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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준 감초 연기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유재명은 ‘비밀의 숲’으로 날개를 달았다. 그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유재명은 중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중이었다.
‘비스트’의 민태는 어려운 인물이다. 겉과 속이 달라서 표현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매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그에게는 즐거움이었다.
“주어진 역할을 한 것이다. ‘비밀의 숲’ 이창준과 ‘비스트’의 민태는 닮은 듯 다르다. 무책임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기도 했다. 여러 인물들을 거치면서, 배우로 산다는 게 그래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해 준 감사함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다. 익숙해져서 고리타분한 배우가 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그의 말처럼 유재명은 최근 다작을 하며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화했다. ‘응답하라 1988’과 ‘비밀의 숲’의 성공은 그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줬다. 역할이 점점 커지면서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아졌다.
“새로움도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 내 목소리나 얼굴은 같지만 내가 선택한 연기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 그런 걸 고민을 해야 하는 것 같고,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마 잘 못하면 여지없이 혼이 날 것 같다. 주어진 역할을 깔끔하게 하고 빠지기 보다는 끝까지 책임질 것이 생기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떨리더라도 해내야 하는 것들이 주어졌다.”
더 멀리 보며 가진 것을 비워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지만, 바쁜 활동을 하며 노력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환기를 시켜서 있었던 것들을 잘 비우고 새로운 것을 채우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것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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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면서 생긴 고민들이지만 그만큼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즐겁다.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스트레스도 긍정적 마인드로 이겨내는 중이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각하면, 유명세를 얻으며 좋은 작품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상업 영화든, 저예산, 독립 영화든 좋은 이야기를 가진 작품들이 많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감사하다. 잘 선택하는 것이 내 몫이 됐기 때문에 잘 하고 싶다. 스트레스가 없으면 또 동력이 없다. 그런 부분까지 소화를 해야 하는 직업이다.”
다만 대형 작품이나 시선을 끄는 인기작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유명세나 물질적인 욕심보다는 ‘좋은’ 배우를 꿈꾸기 때문이다.
“과거에 너무 가난해서 지금도 물질적인 것에 대한 욕심은 없다. 여전히 내게는 많은 돈이 필요 없고, 좋은 작품은 하고 싶다. 내 삶의 시기에 맞춰서 가다가 지치면 잠시 멈추고 싶다.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외적인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
유명 배우가 목표가 아니어서, 지금까지 온 것도 신기해했다. 30년 가까이 이어온 연기 생활을 돌아보던 유재명은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담도 털어놨다.
“20살 때 연극을 만났는데 지금 47살이 됐다. 평생 소극장에서 연극만 할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영상 일을 시작하고, 지금은 또 이렇게 됐다. 참 산다는 게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라면 여전히 그 과정인 것 같다. 비결은 없지만 후배가 나를 좋다고 말해주면 고마우면서도 용기를 주고 싶다. 나도 했기 때문에 누구나 가능하다고 말을 해주고 싶다. 작품을 많이 하고, 술 많이 먹지 말라는 조언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