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가 쿠팡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쿠팡은 코로나19를 이유로 거부했다.(자료=연합뉴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문제에 대해 사과하자 쿠팡이 집중 관심을 받았다. 로켓배송 등 활발하게 빠른 배송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쿠팡은 일반 배송업체와는 시스템이 전혀 다른 전자상거래업체다.
배송업체의 부정적 이슈에 끼어 있는 게 불편한 기색이다. 하지만 최근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7세 남성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며 과로사 논란을 피할 순 없는 모습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전날 쿠팡 배송직원(쿠친)의 근무환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CJ대한통운 측 사과문 발표 후 관련 문의가 많아 내용을 정리해 뿌린 것이다.
쿠팡은 대리점을 통해 배송 기사들과 거래하는 일반 택배회사와는 다른 시스템으로 배송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쿠팡맨’으로 많이 알려진 쿠팡의 배송직원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일반 택배회사 배송직원과 달리 국민연금에 의무 가입된 직장인이다. 쿠팡은 지난 7월 쿠팡맨이라는 호칭을 ‘쿠친(쿠팡친구)’으로 변경했다.
지난 22일 쿠팡이 배포한 쿠팡 근로환경 자료(자료=쿠팡)
이 쿠친들에게 쿠팡은 주 5일 근무, 주 50시간 미만 근무를 원칙으로 연 15일 이상의 연차휴가도 부여하고 있다. 일반 택배사는 택배기사에게 배송 업무를 위탁하는 위탁운영제(지입제)를 기반으로 운영한다. 반면 쿠팡은 기사들을 직접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근무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쿠팡 측 입장이다. 택배회사의 연이은 배송기사 과로사 사건으로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가는 등 오명을 쓰는 것은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쿠팡에 따르면 회사는 쿠친이 본연의 업무인 배송만 전담하도록 하기 위해 이미 별도의 인력 4400명을 채용해 분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 택배회사에서 택배기사 과로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택배 분류작업, 일명 ‘까대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인건비는 연간 1000억원에 달하지만 배송 관련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낮추기 위해 쿠팡은 지난 2년간 5배에 달하는 금액인 4850억원의 자동화 설비 투자를 시행했다.
이외에도 쿠팡은 배송기사들을 위해 직접 채용을 통해 직업적 안정성을 부여하고, 차량, 차량유지비(유류비, 보험료 등), 통신비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특히 매년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고 종합건강검진을 제공한다.
이처럼 일반 택배회사와 쿠팡의 차이점은 있다. 하지만 쿠팡에서도 과로사하는 직원이 없는 건 아니다.
쿠친(쿠팡맨) 과로사 사건은 잊을만하면 전해지곤 한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2일 물류센터 밤샘 근무 후 집에서 쿠팡 직원 장씨(27)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비닐과 빈 종이박스 등 포장재를 공급하는 지원업무를 담당했다. 쿠팡 측은 해당 직원이 택배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도 아니고 지난 3개월간 평균 근무시간은 주44시간이었다고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 등의 의견은 다르다. 유족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숨진 장씨가 업무강도가 가장 높은 곳에서 근무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물량이 늘었지만 회사 차원에서 인력충원을 하지 않아 장씨가 과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김태완 대표는 “세계보건기구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며 "장씨는 사망 전 3개월 동안 한 주에 5일 이상 야간에 일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3월에도 쿠팡의 40대 비정규직 배송 노동자 김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쿠팡은 자체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배송 관련 직원들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며 직원 혹사 의혹은 쉽게 씻어버리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