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승리 게이트’. 사건의 단초는 지난해 11월 김상교 씨의 폭로였다. 그는 승리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으나 도리어 가해자로 몰렸다. 그 과정에서 ‘버닝썬 사태’는 승리 개인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경찰 유착, 마약, 성매매 알선 등 각종 사회적 문제로, 그리고 YG엔터테인먼트의 문제로 확대됐다. 승리는 은퇴했고 소속사를 떠났지만 YG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연예계 뿐 아니라 각 업계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승리가 일으킨 파장으로 고민에 빠진 다양한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사진=YTN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클럽 버닝썬으로부터 시작해 ‘승리 사태’로 번진 물의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소속 연예인이 개인적으로 벌이는 사업은 각자의 문제로 볼 수 있지만 YG의 경우에는 다르다. 최근 승리가 직접 운영한다고 알려진 클럽 러브시그널의 실소유주가 양현석 대표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탈세 의혹이 불거졌다.  승리는 은퇴했고, YG는 계약 종료를 알렸지만 추락한 위상은 회복할 길이 없다. 가뜩이나 ‘문제아’가 많다고 치부되는 YG의 이미지는 겉잡을 수없이 불신으로 가득 찼다. 이런 상황 속 YG는 최소한의 상황 설명이나 근거 있는 해명을 내놓지 않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로 인해 한숨을 내쉬는 건 상장사인 YG의 가치를 믿었던 주변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논란에 주가 추락을 겪은 국민연금공단부터 각종 협업사, 사회공헌사업까지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다. YG주가가 14일 오전 다시 떨어졌다(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 엔터사 신뢰 떨어뜨린 YG 주가 하락 ‘승리 게이트’는 YG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28일 버닝썬 폭행사건이 첫 보도됐을 당시 YG의 주가는 4만2250원이었다. 그리고 지난 12일은 3만 5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 달 반 사이에 6350원, 15% 이상 주가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시가총액도 1100억 원 이상 증발했다.  지난 11일 승리가 피내사자에서 피의자로 전환됐을 때에는 하루만에 14%가 폭락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나친 주가하락으로 인한 투자를 우려해 YG를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먼저 주식을 빌려 팔고,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싼 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올리는 투자기법이다. 대체로 엔터사의 주가는 자주 출렁인다. 연예인의 계약 종료나 개인사, 언제 어디서 사건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사태의 리스크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만 해도 큐브엔터테인먼트는 현아를 퇴출한다고 발표했다가 주가가 한순간 폭락했다. 엔터사 주가는 소속 스타 해외 진출 가능성과 꾸준한 팬덤의 힘, 신인 아티스트 사업 등 긍정적인 가능성 등 오직 스타의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 YG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코스메틱 브랜드 문샷 해외 수출 증가, YG 플러스의 흑자전환 등 안정적 구조로 이어가려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결국 소속 스타의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지난 13일 주가가 5%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앞으로 조사가 남아있고 또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YG 주가는 암담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승리로 인해 빅뱅 완전체 컴백도 사실상 불가한 상태다. YG는 외변 확장으로 안정을 꾀했지만 가장 큰 변수인 스타 문제로 성을 무너뜨렸다. 무엇보다 예전과 다른 양상은 엔터사 투자에 대한 불신을 더욱 높였다. 이는 추후 상장을 노리는 연예 기획사가 곤란해지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 연예관계자는 “엔터주는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YG는 전례 없는 사태로 주가를 폭락하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던 YG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면서 “방탄소년단이나 워너원 등으로 한류가 맥을 이어가면서 상장을 꿈꾸는 소속사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YG가 엔터주 가치를 떨어뜨리고 상장의 벽을 높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YG가 버닝썬 논란에도 승리 해외투어 추가 일정을 공개해 논란을 빚었다(사진=YG 제공) ■ 국민연금공단부터 각종 협업사까지 ‘난처’ 이런 YG의 불안정한 주가는 국민연금공단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8월 7일 YG의 주식 98만9086주를 신규로 매수했다. 여기에 넉 달 후인 12월 20일에는 추가 매수를 통해 총 118만5323주를 보유했다. 지난 11일 기준 국민연금공단의 YG 지분율은 6.52%다. 지난해 국민연금공단 수익률은 -0.92%. 주요 요인으로 국내외 주식 투자 운용 손실이 꼽히며 비판 받았던 일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이 와중에도 YG는 ‘승리 군입대 및 전속계약 해지’ ‘소속 여성 아티스트 악성루머’ 등에 대한 입장만 통보했을 뿐 사건에 대한 후속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분율은 5% 이상일 때 성립한다.  YG 주가 하락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매도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실’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주주권 행사 여부에 대해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실무 부서에서 해당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이 되면 발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평가손실에 대해서도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주가 하락은 이렇듯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그뿐 아니다. YG와 손을 잡고 사업을 벌여온 기업들도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만 해도 보해양조는 YG와 손을 잡고 10만 개의 수출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기아자동차 또한 YG와 파트너십을 맺고 케이팝(K-POP)과 결합한 글로벌 문화 마케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다. 그러나 이 사업들 모두 향방을 알 수 없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네이버부터 일반 기업까지, 모두 잘 나가는 YG를 떠올리고 기대하며 손을 잡았다. 하지만 YG가 이렇게 휘청이고 비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순기능 혹은 시너지를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해외에서 승리게이트와 YG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주 부정적이진 않다는 게 다행이지만 국내에서의 인식이 최악인 상황이라 YG와 협업을 꾀한 기업들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사진=승리 SNS, YG 제공) ■ 선행마저 무색하게 만든 놀라운 행보 이번 사태로 인해 그간 YG가 펼쳐온 선행 및 사회공헌 활동의 가치 또한 퇴색됐다. 양현석은 2014년 창립 18주년을 맞아 불우아동과 청소년을 돕기 위한 비영리재단인 무주 YG 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양현석 회장은 10억 원을 재단에 기부했다. 무주 YG 재단을 통해서는 엔터 산업을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 특강부터 위기 청소년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힐링 콘서트를 개최하는가 하면, 청소년 지원사업에 3억4000만원을 기부하기로 하는 등 선행을 벌여왔다. 2015년부터 연탄 봉사활동과 각종 기부를 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도 소속 아티스트와 직원들은 연탄 봉사활동을 했고, 재단은 1600만원 상당의 연탄 2만 장도 기부했다. 승리 역시 사업의 수익금 일부를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에 2년 연속 기부하는 등 선행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런 따뜻한 행보가 무색하게도 이번 승리를 비롯한 YG의 사건은 ‘역대급’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승리는 여성을 ‘물건’ 취급하며 잘못된 성인식을 보였고 그와 연관된 클럽은 마약과 성폭행 등 문란한 장면들과 경찰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양현석 역시 탈세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아직 정확한 조사가 모두 끝나지는 않았지만 여러 혐의점과 관련 증거는 남아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사회적으로, 도덕적인 본보기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더욱이 이는 사회공헌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게 만들었다는 것이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다. 한 사회공헌사업 관계자는 본지에 “NGO 단체들이 많아서 서로 경쟁관계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큰 사건이 터지면 오히려 신뢰도 등 문제로 모든 NGO의 후원자가 크게 감소한다. 이영학 사건 때가 그랬다. 당연히 도와야 할 사람이라 생각하고 후원했지만 단체들까지도 그의 실체를 몰랐다는 데에서 배신감과 불신이 생긴 것이다. YG 사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슈들에 대한 인식이 도미노처럼 기존의 사회공헌 단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번 YG 사건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도 그리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일들이 사회 공헌계 전반에 걸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승리 게이트는 소속 가수 개인의 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기 위해 승리는 은퇴했고 YG는 계약 해지를 밝혔다. 하지만 그간 승리와 계약 이상의 관계를 유지한 데다 이 사태를 방관하고 수습하려 하지도 않은 YG의 책임은 적지 않아 보인다. 무주 YG 재단을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2015년 당시 양현석은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YG에 속한 아티스트들을 사랑해주는 팬들은 대부분 청소년이다. 모든 아티스트는 청소년 팬에게 받은 관심과 사랑을 다시 돌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YG가 아티스트에 사랑을 보낸 청소년과 더불어 대중에 돌려주고 있는 건 뼈아픈 배신감 뿐이다.

[승리 게이트] ③ YG 나비효과, 주가·협업사·사회공헌업계까지 걷잡을 수 없는 파장

이소희 기자 승인 2019.03.13 20:54 | 최종 수정 2138.05.25 00:00 의견 0

일명 ‘승리 게이트’. 사건의 단초는 지난해 11월 김상교 씨의 폭로였다. 그는 승리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으나 도리어 가해자로 몰렸다. 그 과정에서 ‘버닝썬 사태’는 승리 개인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경찰 유착, 마약, 성매매 알선 등 각종 사회적 문제로, 그리고 YG엔터테인먼트의 문제로 확대됐다. 승리는 은퇴했고 소속사를 떠났지만 YG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연예계 뿐 아니라 각 업계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승리가 일으킨 파장으로 고민에 빠진 다양한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사진=YTN 제공)
(사진=YTN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클럽 버닝썬으로부터 시작해 ‘승리 사태’로 번진 물의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소속 연예인이 개인적으로 벌이는 사업은 각자의 문제로 볼 수 있지만 YG의 경우에는 다르다. 최근 승리가 직접 운영한다고 알려진 클럽 러브시그널의 실소유주가 양현석 대표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탈세 의혹이 불거졌다. 

승리는 은퇴했고, YG는 계약 종료를 알렸지만 추락한 위상은 회복할 길이 없다. 가뜩이나 ‘문제아’가 많다고 치부되는 YG의 이미지는 겉잡을 수없이 불신으로 가득 찼다. 이런 상황 속 YG는 최소한의 상황 설명이나 근거 있는 해명을 내놓지 않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로 인해 한숨을 내쉬는 건 상장사인 YG의 가치를 믿었던 주변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논란에 주가 추락을 겪은 국민연금공단부터 각종 협업사, 사회공헌사업까지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다.

YG주가가 14일 오전 다시 떨어졌다(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YG주가가 14일 오전 다시 떨어졌다(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 엔터사 신뢰 떨어뜨린 YG 주가 하락

‘승리 게이트’는 YG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28일 버닝썬 폭행사건이 첫 보도됐을 당시 YG의 주가는 4만2250원이었다. 그리고 지난 12일은 3만 5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 달 반 사이에 6350원, 15% 이상 주가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시가총액도 1100억 원 이상 증발했다. 

지난 11일 승리가 피내사자에서 피의자로 전환됐을 때에는 하루만에 14%가 폭락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나친 주가하락으로 인한 투자를 우려해 YG를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먼저 주식을 빌려 팔고,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싼 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올리는 투자기법이다.

대체로 엔터사의 주가는 자주 출렁인다. 연예인의 계약 종료나 개인사, 언제 어디서 사건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사태의 리스크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만 해도 큐브엔터테인먼트는 현아를 퇴출한다고 발표했다가 주가가 한순간 폭락했다. 엔터사 주가는 소속 스타 해외 진출 가능성과 꾸준한 팬덤의 힘, 신인 아티스트 사업 등 긍정적인 가능성 등 오직 스타의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

YG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코스메틱 브랜드 문샷 해외 수출 증가, YG 플러스의 흑자전환 등 안정적 구조로 이어가려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결국 소속 스타의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지난 13일 주가가 5%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앞으로 조사가 남아있고 또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YG 주가는 암담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승리로 인해 빅뱅 완전체 컴백도 사실상 불가한 상태다.

YG는 외변 확장으로 안정을 꾀했지만 가장 큰 변수인 스타 문제로 성을 무너뜨렸다. 무엇보다 예전과 다른 양상은 엔터사 투자에 대한 불신을 더욱 높였다. 이는 추후 상장을 노리는 연예 기획사가 곤란해지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 연예관계자는 “엔터주는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YG는 전례 없는 사태로 주가를 폭락하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던 YG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면서 “방탄소년단이나 워너원 등으로 한류가 맥을 이어가면서 상장을 꿈꾸는 소속사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YG가 엔터주 가치를 떨어뜨리고 상장의 벽을 높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YG가 버닝썬 논란에도 승리 해외투어 추가 일정을 공개해 논란을 빚었다(사진=YG 제공)
YG가 버닝썬 논란에도 승리 해외투어 추가 일정을 공개해 논란을 빚었다(사진=YG 제공)

■ 국민연금공단부터 각종 협업사까지 ‘난처’

이런 YG의 불안정한 주가는 국민연금공단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8월 7일 YG의 주식 98만9086주를 신규로 매수했다. 여기에 넉 달 후인 12월 20일에는 추가 매수를 통해 총 118만5323주를 보유했다. 지난 11일 기준 국민연금공단의 YG 지분율은 6.52%다. 지난해 국민연금공단 수익률은 -0.92%. 주요 요인으로 국내외 주식 투자 운용 손실이 꼽히며 비판 받았던 일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이 와중에도 YG는 ‘승리 군입대 및 전속계약 해지’ ‘소속 여성 아티스트 악성루머’ 등에 대한 입장만 통보했을 뿐 사건에 대한 후속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분율은 5% 이상일 때 성립한다. 

YG 주가 하락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매도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실’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주주권 행사 여부에 대해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실무 부서에서 해당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이 되면 발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평가손실에 대해서도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주가 하락은 이렇듯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그뿐 아니다. YG와 손을 잡고 사업을 벌여온 기업들도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만 해도 보해양조는 YG와 손을 잡고 10만 개의 수출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기아자동차 또한 YG와 파트너십을 맺고 케이팝(K-POP)과 결합한 글로벌 문화 마케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다. 그러나 이 사업들 모두 향방을 알 수 없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네이버부터 일반 기업까지, 모두 잘 나가는 YG를 떠올리고 기대하며 손을 잡았다. 하지만 YG가 이렇게 휘청이고 비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순기능 혹은 시너지를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해외에서 승리게이트와 YG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주 부정적이진 않다는 게 다행이지만 국내에서의 인식이 최악인 상황이라 YG와 협업을 꾀한 기업들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사진=승리 SNS, YG 제공)
(사진=승리 SNS, YG 제공)

■ 선행마저 무색하게 만든 놀라운 행보

이번 사태로 인해 그간 YG가 펼쳐온 선행 및 사회공헌 활동의 가치 또한 퇴색됐다. 양현석은 2014년 창립 18주년을 맞아 불우아동과 청소년을 돕기 위한 비영리재단인 무주 YG 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양현석 회장은 10억 원을 재단에 기부했다. 무주 YG 재단을 통해서는 엔터 산업을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 특강부터 위기 청소년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힐링 콘서트를 개최하는가 하면, 청소년 지원사업에 3억4000만원을 기부하기로 하는 등 선행을 벌여왔다. 2015년부터 연탄 봉사활동과 각종 기부를 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도 소속 아티스트와 직원들은 연탄 봉사활동을 했고, 재단은 1600만원 상당의 연탄 2만 장도 기부했다. 승리 역시 사업의 수익금 일부를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에 2년 연속 기부하는 등 선행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런 따뜻한 행보가 무색하게도 이번 승리를 비롯한 YG의 사건은 ‘역대급’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승리는 여성을 ‘물건’ 취급하며 잘못된 성인식을 보였고 그와 연관된 클럽은 마약과 성폭행 등 문란한 장면들과 경찰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양현석 역시 탈세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아직 정확한 조사가 모두 끝나지는 않았지만 여러 혐의점과 관련 증거는 남아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사회적으로, 도덕적인 본보기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더욱이 이는 사회공헌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게 만들었다는 것이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다. 한 사회공헌사업 관계자는 본지에 “NGO 단체들이 많아서 서로 경쟁관계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큰 사건이 터지면 오히려 신뢰도 등 문제로 모든 NGO의 후원자가 크게 감소한다. 이영학 사건 때가 그랬다. 당연히 도와야 할 사람이라 생각하고 후원했지만 단체들까지도 그의 실체를 몰랐다는 데에서 배신감과 불신이 생긴 것이다. YG 사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슈들에 대한 인식이 도미노처럼 기존의 사회공헌 단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번 YG 사건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도 그리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일들이 사회 공헌계 전반에 걸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승리 게이트는 소속 가수 개인의 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기 위해 승리는 은퇴했고 YG는 계약 해지를 밝혔다. 하지만 그간 승리와 계약 이상의 관계를 유지한 데다 이 사태를 방관하고 수습하려 하지도 않은 YG의 책임은 적지 않아 보인다. 무주 YG 재단을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2015년 당시 양현석은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YG에 속한 아티스트들을 사랑해주는 팬들은 대부분 청소년이다. 모든 아티스트는 청소년 팬에게 받은 관심과 사랑을 다시 돌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YG가 아티스트에 사랑을 보낸 청소년과 더불어 대중에 돌려주고 있는 건 뼈아픈 배신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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