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NEW
전혜진은 ‘비스트’를 통해 카리스마를 벗어던졌다. 스모키 화장을 하고 피어싱까지 착용한 전혜진은 마약 브로커 춘배를 통해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개성을 마음껏 뽐냈다.
춘배는 형사 한수(이성민 분)의 정보원 노릇을 하는 마약 브로커로, 그에게 살인마에 대한 힌트를 준다는 핑계로 새로운 살인 은폐를 요구하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남자 배우가 연기할 예정이었지만, 전혜진과 이정호 감독은 신선함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춘배 역할을 제안하기에, 하겠다고 말했지만 다음 날부터 고민이 좀 되더라. 감독님이 처음 쓰실 때는 남자 캐릭터였기 때문에 서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의심을 했다. 그때 이성민 선배에게 전화가 와서 내가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해주셔서 솔깃했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지만 그래서 했다.”
전혜진은 얼굴 전체에 문신 그리는 것을 고민하고, 삭발까지 생각하는 등 파격적인 변신을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이 감독이 쉽게 만족을 하지 못해 더욱 오기가 생겼다.
“처음에 춘배 이미지를 말씀드렸을 때 열심히 했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다른 건 더 없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더 센 걸 생각해 갔다. 그럼에도 항상 그것보다 ‘더’를 이야기 하셨다. 나도 오기가 생겼다. 해외 영화에 나오는 마약상의 이미지도 찾아보고, 그런 사람들의 문신을 참고했다. 알고 봤더니 얼굴 전체에 문신을 생각하셨다고 하더라. 조절을 한 끝에 목으로 연결되는 문신을 넣기로 결정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인물의 감정은 물론, 액션 장면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이 들기도 했다. 전혜진은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한수와의 마지막 결판 이후 숲에서 도망치는 신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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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에도 춘배가 어떤 아이인지 모든 것이 담겨 있지 않아 톤 잡는 게 힘들었다. 체력적으로는 숲 속에서 뛰는 장면이 힘들었다. 날씨도 춥고, 몇 번 달리지 않았는데 숲이라 그런지 무릎이 아프더라.”
춘배의 서사가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간 아쉬움도 있었다. 전혜진은 춘배가 마약 소굴에서 일하는 장면이 식상하다고 생각해 먼저 생략을 제안할 만큼 분량에 대한 욕심은 없었지만, 캐릭터들 간의 관계가 좀 더 깊게 그러졌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내가 먼저 춘배의 마약 소굴 장면은 없어도 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 장면들이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졌다. 그런 게 삭제돼서 분량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 보다는 한수와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뭔가가 있었으면 더 깊어졌을 것 같다.”
영화에 담기지 못한 춘배의 이야기가 많은 만큼, 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꿈꾸기도 했다. 전혜진은 춘배가 도망친 이후의 삶에 대해 상상을 하다가도, 출연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 스럽게 말해 그가 겪은 고생을 짐작케 했다.
“춘배로 영화를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춘배가 태국에서 타투이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대사도 살짝 있었다. 그 친구의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출연 하지 않겠다.”
유난히 고생을 한 작품이지만 자신을 믿어준 이 감독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있었다. 영화 전체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선뜻 맡겨준 것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감독님이 나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다. 처음에는 조금 의심을 하셨다. ‘춘배가 생생하게 살아나면 영화도 살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하셨다. 감사한 마음이다.”
②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