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바인채널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살아가며 몸과 마음이 힘든 순간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발산하는지는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들은 글로 표현할 테고, 어떤 사람은 그림으로 그려낼 테다. 혹은 운동으로 풀어낼 수도 있고 음악으로 담아낼 수도 있다. 이처럼 자신의 경험을 무언가에 잘 녹여내 전달하는 것 자체가 예술이라면, 모두가 자신만의 예술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가수 쏠(SOLE)은 자신을 노래로 승화한다. 비단 슬픔뿐만이 아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감정들을 주저 없이 담아낸다. 설령 그것이 사랑이라고 해도, 혹은 단순한 재미라고 해도 쏠은 흔한 주제가 아니라 ‘노래로 담아내고 싶은 감정’으로 다룬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게 먼저가 아니라, 자신을 살피는 것이 선행한다. 그렇게 쏠의 노래는 모두의 노래가 된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 주변에 있었는데, 곡을 쓰기 시작한 건 고3 때부터예요. 온전히 한 곡을 만들지는 못했고 1절만 만드는 식이었죠. 제대로 곡을 쓴 건 회사에 들어와서부터 에요. 처음에는 만든 노래를 친구들에게도 안 들려줬어요. 다른 사람들의 눈이 신경 쓰였거든요. 그런데 데뷔를 하고 두 곡을 낸 지금은 바뀌었어요. 남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내가 들었을 때 좋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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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가장 처음의 독자는 자기 자신이듯, 뮤지션 또한 마찬가지다. 쏠은 자기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음악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래가 좋으면 리스너는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2017년 11월에 나온 쏠의 데뷔 싱글 ‘라이드(Ride)’를 알아봤다. 감각적인 멜로디에 트렌디한 장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동요가 조화를 이룬 결과다. 그리고 무엇보다 쏠의 독보적인 음색은 귀를 기울이기에 충분하다.
“내 목소리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혼자 연습했고, 만나는 사람도 적어서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내 음악을 잘 안 들려주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음악 하는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그 때부터 내 목소리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다들 내 목소리가 좋다고 해주시는데, 사실 그 전까지는 강점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쏠은 자신을 음악으로 표현하되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지양했다. 오히려 주변에서 그의 진가를 알아봐주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또 다른 고민은 시작됐다. 이는 더 나은 내가 되는 길이기도 했다.
“기교가 있다고 해서 좋은 창법이고 노래인 건 아니잖아요. 또 기교가 많아서 좋은 노래가 있고 아닌 게 있고요. 그런 걸 파악하고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난 편안한 노래를 하고 싶어요. 잘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일상에서도 틀어놓고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노래요. 성향 자체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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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내 노래’를 만드는 진심
쏠은 데뷔곡 ‘라이드’에 이어 지난 13일 두 번째 싱글 ‘슬로우(Slow)’를 발표했다. 두 곡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닌다. ‘라이드’가 활기찬 모습을 그린다면 ‘슬로우’는 쓸쓸하고 지친 화자가 보인다.
“‘라이드’는 지난해 이맘때쯤 내 바깥 생활을 담은 곡이라면, ‘슬로우’는 당시 드러나지 않았던 내면의 감정을 담은 곡이에요. 서울 와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재미있게 놀긴 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면 우울하더라고요. 에너지 넘치는 모습도 있었지만 혼자 있을 때는 다른 거죠. 이 감정을 이겨내고자 만든 게 바로 ‘슬로우’에요”
‘슬로우’의 가사에는 “사람들은 말해/서둘러야만 해/매번 같은 말에 많이 지쳤어/난 이제”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말은 달리 말해 빠른 세상 속 자신만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뜻. 쏠이 느낀 괴리감은 단순히 물리적인 안과 밖의 문제는 아니었던 셈이다.
“대학교를 가지 않고 고 2때부터 보컬 아카데미에 다녔어요. 24살까지 있었는데, 그 사이 친구들은 대학도 가고 어디론가 떠났죠. 나만 혼자 오래 있던 거예요. 다른 친구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데, 난 항상 같은 생활패턴에 똑같은 장소였어요.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지금 가수가 됐으니 꿈을 이룬 건 맞아요. 하지만 친구들처럼 대학생활을 통한 경험은 하지 못 했잖아요. 어떻게 보면 부모님께 감사하기도 하네요. 평범한 진로보다 내 생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주셨거든요”
쏠이 서울로 와야겠다고 생각한 건 25살. 똑같은 자리에 서 있지 않기 위해 그는 나아갈 길을 스스로 결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슬로우’는 쏠에게 유독 마음이 쓰이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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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는 내면을 담은 곡이기도 하고, ‘내 것’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지키고 싶었어요. 곡을 쓰면서는 ‘이 곡을 어떻게든 빨리 내야겠다’는 욕심이 점점 강해졌고요. 이 곡을 나중에 낸다면 타이틀곡으로는 내지 못 하겠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데뷔곡이 밝은 곡이었으니 시간이 흐르면 ‘슬로우’ 같은 곡이 ‘쏠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고, 사람들에게 ‘라이드’ 같은 모습만이 나를 표현하는 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기도 했고요. 이렇게 곡을 내고 난 후련해요”
‘슬로우’에 쓰인 단어나 표현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쳐 만들어진 쏠의 진심이다. 그는 “내 생각과 마음에 적확한 단어를 고르려고 노력했다. 느낀 감정을 확실히 표현하고 싶었다. 친구들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내 바이브라고 생각해 바꾸지 않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잠깐 멈춰도 돼’라는 가사가 가장 중심이 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예쁘게 포장을 한 게 아니라 내 생각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구절이거든요. ‘멈추지 말자’는 의지가 강해서 만들어진 곡이어서 오히려 더 저런 말이 나온 듯해요. ‘멈춰도 된다’는 건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한 거죠.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도 이 노래는 ‘내 노래’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쏠이 생각하는 ‘멋’은 바로 이런 마음들이다. 동요처럼 쉬운 노래든 난해해서 알 수 없는 어려운 노래든, 그것이 진짜 자기 안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이라고 설명을 덧붙이면서도 “좋은 고집을 부리면 좋겠다”고 확고한 생각을 밝혔다.
“지난해에는 서울에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적응하는 시기였어요. 자취생활, 소속사, 친구, 생각 등 모든 것이 새로웠죠. 올해는 그때보다 익숙해진 것들이 있으니 좀 더 차분해졌어요. 오롯이 나한테 집중할 수 있는 한 해가 돼서 앨범도 내고 발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