구멍마다 이를 채워 넣는다. 화장실 몰카에 대한 공포 탓이다. 이와 같은 용도로 휴지·스티커 등을 챙겨 다니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몰카천국’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몰카가 촬영되는 장소와 가해자의 유형이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8일 경기 양주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청소년 지도사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지난달 경기도 인근 청소년수련원에서 학교 수련회에 참여한 샤워 중인 여중생들을 몰래 촬영한 것이 적발돼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의 한 여자대학 인근 사진관에서 사진사 C씨가 고객들의 옷 속을 촬영한 것이 적발된 일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지난해부터 최소 1년 이상 지속해서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 규모만 700명에 이른다. 직장이나 학교 화장실·탈의실 등에서 몰카가 발견된 사례는 손에 다 꼽을 수도 없다. 특정 건물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 승객의 치마 속을 촬영하려다 걸린 30대 남성 D씨의 휴대전화에는 서울·부산·광주 등의 지하철역·공원·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촬영한 여성 신체 부위 사진이 무려 6000여 장이나 저장돼 있어 파문을 일으켰다. 몰카에 대한 우려로 외출을 거부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문제는 집안에서도 방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는 유튜브 라이브 시스템을 통해 ‘엄마 직캠’이라는 콘텐츠를 내보내는 것이 유행이다. 아이들은 누가 더 자극적인 장면을 촬영하느냐를 두고 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잠들었거나 옷을 갈아입는 엄마, 혹은 엄마의 특정 신체 부위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것. 라이브 영상은 채널에 그대로 저장된다. 해당 글에는 ‘다음에는 누나 것도 보여 달라’는 내용의 댓글도 달린다. 비슷한 방식으로 여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선생님 몰카’도 성행하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경영기획본부 류혜진 대외홍보팀장은 “몰카가 놀이문화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이들이 엄마나 선생님을 성적 대상화한 촬영물을 올렸을 때 비난받았다면 더는 올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더 자극적인 영상을 올릴수록 인기를 얻고 화제를 모으는 등, 촬영물에 호응해주는 세력이 존재하니 쉽게 근절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리는 몰카 사안 전체에도 적용할 수 있다. 류 팀장은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몰카 범죄는 단순히 불법 음란사이트를 차단한다고 해서 없어질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몰카의 예방이나 사후 대처보다 중요한 것은 “불법 촬영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성폭력이라는 인식의 확산”이라며 “단순히 개인이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몰카를 촬영하거나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이트들이 늘면서 몰카가 하나의 산업이 된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MBC 방송화면)   ■ 몰카 범죄 근절을 위한 움직임, 얼마나 따라왔나 지난 9일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 주최로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이하 혜화역 시위)’가 열렸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시위에는 경찰 추산 1만 5000여 명(집회 추산 2만 명)의 여성이 모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지난달 여성 모델이 동료 남성 모델의 나체를 몰래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되고 포토라인까지 선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가 성별에 따라 편파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7년간(2012년~2018년 5월) 불법촬영범죄 피의자 중 남성 비율은 97%로 압도적이다. 여성 피해자 비율은 84%에 달한다. 이중 남성 피의자가 포토라인에 선 전례는 찾기 힘들다.  이에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SNS에서 관련 해시태그 운동이 유행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글이 올라와 열흘 만에 40만여 명의 동의자를 얻었다. 이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사법 적용에 성차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경우, 피의자 특정이 쉬운 환경이라 검거가 빨랐고 증거인멸 시도가 확인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설명했다. 포토라인 논란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크다 보니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불가피하게 노출됐다. 경찰이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운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더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했다. 여성들이 체감하는 불공정이 시정되도록 특별히 노력하겠다”며 책임을 통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혜화역 시위’에 대해 “그동안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와 문화에 억눌려온 여성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공감했다. 이어 “시위 이후 과학기술정통부 장관·행정안전부장관·법무부 장관·경찰청장·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직접 협의했다. 이미 추진 중인 대책은 속도를 내고, 보완사항은 발굴해 추가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더욱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전국 지방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및 경찰서 사이버팀 수사 인력을 동원해 지난 1일부터 ‘불법 촬영물 등 유포행위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오는 8월 24일까지 주요 공급망 및 재유포 사범 단속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고,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와 연계해 피해자 보호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사진=MBC 방송화면)   하지만 경찰만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몰카 범죄에 대한 사법기관의 ‘솜방망이 처벌’지적도 연일 계속되는 상황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성폭력범죄 중 몰카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4.9%였다. 2007년 3.9%에 불과했던 데 비해 크게 늘었다. 몰카 범죄 발생 건수 역시 2012년 2400건에서 2017년 6470건으로, 5년 만에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한 경찰의 검거율은 95%에 달한다. 반면 기소율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2010년 72.6%였던 기소율이 2016년 31.5%까지 떨어졌다. 기소된다 해도 피의자에 대한 처벌이 납득할 만한 수위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1년 1월부터 2016년 6월 사이 서울 지역 법원에서 선고된 몰카 사건 판결 1540건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이 71.9%로 가장 높았는데 이중 상당수가 3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14.6%) 선고유예(7.4%)가 뒤따랐으며, 징역형은 5.3%에 불과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몰카 범죄를 비롯한 성폭력범죄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피해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관련 현행법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잇따른 데 대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는 경찰 등 수사기관 요청 시 방송통신심의위에서 불법 촬영물을 즉시 삭제·차단할 수 있도록 명령하는 내용이 담겼다. 관계부처·시민단체·학계 및 전문가·관련 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디지털 성범죄 민관협의체’는 지난해 12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몰카판매규제법(위장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경찰청의 공동연구 용역 결과를 종합하여 ‘변형카메라 수입·판매업 등록제’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12일 웹하드 사업자를 대상으로 정책 설명회를 열고 업계의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박성혜 삭제지원팀장은 “우리 센터를 비롯해 정부와 수사·사법기관 등 각종 부처가 협의하여 몰카 범죄를 근절하고 피해자를 돕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불법 촬영물로 인한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는 만큼,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심 가지며 함께 나서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힘줘 말했다.

[몰카의 지옥] ①상상 초월하는 몰카 유형, 벗어날 수 있을까?

손예지 기자 승인 2018.06.18 17:05 | 최종 수정 2138.10.14 00:00 의견 0

“몰카는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질 범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당시 몰카 범죄를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도록 수사기관들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났지만, 음원차트 1위를 달리던 남성 가수가 몰카 범죄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뒤늦게 드러나고,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엄마 몰카’ ‘선생님 몰카’ 등이 논란이 되는 등 대한민국은 여전히 몰카의 늪에 빠져있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뷰어스=손예지 기자] 2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파우치에 ‘빠데’를 넣어 다닌다. 화장품 중 하나인 파운데이션을 줄인 말이 아니다. ‘빠데’란 흠집을 메울 때 사용하는 충진재 퍼티(Putty)의 속어다. A씨는 공중화장실 문짝에서 발견되는 구멍마다 이를 채워 넣는다. 화장실 몰카에 대한 공포 탓이다. 이와 같은 용도로 휴지·스티커 등을 챙겨 다니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몰카천국’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몰카가 촬영되는 장소와 가해자의 유형이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8일 경기 양주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청소년 지도사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지난달 경기도 인근 청소년수련원에서 학교 수련회에 참여한 샤워 중인 여중생들을 몰래 촬영한 것이 적발돼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의 한 여자대학 인근 사진관에서 사진사 C씨가 고객들의 옷 속을 촬영한 것이 적발된 일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지난해부터 최소 1년 이상 지속해서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 규모만 700명에 이른다. 직장이나 학교 화장실·탈의실 등에서 몰카가 발견된 사례는 손에 다 꼽을 수도 없다. 특정 건물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 승객의 치마 속을 촬영하려다 걸린 30대 남성 D씨의 휴대전화에는 서울·부산·광주 등의 지하철역·공원·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촬영한 여성 신체 부위 사진이 무려 6000여 장이나 저장돼 있어 파문을 일으켰다.

몰카에 대한 우려로 외출을 거부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문제는 집안에서도 방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는 유튜브 라이브 시스템을 통해 ‘엄마 직캠’이라는 콘텐츠를 내보내는 것이 유행이다. 아이들은 누가 더 자극적인 장면을 촬영하느냐를 두고 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잠들었거나 옷을 갈아입는 엄마, 혹은 엄마의 특정 신체 부위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것. 라이브 영상은 채널에 그대로 저장된다. 해당 글에는 ‘다음에는 누나 것도 보여 달라’는 내용의 댓글도 달린다. 비슷한 방식으로 여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선생님 몰카’도 성행하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경영기획본부 류혜진 대외홍보팀장은 “몰카가 놀이문화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이들이 엄마나 선생님을 성적 대상화한 촬영물을 올렸을 때 비난받았다면 더는 올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더 자극적인 영상을 올릴수록 인기를 얻고 화제를 모으는 등, 촬영물에 호응해주는 세력이 존재하니 쉽게 근절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리는 몰카 사안 전체에도 적용할 수 있다. 류 팀장은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몰카 범죄는 단순히 불법 음란사이트를 차단한다고 해서 없어질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몰카의 예방이나 사후 대처보다 중요한 것은 “불법 촬영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성폭력이라는 인식의 확산”이라며 “단순히 개인이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몰카를 촬영하거나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이트들이 늘면서 몰카가 하나의 산업이 된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MBC 방송화면)
(사진=MBC 방송화면)

 

■ 몰카 범죄 근절을 위한 움직임, 얼마나 따라왔나

지난 9일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 주최로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이하 혜화역 시위)’가 열렸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시위에는 경찰 추산 1만 5000여 명(집회 추산 2만 명)의 여성이 모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지난달 여성 모델이 동료 남성 모델의 나체를 몰래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되고 포토라인까지 선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가 성별에 따라 편파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7년간(2012년~2018년 5월) 불법촬영범죄 피의자 중 남성 비율은 97%로 압도적이다. 여성 피해자 비율은 84%에 달한다. 이중 남성 피의자가 포토라인에 선 전례는 찾기 힘들다. 

이에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SNS에서 관련 해시태그 운동이 유행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글이 올라와 열흘 만에 40만여 명의 동의자를 얻었다. 이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사법 적용에 성차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경우, 피의자 특정이 쉬운 환경이라 검거가 빨랐고 증거인멸 시도가 확인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설명했다. 포토라인 논란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크다 보니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불가피하게 노출됐다. 경찰이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운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더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했다. 여성들이 체감하는 불공정이 시정되도록 특별히 노력하겠다”며 책임을 통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혜화역 시위’에 대해 “그동안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와 문화에 억눌려온 여성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공감했다. 이어 “시위 이후 과학기술정통부 장관·행정안전부장관·법무부 장관·경찰청장·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직접 협의했다. 이미 추진 중인 대책은 속도를 내고, 보완사항은 발굴해 추가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더욱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전국 지방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및 경찰서 사이버팀 수사 인력을 동원해 지난 1일부터 ‘불법 촬영물 등 유포행위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오는 8월 24일까지 주요 공급망 및 재유포 사범 단속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고,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와 연계해 피해자 보호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사진=MBC 방송화면)
(사진=MBC 방송화면)

 

하지만 경찰만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몰카 범죄에 대한 사법기관의 ‘솜방망이 처벌’지적도 연일 계속되는 상황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성폭력범죄 중 몰카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4.9%였다. 2007년 3.9%에 불과했던 데 비해 크게 늘었다. 몰카 범죄 발생 건수 역시 2012년 2400건에서 2017년 6470건으로, 5년 만에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한 경찰의 검거율은 95%에 달한다. 반면 기소율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2010년 72.6%였던 기소율이 2016년 31.5%까지 떨어졌다. 기소된다 해도 피의자에 대한 처벌이 납득할 만한 수위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1년 1월부터 2016년 6월 사이 서울 지역 법원에서 선고된 몰카 사건 판결 1540건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이 71.9%로 가장 높았는데 이중 상당수가 3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14.6%) 선고유예(7.4%)가 뒤따랐으며, 징역형은 5.3%에 불과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몰카 범죄를 비롯한 성폭력범죄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피해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관련 현행법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잇따른 데 대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는 경찰 등 수사기관 요청 시 방송통신심의위에서 불법 촬영물을 즉시 삭제·차단할 수 있도록 명령하는 내용이 담겼다. 관계부처·시민단체·학계 및 전문가·관련 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디지털 성범죄 민관협의체’는 지난해 12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몰카판매규제법(위장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경찰청의 공동연구 용역 결과를 종합하여 ‘변형카메라 수입·판매업 등록제’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12일 웹하드 사업자를 대상으로 정책 설명회를 열고 업계의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박성혜 삭제지원팀장은 “우리 센터를 비롯해 정부와 수사·사법기관 등 각종 부처가 협의하여 몰카 범죄를 근절하고 피해자를 돕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불법 촬영물로 인한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는 만큼,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심 가지며 함께 나서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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