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사진=BH엔터테인먼트) [뷰어스=남우정 기자] “매 순간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김고은은 궁금했다. 이준익 감독의 현장이. 이준익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던 선배, 동료들은 한결 같이 입을 모아서 ‘행복했다’고 말했고 김고은은 매 순간 행복해 보였던 이들이 신기해보였다. 그리고 ‘변산’을 통해 김고은도 경험했다. 그 신기한 순간을. “작품을 할 때마다 행복하긴 하지만 근데 일이기 때문에 매 순간 행복할 순 없었거든요. 근데 이준익 감독과 작업했던 분들은 항상 행복한 것처럼 이야기를 해요. 그게 신기했어요. 근데 내가 경험을 하고 나니까 매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이준익 감독은 모든 상황에서 웃으세요. 예민한 상황이 오더라도 현장에서 가장 어른이 웃음으로 승화를 시켜버리니까 모든 게 완화돼요” 60대 감독과 20대 배우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을까 싶지만 김고은이 경험한 이준익 감독은 ‘멋진 어른’이었다. 세대차이나 조금의 권위의식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젊은 배우들과 어울리며 ‘놀아줘서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감독이 얼마나 되겠는가. 김고은의 ‘존경한다’는 말이 진심으로 와 닿았다.  “현장에서 누군가 잘못해 실수가 있었던 적이 있는데 이준익 감독은 누구의 실수인지 묻지도 않고 웃어버리더라고요. 그러더니 ‘내 잘못이야’라고 하셨어요. 그런 대처가 존경스러워요. 나중에 ‘감독님은 화 안나요?’라고 물어보니까 작은 실수를 들춰냈다가 더 큰 실수를 만든다며, 나와 함께 일을 할 때부터 그 사람의 장점은 물론 단점도 사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현장 분위기 덕분일까. 영화 ‘변산’에서 김고은은 한껏 편안해 보이고 내려놓음이 눈에 보인다. 고향을 떠나 아버지와 연을 끊고 사는 첫사랑 학수(박정민)을 고향으로 소환하는 선미 역을 맡은 김고은은 편안한 이미지를 위해 살을 8kg 찌우고 자연스러운 전라도 사투리까지 구사한다. 김고은이 이렇게까지 웃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영화의 많은 킬링 포인트를 차지하고 있다.  “‘도깨비’나 ‘치즈 인더 트랩’ 같은 작품에서 웃긴 장면들은 있었어요. 이번엔 작품의 전반적인 느낌이 유쾌함이 묻어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선미는 단단한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삭히는 류의 사람도 있잖아요. 선미는 후자인데 그렇지만 학수에게 직언을 하는 건 그녀가 할 수 있는 노력이라고 생각 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김고은은 학교 선배인 박정민과 ‘변산’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김고은이 ‘변산’을 선택하는데 박정민의 영향도 있었다. 선배이기 이전에 좋아하는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 김고은에겐 즐거운 일이었다.  “좋아하는 배우와 작품에 함께 나올 수 있는 확률이 거의 없어요. 학교 선배지만 좋아하고 존중하는 배우였기 때문에 제안이 왔을 때 기뻤죠.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이준익 감독 영화에서 큰 역할을 맡았다는 자체도 기쁘고요. 함께 해보니 고민이 많고 책임감이 강해요. 학교 다닐 때도 열심히 하는 건 알았어요. 영상원으로 입학해 연극원으로 전과하는 자체도 대단한데 연극원에서 연출도 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에요. 직접 현장에서 맞닿았을 때 정말 내 자신이 부끄럽다고 느낄 정도로 배웠어요” 극중 선미의 나이는 30대, 20대인 김고은과 나이 차이가 나긴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정서엔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공유할 수 있다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나이는 다르지만 선미에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특히 많은 대사가 있었지만 연기를 하면서 가장 쾅 하고 왔던 게 ‘값나게 살지 못해도 후지게 살지 마어’라는 말이었어요. 내가 살아가면서도 잊지 말고 기억했으면 좋겠는 말이이에요. 값 나가게 산다는 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언가를 추구하고 맹목성을 띄다 보면 변질될 수도 있잖아요. 후져지지 않는 게 그게 가장 잘 사는게 아닐까요. 현재로서는 나만을 생각하고 주변을 살피지 않는 것, 그게 후진 것 같아요. 나를 중심으로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내가 경계하는 태도이기도 해요” 2012년 ‘은교’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김고은은 어느새 ‘제2의 김고은’으로 불리는 후배들까지 생겼다. 이런 표현에 김고은은 “아직 자라는 새싹이에요. 더 자라고 올게요”라며 부끄러워했지만 그동안 쌓인 작품수가 상당하다. 그 중 ‘변산’은 김고은의 내려놓음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스로를 자유롭게 만들었던 작품이기 때문에 그는 흥행에 대한 목마름도 채워지길 바랐다.  “내 작품 중에서 가장 흥행하길 기도해요.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서 200만 넘는 영화가 없었어요. 전작들은 흥행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어요. 근데 몇 작품 하다 보니까 흥행 안 되면 속상하기 보단 허해요. 열심히 찍었는데 극장에 일주일도 안 걸려요.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일한 현장인데 아무도 안 봐줬을 때 느껴지는 허무함이 있어요. 대중문화 예술이고 관객들이 봐줘야지 영화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변산’도 최대한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남우정의 마주보기] ‘변산’, 김고은에겐 신기했던 매 순간

남우정 기자 승인 2018.07.06 09:50 | 최종 수정 2137.01.08 00:00 의견 0
김고은(사진=BH엔터테인먼트)
김고은(사진=BH엔터테인먼트)

[뷰어스=남우정 기자] “매 순간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김고은은 궁금했다. 이준익 감독의 현장이. 이준익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던 선배, 동료들은 한결 같이 입을 모아서 ‘행복했다’고 말했고 김고은은 매 순간 행복해 보였던 이들이 신기해보였다. 그리고 ‘변산’을 통해 김고은도 경험했다. 그 신기한 순간을.

“작품을 할 때마다 행복하긴 하지만 근데 일이기 때문에 매 순간 행복할 순 없었거든요. 근데 이준익 감독과 작업했던 분들은 항상 행복한 것처럼 이야기를 해요. 그게 신기했어요. 근데 내가 경험을 하고 나니까 매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이준익 감독은 모든 상황에서 웃으세요. 예민한 상황이 오더라도 현장에서 가장 어른이 웃음으로 승화를 시켜버리니까 모든 게 완화돼요”

60대 감독과 20대 배우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을까 싶지만 김고은이 경험한 이준익 감독은 ‘멋진 어른’이었다. 세대차이나 조금의 권위의식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젊은 배우들과 어울리며 ‘놀아줘서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감독이 얼마나 되겠는가. 김고은의 ‘존경한다’는 말이 진심으로 와 닿았다. 

“현장에서 누군가 잘못해 실수가 있었던 적이 있는데 이준익 감독은 누구의 실수인지 묻지도 않고 웃어버리더라고요. 그러더니 ‘내 잘못이야’라고 하셨어요. 그런 대처가 존경스러워요. 나중에 ‘감독님은 화 안나요?’라고 물어보니까 작은 실수를 들춰냈다가 더 큰 실수를 만든다며, 나와 함께 일을 할 때부터 그 사람의 장점은 물론 단점도 사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현장 분위기 덕분일까. 영화 ‘변산’에서 김고은은 한껏 편안해 보이고 내려놓음이 눈에 보인다. 고향을 떠나 아버지와 연을 끊고 사는 첫사랑 학수(박정민)을 고향으로 소환하는 선미 역을 맡은 김고은은 편안한 이미지를 위해 살을 8kg 찌우고 자연스러운 전라도 사투리까지 구사한다. 김고은이 이렇게까지 웃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영화의 많은 킬링 포인트를 차지하고 있다. 

“‘도깨비’나 ‘치즈 인더 트랩’ 같은 작품에서 웃긴 장면들은 있었어요. 이번엔 작품의 전반적인 느낌이 유쾌함이 묻어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선미는 단단한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삭히는 류의 사람도 있잖아요. 선미는 후자인데 그렇지만 학수에게 직언을 하는 건 그녀가 할 수 있는 노력이라고 생각 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김고은은 학교 선배인 박정민과 ‘변산’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김고은이 ‘변산’을 선택하는데 박정민의 영향도 있었다. 선배이기 이전에 좋아하는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 김고은에겐 즐거운 일이었다. 

“좋아하는 배우와 작품에 함께 나올 수 있는 확률이 거의 없어요. 학교 선배지만 좋아하고 존중하는 배우였기 때문에 제안이 왔을 때 기뻤죠.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이준익 감독 영화에서 큰 역할을 맡았다는 자체도 기쁘고요. 함께 해보니 고민이 많고 책임감이 강해요. 학교 다닐 때도 열심히 하는 건 알았어요. 영상원으로 입학해 연극원으로 전과하는 자체도 대단한데 연극원에서 연출도 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에요. 직접 현장에서 맞닿았을 때 정말 내 자신이 부끄럽다고 느낄 정도로 배웠어요”

극중 선미의 나이는 30대, 20대인 김고은과 나이 차이가 나긴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정서엔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공유할 수 있다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나이는 다르지만 선미에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특히 많은 대사가 있었지만 연기를 하면서 가장 쾅 하고 왔던 게 ‘값나게 살지 못해도 후지게 살지 마어’라는 말이었어요. 내가 살아가면서도 잊지 말고 기억했으면 좋겠는 말이이에요. 값 나가게 산다는 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언가를 추구하고 맹목성을 띄다 보면 변질될 수도 있잖아요. 후져지지 않는 게 그게 가장 잘 사는게 아닐까요. 현재로서는 나만을 생각하고 주변을 살피지 않는 것, 그게 후진 것 같아요. 나를 중심으로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내가 경계하는 태도이기도 해요”

2012년 ‘은교’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김고은은 어느새 ‘제2의 김고은’으로 불리는 후배들까지 생겼다. 이런 표현에 김고은은 “아직 자라는 새싹이에요. 더 자라고 올게요”라며 부끄러워했지만 그동안 쌓인 작품수가 상당하다. 그 중 ‘변산’은 김고은의 내려놓음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스로를 자유롭게 만들었던 작품이기 때문에 그는 흥행에 대한 목마름도 채워지길 바랐다. 

“내 작품 중에서 가장 흥행하길 기도해요.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서 200만 넘는 영화가 없었어요. 전작들은 흥행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어요. 근데 몇 작품 하다 보니까 흥행 안 되면 속상하기 보단 허해요. 열심히 찍었는데 극장에 일주일도 안 걸려요.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일한 현장인데 아무도 안 봐줬을 때 느껴지는 허무함이 있어요. 대중문화 예술이고 관객들이 봐줘야지 영화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변산’도 최대한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