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뷰어스=남우정 기자] 얼굴에 수염이 한 가득이다. 웃음도 호탕하다. 외모는 전형적인 마초인데 섬세하다. 수많은 인터뷰이를 만났지만 취재진의 방석까지 챙겨주는 배우는 처음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온도는 어떤지, 공기가 건조하진 않은지 묻기까지 한다. ‘극한직업’을 함께 찍은 배우들이 왜 쉬는 시간마다 그를 찾는지 이해가 됐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극한직업’에서 류승룡은 만년 반장인 마약반을 책임지고 있는 고반장을 맡아 오랜만에 코미디 연기로 돌아왔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류승룡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극한직업’이 반가울 만하다.  “옷도 보기 좋은 옷과 내가 입었을 때 좋은 옷이 있잖아요. 이 영화는 내가 입기에도 편하고 보는 분들에게도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시상식 갈 때 입는 옷이 보기엔 좋은데 입기엔 불편하거든요. 팬들은 경기하지만 난 도인바지 같은 걸 좋아해요(웃음) 그런 면에서 ‘극한직업’은 그 접점을 잘 잡은 작품이죠. 때가 돼 운명처럼 만난 것 같아요”  고반장은 후배들에게도 치여서 진급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도 가장이지만 어깨를 피지 못하는 인물이다. 나이대도 실제 류승룡과 비슷하게 설정됐다. 류승룡은 고반장과 꽤 많은 부분이 닮았다고 말했다. 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어느덧  가장으로 아빠, 남편으로 현장에서도 나보다 나이가 있는 분들이 많이 없어요. 그런 위치가 됐죠. 그런데 속으로 장난치고 싶고 감추고 싶은 게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야 하는 몫이 있으니까요” ‘극한직업’ 마약반 5인방의 돈독한 팀워크는 여러차례 포착이 됐다.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은 촬영 쉬는 시간마다 다도를 즐기는 류승룡을 찾아가 수다를 떨었다고 털어놨었다. 류승룡이 촬영장에 가서 하는 일도 차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까지 찾게 돼 ‘룡다원’이라고 불렸다는 일화를 털어놨었다. 짧은 인터뷰 시간 동안에도 그의 섬세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후배들이 쉬는 시간마다 그를 찾았을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안팎으로 팀워크가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듣는 게 가장 좋아요. 처음부터 솔직했던 것 같아요. 다들 자신에게 어떤 고민이 있는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 얻어 가면 좋겠다고 했죠. 이해와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서로 너무 응원을 해줘요. 나부터도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많이 얻었어요. 인생은 만나고 헤어지게 되는데 다음 작품에 가서도 이 좋은 기운을 전하자고, 성숙하고 성장해서 만나자는 무언의 약속을 했죠”   이병헌 감독의 작품은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다. 대사가 중요한 작품인만큼 그걸 살려내야 하는 배우의 역할이 만만치 않다. 연기 경력 만렙인 류승룡도 대사 전달을 함에 있어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상황 코미디이긴 하지만 끊임없이 말을 해요. 대사 읽을 때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여서 관객들이 텍스트에 대한 피로가 있으면 어쩌나, 전달이 제대로 될까 생각했죠. 배우들이 다 고민했어요. 전문 용어도 들어가고 대사에 꺾는 맛이 있거든요. 그게 없었다면 어려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류승룡은 ‘스물’ 등 이병헌 감독의 전작을 보며 그의 마니아적이고 재기발랄한 매력을 느꼈다. 작품이 아닌 실제로 만난 이병헌이라는 사람에 대해 묻자 바로 “진짜 잘 생겼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류승룡은 이병헌 감독의 진짜 매력을 털어놨다.  “진짜 매력적인 사람이죠. 평소엔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나른한데 작품을 생각하는 걸 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게 느껴져요. 또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따뜻한 사람이에요. 이병헌 감독의 페르소나가 꽤 되더라고요. 그들이 의지하고 갈망하는 것을 알고 그 장을 마련해줘요. 나한텐 장진 감독이 은인이거든요. 배우에게 그런 감독이 있다는 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 연기 경력은 오래 됐지만 류승룡은 다소 늦은 나이에 주목을 받았다. 영화를 시작한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를 채찍질 하기만 했다며 지난날을 반성했다. 이제 지천명이 된 류승룡은 이제야 삶의 방향과 쉼을 알게 됐다며 웃었다.  “아버지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나에 대해서 주는 선물과 배려의 중요성에 대해서 학습 받지 못했어요. 영화를 시작한지도 얼마 안됐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열정이 나를 채찍질한 것 같아요. 그러다가 여행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내 마음에 선물을 주기 시작했어요. 그동안은 나를 회전율 좋은 식당처럼 너무 괴롭혔거든요. 인생은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과 쉼도 중요하다는 걸 50이 다 돼서 안 거예요. 이제야 이타적 삶에 대해 눈을 뜨게 됐어요. 그걸 알아서 50대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해요”  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백세 인생이라고 치면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어른이다. 자신을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가진 류승룡은 앞으로 그려놓은 삶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인간 류승룡과 배우 류승룡의 간극을 줄이고 싶어요. 원래 말썽꾸러기였던 애가 마음잡고 효도하면 좋잖아요. 좀 부족하고 아쉬웠던 부분을 고쳐나가고 작품을 할 때나 일상에서의 모습이 다르지 않은 배우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고 역사와 사회도 대변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전까지 배우와 일상은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경험을 통해서 안 거죠. 나도 과도기 같아요” 인생의 과도기를 보내고 있다는 류승룡은 또 한번의 도전에 나선다. 넷플릭스를 통해서 7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다. 방송사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출연한 류승룡 자체도 궁금증과 기대감을 품고 있다.  “플랫폼 보단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물론 사전제작인 것에 대해 메리트도 작용했죠. 순발력이 없어서 드라마 했을 때 힘들었거든요. 촬영 현장도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아요. 서로 장점만 취하다 보니 단점은 미처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죠. 그렇지만 좋은 개선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도 플랫폼도 변화에 대해서 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배우들에겐 유리한 지점도 있죠. 정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 집중하고 있으면 돼요. 지금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시간을 칼 같이 지키거든요. 처음엔 당황했는데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해요. 안 그러면 도태돼요”

[남우정의 마주보기] 류승룡의 50대가 기대되는 이유

남우정 기자 승인 2019.01.22 10:39 | 최종 수정 2138.02.12 00:00 의견 0
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뷰어스=남우정 기자] 얼굴에 수염이 한 가득이다. 웃음도 호탕하다. 외모는 전형적인 마초인데 섬세하다. 수많은 인터뷰이를 만났지만 취재진의 방석까지 챙겨주는 배우는 처음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온도는 어떤지, 공기가 건조하진 않은지 묻기까지 한다. ‘극한직업’을 함께 찍은 배우들이 왜 쉬는 시간마다 그를 찾는지 이해가 됐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극한직업’에서 류승룡은 만년 반장인 마약반을 책임지고 있는 고반장을 맡아 오랜만에 코미디 연기로 돌아왔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류승룡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극한직업’이 반가울 만하다. 

“옷도 보기 좋은 옷과 내가 입었을 때 좋은 옷이 있잖아요. 이 영화는 내가 입기에도 편하고 보는 분들에게도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시상식 갈 때 입는 옷이 보기엔 좋은데 입기엔 불편하거든요. 팬들은 경기하지만 난 도인바지 같은 걸 좋아해요(웃음) 그런 면에서 ‘극한직업’은 그 접점을 잘 잡은 작품이죠. 때가 돼 운명처럼 만난 것 같아요” 

고반장은 후배들에게도 치여서 진급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도 가장이지만 어깨를 피지 못하는 인물이다. 나이대도 실제 류승룡과 비슷하게 설정됐다. 류승룡은 고반장과 꽤 많은 부분이 닮았다고 말했다.

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어느덧  가장으로 아빠, 남편으로 현장에서도 나보다 나이가 있는 분들이 많이 없어요. 그런 위치가 됐죠. 그런데 속으로 장난치고 싶고 감추고 싶은 게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야 하는 몫이 있으니까요”

‘극한직업’ 마약반 5인방의 돈독한 팀워크는 여러차례 포착이 됐다.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은 촬영 쉬는 시간마다 다도를 즐기는 류승룡을 찾아가 수다를 떨었다고 털어놨었다. 류승룡이 촬영장에 가서 하는 일도 차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까지 찾게 돼 ‘룡다원’이라고 불렸다는 일화를 털어놨었다. 짧은 인터뷰 시간 동안에도 그의 섬세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후배들이 쉬는 시간마다 그를 찾았을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안팎으로 팀워크가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듣는 게 가장 좋아요. 처음부터 솔직했던 것 같아요. 다들 자신에게 어떤 고민이 있는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 얻어 가면 좋겠다고 했죠. 이해와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서로 너무 응원을 해줘요. 나부터도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많이 얻었어요. 인생은 만나고 헤어지게 되는데 다음 작품에 가서도 이 좋은 기운을 전하자고, 성숙하고 성장해서 만나자는 무언의 약속을 했죠”
 
이병헌 감독의 작품은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다. 대사가 중요한 작품인만큼 그걸 살려내야 하는 배우의 역할이 만만치 않다. 연기 경력 만렙인 류승룡도 대사 전달을 함에 있어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상황 코미디이긴 하지만 끊임없이 말을 해요. 대사 읽을 때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여서 관객들이 텍스트에 대한 피로가 있으면 어쩌나, 전달이 제대로 될까 생각했죠. 배우들이 다 고민했어요. 전문 용어도 들어가고 대사에 꺾는 맛이 있거든요. 그게 없었다면 어려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류승룡은 ‘스물’ 등 이병헌 감독의 전작을 보며 그의 마니아적이고 재기발랄한 매력을 느꼈다. 작품이 아닌 실제로 만난 이병헌이라는 사람에 대해 묻자 바로 “진짜 잘 생겼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류승룡은 이병헌 감독의 진짜 매력을 털어놨다. 

“진짜 매력적인 사람이죠. 평소엔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나른한데 작품을 생각하는 걸 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게 느껴져요. 또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따뜻한 사람이에요. 이병헌 감독의 페르소나가 꽤 되더라고요. 그들이 의지하고 갈망하는 것을 알고 그 장을 마련해줘요. 나한텐 장진 감독이 은인이거든요. 배우에게 그런 감독이 있다는 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

연기 경력은 오래 됐지만 류승룡은 다소 늦은 나이에 주목을 받았다. 영화를 시작한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를 채찍질 하기만 했다며 지난날을 반성했다. 이제 지천명이 된 류승룡은 이제야 삶의 방향과 쉼을 알게 됐다며 웃었다. 

“아버지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나에 대해서 주는 선물과 배려의 중요성에 대해서 학습 받지 못했어요. 영화를 시작한지도 얼마 안됐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열정이 나를 채찍질한 것 같아요. 그러다가 여행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내 마음에 선물을 주기 시작했어요. 그동안은 나를 회전율 좋은 식당처럼 너무 괴롭혔거든요. 인생은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과 쉼도 중요하다는 걸 50이 다 돼서 안 거예요. 이제야 이타적 삶에 대해 눈을 뜨게 됐어요. 그걸 알아서 50대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해요” 

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백세 인생이라고 치면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어른이다. 자신을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가진 류승룡은 앞으로 그려놓은 삶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인간 류승룡과 배우 류승룡의 간극을 줄이고 싶어요. 원래 말썽꾸러기였던 애가 마음잡고 효도하면 좋잖아요. 좀 부족하고 아쉬웠던 부분을 고쳐나가고 작품을 할 때나 일상에서의 모습이 다르지 않은 배우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고 역사와 사회도 대변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전까지 배우와 일상은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경험을 통해서 안 거죠. 나도 과도기 같아요”

인생의 과도기를 보내고 있다는 류승룡은 또 한번의 도전에 나선다. 넷플릭스를 통해서 7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다. 방송사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출연한 류승룡 자체도 궁금증과 기대감을 품고 있다. 

“플랫폼 보단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물론 사전제작인 것에 대해 메리트도 작용했죠. 순발력이 없어서 드라마 했을 때 힘들었거든요. 촬영 현장도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아요. 서로 장점만 취하다 보니 단점은 미처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죠. 그렇지만 좋은 개선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도 플랫폼도 변화에 대해서 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배우들에겐 유리한 지점도 있죠. 정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 집중하고 있으면 돼요. 지금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시간을 칼 같이 지키거든요. 처음엔 당황했는데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해요. 안 그러면 도태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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