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자간담회장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발표하는 KT 구현모 사장 (자료=연합뉴스) 과거 국회의원 불법 후원 수사가 재개된 상황에서 KT가 고객들에게 서비스 품질을 속여 제공하던 사실이 드러나 악재가 한 겹 더 겹쳤다. 고객에 국내에서 가장 비싼 10기가 서비스를 팔고 실제로는 100분의 1 수준인 100메가 속도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168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 잇섭에 의해 폭로되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제기된 네트워크 품질 문제에 부적절한 대응으로 일관해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 KT, '서비스 품질 문제 폭로' 유튜버 잇섭에 "영상 내려라"…도덕성 논란 기름붓기 지난 17일 IT 유튜버 잇섭은 자신의 채널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10기가 요금을 냈는데 사실 100MB였습니다? KT빠인 내가 10기가 인터넷을 비추하는 이유(2년 실사용자)’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대용량 영상을 주로 다루는 해당 유튜버는 일반인은 잘 사용하지 않는 고액 요금제 KT 10기가(10Gbps)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그러다 최근 인터넷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자 속도를 측정해보니 실제로는 100메가로 서비스되고 있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자 KT는 바로 원격으로 서비스를 정상화시켰다. 해당 유튜버는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폭로했다. 인터넷 속도 저하 문제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 때마다 원격으로 정상화시켜줬다는 것이다. 보상보다는 추후 서비스 품질 저하가 또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에는 “속도 저하의 원인은 우리도 모른다”며 “KT에서는 10기가 신호를 계속 보냈기 때문에 우리는 문제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KT에서 속도 느려짐에 대해 먼저 체크할 수는 없다”며 “해결책은 소비자 측에서 매일 속도 측정을 해서 속도가 느려지면 전화를 달라”고 말했다. 이에 한 누리꾼은 “볶음밥 100인분을 시켰는데 1인분이 나와서 99인분은 어디갔죠? 하니까 99인분도 나왔을텐데 어디 있으실거예요. 우린 드렸어요”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KT의 무책임한 대응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 유튜버는 KT 대행사에서 영상을 내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영상을 왜 내려야 하냐는 물음에는 ‘KT 내부에서 영상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유튜버 잇섭은 “납득할 만한 이유가 나오기 전까지 영상이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KT에서 정말 납득할 만한 이유를 혹시라도 알려줄 수 있다면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는 과거 해당 유튜버와 함께한 광고영상도 내린 상태다. 논란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보다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에 KT 새노조는 “이는 전형적인 KT의 리스크 대응 방식”이라며 “리스크의 파급효과에 대해 둔감하고,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더 늦기 전에 구현모 사장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고의 개통 지연·불법 정치자금 후원 '리스크 범벅'…이와중에 자산관리 서비스 진출? KT 도덕성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최근 신규 출시 단말기인 갤럭시노트20 사전예약 기간에 7만2840여명의 가입자를 유치하고 그 중 1만9465명(26.7%)의 이용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1일~6일까지 개통을 지연해 방통위 제재를 받았다. 이용자에게 상세한 설명이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말기 개통을 지연한 것이다. KT 대리점은 본사 지시에 따라 사전예약자 번호이동 조건 등 영업수익에 불리한 건은 사전 안내 절차 없이 임의로 지연시켰다. 장려금 마진·수익에 유리한 조건의 일반 단말 또는 기기변경만을 우선 개통 처리해 줬다. 이 같은 KT 꼼수 때문에 많은 고객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보다 먼저 KT는 지난 2019년 황창규 전 회장을 필두로 고위급 임원들이 국회의원 99명에게 수백만원씩 불법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회사 돈으로 상품권을 구매하고 되팔아 마련한 현금으로 후원 금액을 마련해 일명 ‘상품권깡’ 사건으로 불린다. 지난 6일 KT 상무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1년여 만에 사건 수사가 재개되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현모 사장도 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이처럼 고객발 리스크, 오너리스크가 연일 지속되는 상황에서 KT는 자산관리 핀테크 기업 뱅크샐러드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사실상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KT 오너리스크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금융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절차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KT, ‘10기가 요금제 100메가만 제공’ 꼼수…168만 유튜버 잇섭에 덜미

불법 정치자금 후원·고의 개통 지연에 서비스 품질 논란까지 겹쳐 ‘삼중고’
해결되지 않은 도덕성 논란에 ‘뱅크샐러드’ 인수 강행?…대주주 적격성 되나

이인애 기자 승인 2021.04.19 10:28 의견 0

지난해 기자간담회장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발표하는 KT 구현모 사장 (자료=연합뉴스)


과거 국회의원 불법 후원 수사가 재개된 상황에서 KT가 고객들에게 서비스 품질을 속여 제공하던 사실이 드러나 악재가 한 겹 더 겹쳤다. 고객에 국내에서 가장 비싼 10기가 서비스를 팔고 실제로는 100분의 1 수준인 100메가 속도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168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 잇섭에 의해 폭로되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제기된 네트워크 품질 문제에 부적절한 대응으로 일관해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 KT, '서비스 품질 문제 폭로' 유튜버 잇섭에 "영상 내려라"…도덕성 논란 기름붓기

지난 17일 IT 유튜버 잇섭은 자신의 채널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10기가 요금을 냈는데 사실 100MB였습니다? KT빠인 내가 10기가 인터넷을 비추하는 이유(2년 실사용자)’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대용량 영상을 주로 다루는 해당 유튜버는 일반인은 잘 사용하지 않는 고액 요금제 KT 10기가(10Gbps)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그러다 최근 인터넷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자 속도를 측정해보니 실제로는 100메가로 서비스되고 있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자 KT는 바로 원격으로 서비스를 정상화시켰다. 해당 유튜버는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폭로했다. 인터넷 속도 저하 문제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 때마다 원격으로 정상화시켜줬다는 것이다.

보상보다는 추후 서비스 품질 저하가 또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에는 “속도 저하의 원인은 우리도 모른다”며 “KT에서는 10기가 신호를 계속 보냈기 때문에 우리는 문제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KT에서 속도 느려짐에 대해 먼저 체크할 수는 없다”며 “해결책은 소비자 측에서 매일 속도 측정을 해서 속도가 느려지면 전화를 달라”고 말했다.

이에 한 누리꾼은 “볶음밥 100인분을 시켰는데 1인분이 나와서 99인분은 어디갔죠? 하니까 99인분도 나왔을텐데 어디 있으실거예요. 우린 드렸어요”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KT의 무책임한 대응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 유튜버는 KT 대행사에서 영상을 내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영상을 왜 내려야 하냐는 물음에는 ‘KT 내부에서 영상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유튜버 잇섭은 “납득할 만한 이유가 나오기 전까지 영상이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KT에서 정말 납득할 만한 이유를 혹시라도 알려줄 수 있다면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는 과거 해당 유튜버와 함께한 광고영상도 내린 상태다. 논란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보다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에 KT 새노조는 “이는 전형적인 KT의 리스크 대응 방식”이라며 “리스크의 파급효과에 대해 둔감하고,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더 늦기 전에 구현모 사장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고의 개통 지연·불법 정치자금 후원 '리스크 범벅'…이와중에 자산관리 서비스 진출?

KT 도덕성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최근 신규 출시 단말기인 갤럭시노트20 사전예약 기간에 7만2840여명의 가입자를 유치하고 그 중 1만9465명(26.7%)의 이용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1일~6일까지 개통을 지연해 방통위 제재를 받았다. 이용자에게 상세한 설명이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말기 개통을 지연한 것이다.

KT 대리점은 본사 지시에 따라 사전예약자 번호이동 조건 등 영업수익에 불리한 건은 사전 안내 절차 없이 임의로 지연시켰다. 장려금 마진·수익에 유리한 조건의 일반 단말 또는 기기변경만을 우선 개통 처리해 줬다. 이 같은 KT 꼼수 때문에 많은 고객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보다 먼저 KT는 지난 2019년 황창규 전 회장을 필두로 고위급 임원들이 국회의원 99명에게 수백만원씩 불법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회사 돈으로 상품권을 구매하고 되팔아 마련한 현금으로 후원 금액을 마련해 일명 ‘상품권깡’ 사건으로 불린다.

지난 6일 KT 상무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1년여 만에 사건 수사가 재개되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현모 사장도 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이처럼 고객발 리스크, 오너리스크가 연일 지속되는 상황에서 KT는 자산관리 핀테크 기업 뱅크샐러드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사실상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KT 오너리스크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금융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절차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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