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배민 라이더스' 이미지(자료=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이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을 갖춘 후 라이더들의 고충이 늘고 있다. AI가 직선거리로만 거리를 계산해 라이더들에게 무리한 배달 시간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에 배민 측은 시간 준수를 못 한다고 해도 라이더에게 돌아가는 패널티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배달 시간 초과 횟수가 누적되면 해당 라이더에게는 30분 동안 콜이 배정되지 않는 등 불이익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30분 내 배달 정책’으로 배달 라이더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도미노사태가 재현될까 우려가 앞서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달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어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배달업체의 알고리즘 자동배차시스템이 라이더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이들이 제공한 자료에는 인공지능 배차 시스템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일반 내비게이션 앱에선 최소 22분이 소요되는 장소가 배달의민족 배달콜 인공지능 앱에는 직선거리로 계산돼 12분 거리로 나왔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오토바이로 배달하는데, 자동차 전용도로인 강변북로를 타야 도착할 수 있는 난지주차장 콜을 배차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AI가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라이더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 배차를 한 것이다.
주문 시 안내된 20분 내외의 배달 예정 시간을 라이더가 지키지 못 했을 경우 배민이 고객에게 부여하는 할인쿠폰 이미지(자료=뷰어스DB)
특히 B마트 배달의 경우, 당초 안내된 배달예상시간을 못 지킬 경우 고객에게 할인쿠폰을 준다.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측은 “할인쿠폰은 본사에서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것으로 배달시간을 못 지켰다고 라이더에게 가는 불이익은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 같은 본사 입장과는 달리 실제 라이더는 AI가 정해준 배달시간을 지키지 못 할 경우, 그 횟수 누적 시 30분 동안 콜 배정을 받지 못 한다고 밝혔다. 금전적 불이익은 주지 않지만 라이더들의 생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간’을 패널티로 부여하는 것이다.
이에 지난 2010년 도미노피자 소속 배달원이 급하게 피자를 배달하다 택시와 충돌해 사망한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는 배달원 안전 문제로 7년 전 이미 폐지했던 ‘30분 배달 보장제’를 한국에서는 유지하고 있었다. 30분 내 배달을 해야 한다는 부담에 무리한 스피드를 내다 사망하는 배달원이 생기자 그제야 해당 제도가 폐지됐다.
일각에서는 배달의민족의 AI배차시스템이 같은 ‘도미도피자 사태’를 재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