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출근 시간이 지난 오전 10시에도 9호선 노선 이용객은 붐볐다. 김포 시민들은 지옥철이라 불리는 골드라인을 탑승한 후에도 붐비는 9호선이나 5호선을 이용해 서울 중심부로 가야한다. (사진=뷰어스 정지수 기자)
GTX-D노선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집값 문제에서 비롯된 지역이기주의 문제라는 시선과 시민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이다. 문제 해결 주체가 돼야할 국토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뷰어스는 GTX-D와 관련한 김포 시민들의 목소리와 함께 국토부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합의점을 향한 자그마한 길이라도 뚫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저희가 오죽하면 일부러 구호도 바꿨습니다.”
6일 김포검단 교통시민연대(이하 김검시대) 비대위원은 “강남 직결이 아니라 하남 직결로 구호를 바꿨다. 주변에서 계속 집값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는 프레임을 씌워서 답답한 상황이다”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정치권과 엮는 이들도 있는데 오로지 김포와 검단의 교통망 개선이 목적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GTX-D노선의 하남 직결을 요구하는 김검시대 측은 김포에 살아봤다면 집값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 것이라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포에 23년째 살고 있지만 무주택자라고 밝힌 김검시대 비대위원은 “자꾸 집값 얘기를 하는데 중심지구와 대단지나 7억 이상 부르지 그 이하는 2억, 3억 하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또 “국토부는 GTX-D노선을 따로 언급한 적이 없고 오해가 커진 것이라는데 사실 말도 한번 했다. 그리고 문의를 위해 전화를 계속했었는데 검토 중이라면서 신호를 주더니 갑자기 이렇게 뒤통수를 때리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계속해서 “김포에 살고 있으면 이 상황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김포 골드라인 2량 짜리가 전부인데 4량으로 늘릴 수도 없고 이거 서울 간다고 할 수 있나”며 “9호선이 지옥철이라고 하는데 골드라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포공항행 골드라인은 이날 오전 10시에도 앉을 자리가 없이 꽉찬 모습이었다. 여기서 서울 강남 출퇴근을 위해 환승할 경우에는 서울 내에서도 혼잡율이 높기로 악명이 높은 9호선을 타야 한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급행 노선의 지난 2015년 혼잡도는 205%였고 지난 2월 정하영 김포시장이 밝힌 김포 골드라인의 혼잡도는 290%다.
김포에서 부천까지로 그친 GTX-D노선 (자료=한국교통연구원)
■”신도시가 신도시 같지 않다”..지역 차별론까지 대두
김포 한강신도시는 2003년 참여정부가 발표한 2기 신도시의 일환으로 조성된 계획도시다. 정부 주도 하에 만들어진 도시 임에도 정부가 교통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점도 김포 시민들의 화를 키웠다.
김포시 부동산 업자는 “교통분담금을 처음 들어올 때 한 2000만원을 낸 걸로 기억한다. 1000만원 이상은 무조건 냈다. 그런데 결국 김포 시민들이 낸 돈으로 2량 짜리 경전철 만든 게 전부다”라고 황당해 했다.
이어 “GTX-D노선이 하남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집값이 오르겠지만 교통 해소는 집값이 아니라 김포 검단 시민들의 생존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유사한 비판이 나왔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포 신도시가 시민들이 원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정부 계획으로 만들어진 만큼 교통 문제도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김포 시민들은 GTX-D 노선 사업이 부천종합운동장역에 그치게 될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집값 때문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포 시민들은 무엇보다 그동안 정부가 김포를 홀대해왔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김포 신도시는 탄생 배경부터 잡음이 잇따랐다.
김포 신도시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 계획은 이랬다. 구래동-석모리-장기지구-운양동을 연담화하여 개발하는 것으로 규모는 일산신도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엔 김포 군부대 문제가 내재해 있었다.
유사 시 김포를 남북으로 나누어 관리하기 위한 군부대의 찰리방어선이 문제였다. 부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모리와 누산리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있어 이를 해제해야만 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반발로 2004년 계획이 당초 안보다 훨씬 좁은 수준으로 대폭 수정돼 구래리와 석모리-누산리와 운양동 대부분이 잘리는 일이 벌어졌다.
2005년 다시 구래리와 운양동 및 장기동 일부가 포함됐고 이후 규모를 다시 키우면서 현재의 신도시가 됐다. 그러나 석모리의 이탈로 구래동과 장기동 일부는 끝내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하나의 신도시라기보다는 택지지구 세 개를 붙여놓은 것 같은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국가 계획 아래에 만들어진 신도시가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교통문제도 시민들의 분담금으로 해결에 나섰지만 인구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는 게 시민들의 이야기다.
다른 지역과의 차별 문제도 거론된다. 김검시대 관계자는 “28만 인구 하남시는 5호선과 9호선, 3호선이 가며 남양주는 서울직결 노선만 7개인데 김포시는 0개”라고 토로했다.
■사업 무산 향한 국토부의 밑그림 의혹까지
국토부가 발표한 김포(장기)~부천종합운동장 구간만 반영하겠다고 발표한 부분을 두고는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해당 사업이 2조1000억원의 사업 비용으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취지의 예산 투입 정도가 적절하다고 봤으나 김포 민심은 달랐다.
김검시대 비대위원은 “이미 9호선 환승해야 하는데 환승 노선을 또 만들어서 서울로 가게 만드는 이유를 잘 모르곘다. 노선이 늘면 교통 혼잡이 줄기야 할지 모르겠지만 김포 골드라인 타는 게 서울로 진입하기에 훨씬 빠르다”면서 이용객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또 “김부선을 누가 타겠나. 김포 시민들 사이에선 예타가 나오지 않을 게 뻔한데 아예 계획이 없다가 시끄러우니 하는 척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BC(비용대비 편익)값이 절대 안나온다. 그러면 어차피 무산될텐데 그걸 노리는 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끝으로 “교통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계속 활동할 것이다”라면서 “각종 유튜브, 카페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시도해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