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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그리고 한달 뒤 8월 2일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가 핵심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수출 규제 단행 후 한국 내에서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을 가지 말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백색국가 제외가 현실화되자, 이런 분위기는 가속이 붙었다.
그 결과는 현재까지 이렇다.
일본 맥주는 8월달 수입액이 1년 전부터 97% 넘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판매 맥주 넷 중 하나는 일본 맥주였다. 주요 타깃인 유니클로는 7월 한 달 70%가 넘게 매출이 급감했다. 일본 3대 자동차 브랜드인 닛산은 8월에 한국 시장에서 고작 58대만 판매했다. 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87%가 급감한 수치다. 일본 차 5개 브랜드 전체로 보면 8월에 1398대가 팔려, 1년 전보다 57% 급감했다.
국민들이 일본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롯데의 계열사 롯데주류에서 나온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은 7월에 전월 대비 최대 8.7% 하락했다. 경쟁 소주인 참이슬은 7.4% 상승했다. 롯데 계열 상장사들의 주가도 줄줄이 하락해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국내 불매운동이 일본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징성만 갖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 체감할 수 있는 ‘일본 여행 취소’ 분위기가 더 확산됐다.
9일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한 달간 일본을 오간 여객은 모두 96만 868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0만 3835명보다 19.5% 줄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 엔화 환전액을 집계한 결과, 86억 8281만 2791엔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41억 2763만 9654엔)보다 64% 감소한 것이다.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으로 가는 항공기 편수를 대폭 축소했고, 일본 국적기들 역시 일부 노선을 중단했다. 현재 한국-일본 일부 LCC 노선에는 1만원대 항공권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배편 여객은 두 달여 만에 20% 수준으로 급감했고, 대마도의 경우 배편이 하루 6척에서 2척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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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에 대해 사람마다 평가는 다를 것이다. 누구는 대단하다고 말하겠지만, 어떤 이는 아직도 일본 제품을 사고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평가절하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은 불매운동이 장기화됐고, 트렌드처럼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일본이나 한국 내 친일세력들이 종종 언급하는 “냄비 근성이라 금방 가라앉을 것이다”라는 주장이 점점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이쯤에서 불매운동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멈춤이 아닌 재정비의 의미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관련 이슈가 커지면서 불매운동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것에 대한 지적이다. 실제로 이 틈을 타 유니클로의 경우 자매브랜드인 지유(GU)까지 앞세워 매장을 확산하고 있다.
한일 경제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을 향한 불매운동과 여행 자제 운동의 지속성과 확산은 정부의 대일(對日) 대응의 바탕이다. 사실 이 정도 수준에서 그친다면,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고 외친 목소리가 부끄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