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KB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 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두 그룹 모두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대손충당금 부분에서 승부가 갈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이 희망퇴직 등에 따른 비용증가와 사모펀드 부실 사태, 코로나19에 따른 대손충당금 등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증권, 캐피탈, 신용카드, 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들이 성장했다.
■ KB금융, 수수료 이익 폭증으로 실적 견인
KB금융은 지난해 3조 45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3조 3118억원) 대비 4.3% 증가한 것. 국내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4년 연속 3조원대 당기순이익을 냈다.
특히 수수료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룹 수수료 이익은 2조 958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5.6%나 불었다. 증권업 수입 수수료가 7933억원으로 77.9% 폭증한 덕분이다.
계열사별로 보면 KB증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당기순이익은 4256억원으로 65%나 증가했다. 그룹 내 당기순이익 순위에서 은행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순수수료 수익이 9168억원으로 58% 늘어난 영향이 컸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 2982억원으로 5.8% 줄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자 이익은 늘었지만 퇴직금이 늘고 충당금도 많이 쌓은 여파"라고 분석했다.
국민카드 당기순이익은 3247억원으로 2.6% 늘었다. 보험 실적은 안 좋았다. KB손해보험 당기순이익은 1639억원으로 30% 줄었다. KB생명보험은 2019년 160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232억원 당기순손실을 나타냈다.
■ 신한금융, 사모펀드 보상 관련 손실 여파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3조 4146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11억원(0.3%) 증가에 그쳤다. 대손충당금에 발목이 잡혔다.
작년 한 해 신한금융이 쌓은 대손충당금은 총 1조 3906억원으로 전년(9508억원)보다 46.3% 늘었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등 투자상품 손실액은 총 4725억원이 잡혔다.
신한은행과 제주은행의 당기순이익이 대손충당금 환입 효과와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감소로 전년도보다 11.1% 줄었다.
비은행 부문 중 신한생명(43.6%)과 신한캐피탈(27.4%) 등이 선전했지만,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의 당기순이익이 라임 보상 비용 탓에 전년도보다 30% 감소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해외투자자산 696억원 평가손실분도 반영됐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외부 실사 평가를 반영해 4분기 신한은행에서 라임 CI펀드 등 관련 손실 692억원, 신한금융투자에서 라임 TRS(총수익스와프) 관련 손실 1153억원이 반영됐다"며 "코로나 관련 충당금도 1873억원 추가로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이 리딩 뱅크를 되찾았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양사의 당기순이익 격차는 406억원밖에 나지 않는다. 이는 일회성 요인으로도 뒤집힐 수 있는 수준이다. 앞으로 순위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하나금융, 비은행 부문 약진으로 10% 성장세
비은행 부문이 약진한 하나금융지주는 10%의 이익 성장세를 달성하며 선전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조 6372억원으로 전년대비 10.3% 증가했다. 지난해 누적 대손충당금 등 전입액은 8473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 101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1082억원의 코로나19 관련 대손충당금을 추가해 연간 3377억원을 적립했다"면서 "지난 2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사모펀드 관련 선제적 비용 1126억원을 인식해 연간 2207억원을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0.2% 감소한 1조 3070억원을 기록했다. 비은행 부문에서 이익은 정체됐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사모펀드 보상금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의 충당금 총계는 1조 9180억원으로 전년(1조 6000억원) 대비 19.9%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 3703억원으로 전년대비 10.3% 감소했다. 다만 캐피탈 저축은행 등 인수합병과 자산건전성 개선 등으로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올해 핵심 전략인 '디지털 혁신'을 전사적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2021년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원년'으로 선포하며 지속가능경영 기반을 착실히 다져나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