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바람이 분다’가 초반 설명을 마치고 본격적인 전개를 시작했다. 알츠하이머라는 소재는 새로울 것 없지만, 감우성, 김하늘의 섬세한 연기력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평범한 이야기만으로도 깊은 멜로 감정을 자아내는 감우성, 김하늘의 초반 활용법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10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바람이 분다’ 5회에서는 수진(김하늘 분)과 도훈(감우성 분) 부부가 이혼을 하고, 각자 홀로서기를 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방송 전 제작진이 보도자료를 통해 “여전히 사랑하지만 지독하게 엇갈리는 도훈과 수진의 관계는 5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엇갈린 갈림길에서 두 사람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한 것처럼 작품의 전반기가 마무리 되고, 본격적인 전개를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숨겨졌던 인물들의 감정도 베일을 벗었다.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숨기고 이혼을 결심한 도훈의 애틋한 마음부터 이혼 후에야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게 된 수진이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이 현실감을 더했다.
특히 자신의 병세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된 도훈이 수진에게 아이를 지우라는 모진 말을 내뱉고 후회하는 장면과 도훈의 외면에 상처 받은 수진에게 느껴지는 깊은 슬픔은 멜로 장르가 선사할 수 있는 진한 감정을 전하기도 했다.
서로에 대한 남아있는 사랑을 애써 외면하는 부부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감우성, 김하늘의 연기력은 몰입도를 높이는 일등 공신이었다. 감우성은 아내에게 차마 털어놓을 수 있는 비밀을 애써 눌러 담으며 느끼는 감정을 깊이 있는 연기로 표현했으며, 김하늘 또한 남편에게 느낀 배신감 뒤에 남은 미련을 섬세하게 그려 공감을 자아냈다.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이혼을 선택한 남편과 이후 있을 아내의 후회 등 전개 자체의 새로움은 없었지만, 멜로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만큼 장르 베테랑인 두 배우의 진가가 극을 더욱 빛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바람이 분다’가 초반 보여준 무리한 설정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첫 회에서 권태기를 맞은 부부의 일상적인 모습을 그린 ‘바람이 분다’는 감우성, 김하늘의 관록 있는 연기와 현실적인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한 편의 완성도 높은 현실 멜로를 기대케 했다.
그러나 이후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도훈과 이혼하기 위해 수진이 특수 분장을 하고 남편을 유혹한다는 납득하지 못할 설정이 이어졌다. 실제로 김하늘은 코에만 실리콘을 덧댄 황당한 분장을 하고 나타나 현실감을 더욱 낮췄다. 여기에 극에서는 도훈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 담겼고, 다소 무리한 전개에 시청자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도훈이 이미 그의 정체를 눈치 채고 있었다는 반전이 있었고, 이후 도훈의 아픔을 미처 알지 못한 수진의 후회를 위한 장치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반전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몰입이 동반돼야 한다. 시청자들이 몰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반전이 충격을 줄 리는 만무했다.
이는 시청률로 이어졌다. ‘바람이 분다’는 1회와 2회 각각 3.5%, 4%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3회에서는 3%로 오히려 하락했다.
다만 11일 방송에서 도훈의 5년 후 이야기를 통해 치매 환자의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바람이 분다’는 6회에서 3.8%의 시청률을 기록한 만큼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이키며 반등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