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대표(사진=KT)
KT의 인터넷 속도 조작 사건으로 인해 통신업계 전체가 인터넷 속도 제한 여부와 관련한 실태 조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KT노조가 사태를 협력업체에 떠넘기는 경영진을 고발하고 나섰다. 구현모 KT 대표의 사과가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22일 KT노조는 “사태가 일파만파가 되자 KT경영진은 유투버 폭로 5일 만인 오늘 뒤늦게 사과문을 내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날 KT는 하청업체에 긴급 문자를 보내서 속도저하의 책임을 떠넘기며 심지어 차감조차 하겠다는 악질적인 갑질 대응을 또 했다”고 폭로했다.
문제가 불거 것은 KT의 부적절한 고객 응대 탓이었다. 유명 유투버가 영상으로 문제제기를 하자 KT는 평소 하던 식으로 당사자를 압박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홍보대행사를 통해 영상을 내려달라고 한 것이다. 이 사실조차 유투버에 의해 폭로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국민적 공분을 사게 되었다.
노조에 따르면 논란이 되자 KT직원들에게 제일 먼저 나온 반응은 “터질 게 터졌다”였다. KT 직원 뿐아니라 KT서비스 설치기사들의 내부 고발도 터져 나왔다.
노조는 “총체적 부실관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내부자들로서 KT노동자들은 이번 사태가 KT의 부실 통신품질 관리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KT 경영진의 선택은 성찰이 아니라 갑질이었다”며 “요금이 비싼 고품질 인터넷을 개통해 놓고 통신품질의 기본인 속도측정조차 지금껏 관리하지 않았다. 이는 KT가 지금껏 속도 미달인 상태로 기가 인터넷을 개통해왔음을 거꾸로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KT는 영업실적 때문에 기가인터넷이 불가한 곳에도 개통하도록 하청을 압박해왔다. 그런데 이제 문제가 터지니까 이걸 하청업체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면서 “부실관리에 대한 사과는 말뿐이고 고객응대 갑질에 이어 하청갑질로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태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7일 IT 유튜버 잇섭은 자신의 채널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10기가 요금을 냈는데 사실 100MB였다”며 “최근 인터넷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자 속도를 측정해보니 실제로는 100메가로 서비스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잇섭은 “KT 대행사에서 영상을 내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영상을 왜 내려야 하냐는 물음에는 ‘KT 내부에서 영상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구 대표는 21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개막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속도 설정 부분이 잘못돼 있었고, 고객 응대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이런 사태가 벌어져 죄송하고 앞으로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터넷 품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