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OCN)
[뷰어스=손예지 기자] ‘트랩’ 속 그 사이코패스가 ‘왕이 된 남자’에도 나온다? 윤경호의 천의 얼굴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9일 OCN 토일드라마 ‘트랩’(연출 박신우, 극본 남상욱)이 새로 시작했다. ‘트랩’은 어느 날 갑자기 ‘인간 사냥꾼’에 의해 가족을 잃게 된 국민 앵커 강우현(이서진)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이에 따라 강우현을 비롯해 ‘트랩’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이 비밀을 품고 있는 것처럼 그려지며 시청자들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 선두에 윤경호가 연기한 캐릭터 마스터 윤이 있었다. 마스터 윤은 우현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난 강원도 산 속 카페를 운영하는 남자로 그려졌다. 박제된 동물과 뱀의 허물이 장식용으로 전시된 그의 카페는 께림칙한 느낌을 자아냈다. ‘트랩’이 표방하는 추적 스릴러 장르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이때 마스터 윤을 맡은 윤경호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마스터 윤은 사람 좋은 미소로 우현과 그 가족을 맞아줬다. 이후 배가 고프다는 우현의 아들에게 메뉴판에는 없는 카레를 만들어 주겠다며 선심 쓰고, 우현에게 사인을 부탁하는 모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수상쩍은 산장 카페에 대한 의혹을 거두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우현의 아들과 아내가 카페에서 차례로 사라졌을 때 느껴진 충격도 그 이상이었다. ‘트랩’의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마스터 윤의 활약은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우현을 도와 가족을 찾더니 별안간 “처음부터 카페에 혼자 오지 않았냐”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자신을 의심하는 우현에게 억울하다는 눈빛과 말투로 결백을 호소했다.
물론 마스터 윤의 호소는 거짓이었다. 끝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우현이 추궁한 끝에 마스터 윤은 ‘인간 사냥꾼’이 그의 가족을 납치했다고 알려줬다. 이 과정에서 마스터 윤은 “사냥감이 더 혼란스러워야 훨씬 더 재미있다”며 시시각각 말을 바꾸는 모습으로 ‘트랩’의 우현은 물론 시청자들마저 혼돈에 빠트렸다.
대개 연기자들은 사이코패스 캐릭터가 표현하기 어려우면서도 쉽다고 입을 모은다.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살벌한 눈빛이나 미심쩍인 미소를 보여주는, 일종의 사이코패스 연기 공식이 성립된 탓이다. 운경호가 연기한 마스터 윤 역시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가진 인물로 분류된다. 하지만 해석과 표현의 난이도는 그 이상이다. ‘트랩’의 대사처럼 ‘사냥감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이중 연기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트랩’의 시작점에서 그 어려운 미션을 제대로 수행해 시청자들을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 윤경호의 공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사진=tvN 방송화면)
‘트랩’에서 빛을 발한 윤경호의 여러 얼굴은 다른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사극 ‘왕이 된 남자’(연출 김희원, 극본 김선덕)가 가장 최근의 예다. 여기서 윤경호는 ‘트랩’과는 정반대 인물로 열연 중이다. 극 중 광대 하선(여진구)이 속한 놀이패의 우두머리 갑수를 맡은 것. 갑수는 ‘왕이 된 남자’에서 부모 없는 하선 남매를 살뜰히 보살피며 푸근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러면서도 윗사람에게 꼼짝 못하는 조선시대 천민의 모습까지 소화하며 이야기에 사실감을 부여한다.
지난해 연말 관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흥행한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에서도 주요 캐릭터 영배를 맡았던 윤경호다. 데뷔 후 처음으로 작품 주연에 이름을 올린 윤경호는 영화에서도 겉과 속이 다른 영배를 통해 반전을 선사하며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이렇듯 맡는 캐릭터마다 완벽히 이입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윤경호. 여기에는 오랜 시간 탄탄히 쌓은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 윤경호는 2002년 SBS 드라마 ‘야인시대’로 연기 첫 발을 뗐다. 이 드라마에서 윤경호는 이름없는 단역을 맡았다. 보통 작은 역부터 활동을 시작한 연기자들은 필모그래피에 보조 출연 이력까지 적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윤경호는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야인시대’를 자신의 데뷔작으로 꼽는다는 설명이다.
이후 윤경호는 영화 ‘구세주’(200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완득이’(2011) ‘관상’(2013) ‘군도: 민란의 시대’ ‘타짜: 신의 손’(2014) ‘검사외전’ ‘국가대표2’(2016) ‘리얼’ ‘옥자’ ‘군함도’(2017) ‘너의 결혼식’(2018) ‘말모이’ ‘내 안의 그놈’(2019) 드라마 KBS2 ‘골든크로스’(2014) tvN ‘듀얼’(2016) KBS2 ‘마녀의 법정’ MBC ‘로봇이 아니야’(2017) tvN ‘미스터 션샤인’ SBS ‘여우각시별’(2018) 등 굵직한 작품들에 모습을 비췄다.
작품 이름만 들어도 윤경호의 얼굴이 떠오르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윤경호가 등장했던가 싶을 정도로 비중 적은 역할로 분한 작품도 있다. 그러나 역할의 크기와 분량과는 상관없이 제 몫을 다해온 덕분에 오늘날 ‘트랩’과 ‘왕이 된 남자’ 속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신 스틸러’ 윤경호가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