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승리 게이트’. 사건의 단초는 지난해 11월 김상교 씨의 폭로였다. 그는 승리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으나 도리어 가해자로 몰렸다. 그 과정에서 ‘버닝썬 사태’는 승리 개인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경찰 유착, 마약, 성매매 알선 등 각종 사회적 문제로, 그리고 YG엔터테인먼트의 문제로 확대됐다. 승리는 은퇴했고 소속사를 떠났지만 YG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연예계 뿐 아니라 각 업계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승리가 일으킨 파장으로 고민에 빠진 다양한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승리(사진=YG엔터테인먼트) [뷰어스=추승현 기자] “YG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승리의 은퇴 입장 발표 이후 내놓은 입장문 중 일부다. 해당 문장에는 목적어가 빠졌지만 YG는 승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음을 통감했다.  하지만 YG가 자성해야 할 지점은 승리 뿐만이 아니다. ‘버닝썬 논란’에 이어 클럽 러브 시그널과 관련한 양현석 대표의 탈세 의혹까지 번졌다. 최근 승리가 운영한다고 알려졌던 이곳의 실소유주는 양현석으로 드러났다. 사업적으로 서로 얽혀 있는 이상 승리가 연예계 은퇴를 하고 YG와 계약을 해지했다고 한들, YG와 승리의 인연은 끊어지기 힘들어 보인다. YG는 입장문 끝에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회사 모든 임직원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는 말을 덧붙였다. 언제나처럼 미온적인 혹은 회피성 태도를 보여 온 YG, 이들이 말하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 그리고 최선의 노력은 과연 무엇일까. ■ YG가 공식입장을 내는 방식? 묵묵부답. YG가 각종 사건사고에 대처하는 방식은 대중에게도 익숙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식입장이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YG는 언론 대응에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승리를 둘러싼 사태가 불거졌을 때는 워낙 사회적 파장이 커서일까. 그런 YG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딘가 석연찮았다. YG는 승리와 관련해 첫 보도가 나왔을 당시 “해당 기사는 조작된 문자 메시지로 구성된 것”이라는 짤막한 말만 전했다. 그 근거라고는 ‘본인 확인 결과’라는 말뿐이었다. 이후에는 허위 사실로 밝혀질 경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승리 콘서트 취소, 육군 입대, 계약 해지 등 정해진 사안에 대해서만 ‘통보’해왔다. 게다가 양현석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충분한 설명이 없는 입장 발표의 연속에 대중은 “해명이 아닌 변명”이라며 YG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울러 필요한 부분에만 입을 여는 태도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알자면 YG 내부를 들여다 봐야 한다. YG에 정통한 관계자 A씨에 따르면 YG 내 근로자들은 여러 방면에서 명석한 고학력자들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이슈에 대한 사전 파악이 빠르고 미리 여러 가지 대안을 준비해 놓는다는 것이다. 대중이 인지하는 YG 대처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 중심엔 양현석이 있다. 사건이 터지면 양현석을 비롯한 임원진이 모여 논의를 하고, 최종 결정은 양현석이 내린다는 것이다. 만반의 준비와 달리 ‘경직된 구조’ ‘수직 구조’라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양현석(사진=YG엔터테인먼트) ■ 필요한 때만 입 여는 YG, 소통 아닌 통보 다만 양현석이 언론에 ‘무대응’으로 응한다고 해서 언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A씨 설명이다. 그가 언론의 영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미 업계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 중요한 건 양현석이 그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다. YG는 필요할 때만 입을 연다. 불편하거나 손해가 될 것 같은 사안에는 침묵을 지킨다. 이에 대해 A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사안은 대응 가치조차 못 느끼는 것들”이라고 YG의 판단기준을 설명했다. 이같은 YG의 선별적 대응은 언론과 대중의 힘을 존중한다기보다 이용하는 모양새에 가깝다.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해 감정적인 부분을 내세우거나 사안과 별 관련 없는 말로 호도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마저도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YG 내 창구 ‘프롬(from) YG’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양현석은 최근 위너 신곡 발표가 지연되자 위너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끌어와 회사 때문에 앨범 발매가 지연되는 게 아니라고 에둘러 말했다. 승리의 홍콩 콘서트 미지원에 대한 항의에도 승리가 본인에게 보낸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캡처해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Mnet에서 송민호의 ‘아낙네’ 뮤직비디오가 선정성의 이유로 심의가 나지 않았을 때도 “안 틀어주셔도 된다고 정중히 예의를 갖춰 말씀드려라”라고 YG 직원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공개하며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에는 마음을 풀 수 있게 만드는 부드러운 단어인 ‘친한 친구’ ‘귓속말’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승리에 대한 첫 보도가 이어졌을 당시에는 “갑작스러운 구설수는 마치 예고 없이 쏟아지는 맑은 하늘의 소나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례적인 ‘감성 멘트’로 말문을 열어 언론과 대중을 황당하게 했다. 연예 관계자들 역시 이런 YG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요 관계자 B씨는 “일반적으로 홍보 담당이 언론사와의 소통 창구이기에 불리한 상황이든 유리한 상황이든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YG는 선별적으로 소통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사태에서는 YG가 무대응에서 본인들 입장만 전하는 일방적인 형태로 태세전환을 한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속사 관계자 C씨 역시 “소속 아티스트와 관련된 일이라면 나쁜 일이라도 발표하는 것이 기획사의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사과든 해명이든 입장을 내놓는 것이 당연하다. 대중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며 “대형 기획사의 선별적인 대응 방식은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사진=SBS) ■ 앞으로 수사 전개를 위해 취해야 할 YG의 자세 한편 YG의 답답한 행보에 더해 수사의 공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는 현실이다. 승리로부터 시작된 이번 사건은 단순한 폭행, 마약 등의 사건이 아니다. 탈세부터 시작해 경찰 유착 의혹도 받고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3일 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승리가 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청장’의 오타로 의심되는 ‘경찰총장’이, 또 그가 어떠한 가게의 사정을 봐준다는 내용이 언급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발언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승리가 있던 대화방에서 나온 말에 경찰 고위직까지 거론된 상황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하다. 하지만 사건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YG는 정작 필요한 말을 꺼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YG가 시간을 끄는 동안 화두는 사건의 시작점인 YG 및 승리 관련 사건이 아닌, 정준영의 불법촬영물 유포 및 여성 유린, FT아일랜드 최종훈의 음주운전 무마 사건까지 다른 이슈들로 변질된 양상이다.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다른 사건들이 더 화제가 되면서 정작 버닝썬 사태의 핵심은 한쪽으로 밀려난 분위기다. 여성에 대한 왜곡된 성 인식, 더 나아가 삐뚤어진 연예 권력은 사회의 큰 문제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버닝썬 사태의 핵심인 마약, 탈세, 경찰 유착은 연예계를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사에 돌입한 경찰이 사건의 중심을 잡고 명명백백히 죄의 유무를 따져야 할 때다. 이와 더불어 YG는 승리와 계약 종료로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을 고수할 게 아니라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그게 투명한 수사를 돕는 길이자 대중의 의심을 피하는 최선의 길이다.

[승리 게이트] ② 대표 의혹도 입닫는 YG, 내부 구조 들여다보니

추승현 기자 승인 2019.03.13 20:43 | 최종 수정 2138.05.25 00:00 의견 0

일명 ‘승리 게이트’. 사건의 단초는 지난해 11월 김상교 씨의 폭로였다. 그는 승리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으나 도리어 가해자로 몰렸다. 그 과정에서 ‘버닝썬 사태’는 승리 개인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경찰 유착, 마약, 성매매 알선 등 각종 사회적 문제로, 그리고 YG엔터테인먼트의 문제로 확대됐다. 승리는 은퇴했고 소속사를 떠났지만 YG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연예계 뿐 아니라 각 업계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승리가 일으킨 파장으로 고민에 빠진 다양한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승리(사진=YG엔터테인먼트)
승리(사진=YG엔터테인먼트)

[뷰어스=추승현 기자] “YG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승리의 은퇴 입장 발표 이후 내놓은 입장문 중 일부다. 해당 문장에는 목적어가 빠졌지만 YG는 승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음을 통감했다. 

하지만 YG가 자성해야 할 지점은 승리 뿐만이 아니다. ‘버닝썬 논란’에 이어 클럽 러브 시그널과 관련한 양현석 대표의 탈세 의혹까지 번졌다. 최근 승리가 운영한다고 알려졌던 이곳의 실소유주는 양현석으로 드러났다. 사업적으로 서로 얽혀 있는 이상 승리가 연예계 은퇴를 하고 YG와 계약을 해지했다고 한들, YG와 승리의 인연은 끊어지기 힘들어 보인다.

YG는 입장문 끝에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회사 모든 임직원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는 말을 덧붙였다. 언제나처럼 미온적인 혹은 회피성 태도를 보여 온 YG, 이들이 말하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 그리고 최선의 노력은 과연 무엇일까.

■ YG가 공식입장을 내는 방식?

묵묵부답. YG가 각종 사건사고에 대처하는 방식은 대중에게도 익숙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식입장이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YG는 언론 대응에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승리를 둘러싼 사태가 불거졌을 때는 워낙 사회적 파장이 커서일까. 그런 YG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딘가 석연찮았다. YG는 승리와 관련해 첫 보도가 나왔을 당시 “해당 기사는 조작된 문자 메시지로 구성된 것”이라는 짤막한 말만 전했다. 그 근거라고는 ‘본인 확인 결과’라는 말뿐이었다. 이후에는 허위 사실로 밝혀질 경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승리 콘서트 취소, 육군 입대, 계약 해지 등 정해진 사안에 대해서만 ‘통보’해왔다. 게다가 양현석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충분한 설명이 없는 입장 발표의 연속에 대중은 “해명이 아닌 변명”이라며 YG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울러 필요한 부분에만 입을 여는 태도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알자면 YG 내부를 들여다 봐야 한다. YG에 정통한 관계자 A씨에 따르면 YG 내 근로자들은 여러 방면에서 명석한 고학력자들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이슈에 대한 사전 파악이 빠르고 미리 여러 가지 대안을 준비해 놓는다는 것이다. 대중이 인지하는 YG 대처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 중심엔 양현석이 있다. 사건이 터지면 양현석을 비롯한 임원진이 모여 논의를 하고, 최종 결정은 양현석이 내린다는 것이다. 만반의 준비와 달리 ‘경직된 구조’ ‘수직 구조’라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양현석(사진=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사진=YG엔터테인먼트)

■ 필요한 때만 입 여는 YG, 소통 아닌 통보

다만 양현석이 언론에 ‘무대응’으로 응한다고 해서 언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A씨 설명이다. 그가 언론의 영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미 업계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 중요한 건 양현석이 그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다. YG는 필요할 때만 입을 연다. 불편하거나 손해가 될 것 같은 사안에는 침묵을 지킨다. 이에 대해 A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사안은 대응 가치조차 못 느끼는 것들”이라고 YG의 판단기준을 설명했다.

이같은 YG의 선별적 대응은 언론과 대중의 힘을 존중한다기보다 이용하는 모양새에 가깝다.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해 감정적인 부분을 내세우거나 사안과 별 관련 없는 말로 호도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마저도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YG 내 창구 ‘프롬(from) YG’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양현석은 최근 위너 신곡 발표가 지연되자 위너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끌어와 회사 때문에 앨범 발매가 지연되는 게 아니라고 에둘러 말했다. 승리의 홍콩 콘서트 미지원에 대한 항의에도 승리가 본인에게 보낸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캡처해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Mnet에서 송민호의 ‘아낙네’ 뮤직비디오가 선정성의 이유로 심의가 나지 않았을 때도 “안 틀어주셔도 된다고 정중히 예의를 갖춰 말씀드려라”라고 YG 직원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공개하며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에는 마음을 풀 수 있게 만드는 부드러운 단어인 ‘친한 친구’ ‘귓속말’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승리에 대한 첫 보도가 이어졌을 당시에는 “갑작스러운 구설수는 마치 예고 없이 쏟아지는 맑은 하늘의 소나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례적인 ‘감성 멘트’로 말문을 열어 언론과 대중을 황당하게 했다.

연예 관계자들 역시 이런 YG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요 관계자 B씨는 “일반적으로 홍보 담당이 언론사와의 소통 창구이기에 불리한 상황이든 유리한 상황이든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YG는 선별적으로 소통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사태에서는 YG가 무대응에서 본인들 입장만 전하는 일방적인 형태로 태세전환을 한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속사 관계자 C씨 역시 “소속 아티스트와 관련된 일이라면 나쁜 일이라도 발표하는 것이 기획사의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사과든 해명이든 입장을 내놓는 것이 당연하다. 대중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며 “대형 기획사의 선별적인 대응 방식은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사진=SBS)
(사진=SBS)

■ 앞으로 수사 전개를 위해 취해야 할 YG의 자세

한편 YG의 답답한 행보에 더해 수사의 공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는 현실이다. 승리로부터 시작된 이번 사건은 단순한 폭행, 마약 등의 사건이 아니다. 탈세부터 시작해 경찰 유착 의혹도 받고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3일 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승리가 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청장’의 오타로 의심되는 ‘경찰총장’이, 또 그가 어떠한 가게의 사정을 봐준다는 내용이 언급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발언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승리가 있던 대화방에서 나온 말에 경찰 고위직까지 거론된 상황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하다.

하지만 사건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YG는 정작 필요한 말을 꺼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YG가 시간을 끄는 동안 화두는 사건의 시작점인 YG 및 승리 관련 사건이 아닌, 정준영의 불법촬영물 유포 및 여성 유린, FT아일랜드 최종훈의 음주운전 무마 사건까지 다른 이슈들로 변질된 양상이다.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다른 사건들이 더 화제가 되면서 정작 버닝썬 사태의 핵심은 한쪽으로 밀려난 분위기다. 여성에 대한 왜곡된 성 인식, 더 나아가 삐뚤어진 연예 권력은 사회의 큰 문제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버닝썬 사태의 핵심인 마약, 탈세, 경찰 유착은 연예계를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사에 돌입한 경찰이 사건의 중심을 잡고 명명백백히 죄의 유무를 따져야 할 때다.

이와 더불어 YG는 승리와 계약 종료로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을 고수할 게 아니라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그게 투명한 수사를 돕는 길이자 대중의 의심을 피하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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