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규모도 작고 돈 안되고, 주변에 초등학교도 있고 공사하기 쉽지 않은 곳이 있어요. 그럼에도 한다면 다음 수를 바라보고 하는 거죠."

공사비 상승 등 건설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성은 중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공사를 맡았다면 그 일대 추가 수주를 노리고 도전하는 경우가 있다고 건설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가 그런 사례일 수 있다. 기존 시공사였던 GS건설과의 계약 해지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했지만, 새로운 시공사로 한화건설부문을 낙점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됐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상계5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20일 총회를 열고 한화건설을 시공사로 확정했다. 예정 공사비는 3.3㎡당 770만원, 총 3772억원 규모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35층, 5개 동, 총 996가구로 새 아파트 단지로 거듭난다. 한화건설의 주거 브랜드 '포레나'가 적용될 예정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빨간 네모). (사진=네이버지도 갈무리)

■ 사업성이 없어 GS건설은 떠나

상계5단지는 당초 2023년 GS건설을 시공사로 뽑았다. 하지만 계약 해지까지 이어진 과정에는 '사업성 한계'와 '조합원 부담'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1987년 준공된 단지는 전용 31㎡ 소형평형 위주로 구성돼 일반분양분이 고작 3가구. 조합원 분담금은 가구당 5억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됐고 일부 고령 조합원들은 "재건축보다는 현 상태 유지가 낫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사비 상승과 금융환경 악화까지 겹치자 조합 내부 갈등은 커졌다. 업계에서는 "대형 건설사가 사업성 낮은 소규모 재건축에 장기적으로 매달리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결국 GS건설은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계약 해지 수순을 밟았다. 이후 두 차례 입찰마저 유찰되면서 상계5단지는 장기간 표류했다. '노원 재건축의 대표적인 난제 단지'라는 꼬리표도 붙었었다.

■ 사업성 보정계수, 판 바꿔

교착 상태에 빠진 사업을 되살린 것은 서울시가 '사업성 보정계수' 제도를 도입하면서다. 이 제도는 재건축 사업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확대 적용해 분양 수익을 높이고 이를 통해 조합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상계5단지에 보정계수가 적용되면서 공공임대 물량은 153가구에서 55가구로 대폭 줄였다. 반면 일반분양은 3가구에서 101가구로 늘어나면서 사업성이 높아졌다. 그 결과 조합원 1인당 평균 분담금은 약 1억원 줄어드는 효과가 예상된다.

노원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들면서 인근 다른 재건축 단지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재건축 시장도 활발해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화건설, 동북권 정비사업 진출 신호탄

한화건설은 이번 수주로 서울 동북권 재건축 시장에 본격 발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번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추가 수주를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한화의 이번 수주를 공격적 행보로 평가한다. 그간 대형 건설사들이 기피했던 소형 평형 중심 단지를 과감히 수주한 것은 리스크 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셈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상계5단지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포레나 브랜드와 정비사업 역량을 동시에 시장에 각인시킬 것"이라며 "상계지역에서는 이미 포레나가 대장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이 지역 재건축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는 최근 몇 년간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를 늘리며 정비사업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상계5단지는 그 흐름을 확장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감도 (사진=뷰어스DB)


조합 자금력·분양시장 변수 등 수익성 관건…노원구 재건축 선점 효과는 기대감

그러나 여전히 수익성은 불확실하다. 노원구는 고령 조합원이 많아 자금 조달 능력에 한계가 있다. 분담금이 줄었다 해도 여전히 수억원대 부담이 남아 있고 상당수 조합원들은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금리 환경에 따라 사업 속도가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분양시장도 변수다. 최근 상계동 일대 실거래가는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노원구는 강남·여의도 등 핵심 지역에 비해 수요 쏠림이 약하다. 보정계수로 사업성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청약 수요가 안정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건설사 수익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상계5단지의 재건축 재개는 노원구 전체 재건축 시장에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미 상계1·2·3·6·10단지 등 인근 단지들이 정비계획 수립이나 주민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 일부 단지는 4000가구 이상 초대형 단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상계5단지는 지하철 4·7호선 더블 역세권 입지와 실거래가 5억원대로 상대적으로 낮은 매매가격으로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평가가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5일 전용 31㎡가 5억1000만원에 거래돼 전달 동일 면적 대비 3500만원 올랐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선별 수주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들어간 것"이라며 "이미 공사비도 증액됐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대형건설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화가 이번에 두 번째 재건축에 나선 것이고 브랜드 타운 형성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