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생분해 소재 PHA. 사진=CJ제일제당. 식기와 칫솔 등 각종 생활용품에서 의류와 각종 기계 부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됐습니다. 사용처가 광범위한 만큼 그로 인한 쓰레기 문제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죠. 특히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은 해양생물을 넘어 밥상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회용품 등이 지닌 편리함 때문에 수많은 저감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꾸준히 늘고 있죠. 유통업계에서도 포장재 등 제품에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만큼 다양한 저감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비닐봉투를 종이봉투로 대체하는 등 일부 성과도 거뒀지만, 빨대와 컵을 종이로 대체하려 한 시도는 물성이 달라 소비자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무작정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해서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결국 플라스틱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면서도 환경문제는 피할 수 있는 ‘만능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행히도 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신소재가 있습니다. 최근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각광받는 생분해 소재 PHA(polyhydroxyalkanoate,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인데요. 전세계에서 현재 PHA를 양산하는 기업은 단 세 곳뿐입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CJ제일제당입니다. ‘햇반’이나 ‘비비고’ 등 가공식품으로 유명한 회사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첨단 신소재를 양산한다니, 언뜻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데요. 이 묘한 간극을 좁히려면 먼저 PHA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천연재료 소재로 미생물이 만든 ‘썩는 플라스틱’ PHA 소재를 적용한 용기 제품. (사진=CJ제일제당) 플라스틱이 문제가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썩는 시간’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플라스틱이 ‘생분해’되기 위해서는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천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생분해란 박테리아나 균류 등에 의해 화합물이 무기물로 분해되는 것을 뜻하는데, 정작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지 않다 보니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죠. 플라스틱 원료가 '원유'에서 추출한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 착안해 옥수수 전분, 팜유 등 천연재료로 만들어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생분해 소재입니다. 생분해 소재 중에서도 종류가 갈리는데, 모두가 ‘친환경’ 소재인 것은 아닙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LA(Polylactic Acid, 폴리젖산)의 경우 분해를 위해 60도 고열 속에서 6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자연환경에 방치된다면 일반 플라스틱과 분해 시간에서 큰 차이가 없어 쓰레기 처리를 위한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 것이 단점이죠. 반면 PHA는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 안에 쌓아놓는 고분자 물질로, 토양과 해양을 비롯한 대부분 자연환경에서 분해됩니다. 게다가 구조와 물성 또한 조절할 수 있어 타 생분해 소재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환경과 활용성 양면에서 모두 이상적인 플라스틱의 대체재인 셈입니다. 다만 미생물을 배양해 발효하는 방식으로 제조되기 때문에 생산 속도가 느리고 가격이 비싼 것이 단점이었는데요. CJ제일제당은 이 PHA를 양산하는 것은 물론,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결정형 aPHA(amorphous PHA, 고무와 유사한 부드러운 물성을 지닌 소재)도 상업생산하고 있습니다. ■잔뼈 굵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 ‘PHA 생태계’로 시장 선도 PHA 소재를 적용한 제품들.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식품회사’란 인상이 강하지만, 1964년부터 바이오 사업에 발을 내딛었을만큼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1977년엔 식품 맛소재 원료인 핵산을 생산했고, 1984년엔 바이오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섰죠. 1991년부터는 해외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라이신과 트립토판 등 다양한 식품·사료용 아미노산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사료용 아미노산 분야에서는 세계 1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죠. 그만큼 CJ제일제당은 미생물 균주 개량 및 통제와 발효·정제·배합 등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PHA도 미생물을 통해 생산되는 만큼 CJ제일제당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죠. CJ제일제당은 바이오 사업부문의 신사업으로 PHA를 앞세운 친환경 소재 기술, 이른바 ‘화이트 바이오’를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인데요. 이를 위해 PHA를 단일 소재뿐 아니라 ‘플랫폼’으로 활용해 경쟁력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PHA는 소재 가공 방식에 따라 강도와 물성 등 다양한 개선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었죠. 다양한 제품에 PHA를 적용하기 위해선 가공 관련 기술이 핵심 역량이 돼야 하고, 그 적용 분야가 다양한 만큼 산업 구조 역시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 역량으로는 생태계 확장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CJ제일제당은 다양한 협력사와 ‘PHA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PHA 종이코팅을 개발해 CU 컵라면 용기에 적용하고, PHA 적용 섬유 제품 개발을 위해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과 3년에 걸친 연구개발을 한 것이 대표적이죠. 글로벌 생분해 소재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2021년 약 5조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6조원으로 3배 이상 성장이 전망될 정도죠. CJ제일제당은 광범위한 협업을 바탕으로 발 빠르게 ‘PHA 생태계’를 구축해 관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소비자 일상생활에 밀접한 다양한 분야로 PHA 활용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인데요. CJ제일제당이 앞으로 그려나갈 ‘친환경 플라스틱’의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알쏭달쏭Y] '햇반' 회사가 '생분해 소재'에 빠진 이유

플라스틱 문제 대안으로 부상, CJ제일제당 포함 전세계 3개 기업만 양산
천연재료로 만들어 자연환경서 미생물 통해 분해…구조·물성 조절도 가능
CJ제일제당, ‘PHA 생태계’ 구축 앞장…“16조원 생분해 소재 시장 선도”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9.04 06:00 의견 0
CJ제일제당 생분해 소재 PHA. 사진=CJ제일제당.

식기와 칫솔 등 각종 생활용품에서 의류와 각종 기계 부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됐습니다. 사용처가 광범위한 만큼 그로 인한 쓰레기 문제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죠. 특히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은 해양생물을 넘어 밥상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회용품 등이 지닌 편리함 때문에 수많은 저감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꾸준히 늘고 있죠.

유통업계에서도 포장재 등 제품에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만큼 다양한 저감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비닐봉투를 종이봉투로 대체하는 등 일부 성과도 거뒀지만, 빨대와 컵을 종이로 대체하려 한 시도는 물성이 달라 소비자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무작정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해서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결국 플라스틱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면서도 환경문제는 피할 수 있는 ‘만능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행히도 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신소재가 있습니다. 최근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각광받는 생분해 소재 PHA(polyhydroxyalkanoate,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인데요. 전세계에서 현재 PHA를 양산하는 기업은 단 세 곳뿐입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CJ제일제당입니다. ‘햇반’이나 ‘비비고’ 등 가공식품으로 유명한 회사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첨단 신소재를 양산한다니, 언뜻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데요. 이 묘한 간극을 좁히려면 먼저 PHA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천연재료 소재로 미생물이 만든 ‘썩는 플라스틱’

PHA 소재를 적용한 용기 제품. (사진=CJ제일제당)

플라스틱이 문제가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썩는 시간’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플라스틱이 ‘생분해’되기 위해서는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천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생분해란 박테리아나 균류 등에 의해 화합물이 무기물로 분해되는 것을 뜻하는데, 정작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지 않다 보니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죠. 플라스틱 원료가 '원유'에서 추출한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 착안해 옥수수 전분, 팜유 등 천연재료로 만들어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생분해 소재입니다. 생분해 소재 중에서도 종류가 갈리는데, 모두가 ‘친환경’ 소재인 것은 아닙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LA(Polylactic Acid, 폴리젖산)의 경우 분해를 위해 60도 고열 속에서 6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자연환경에 방치된다면 일반 플라스틱과 분해 시간에서 큰 차이가 없어 쓰레기 처리를 위한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 것이 단점이죠.

반면 PHA는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 안에 쌓아놓는 고분자 물질로, 토양과 해양을 비롯한 대부분 자연환경에서 분해됩니다. 게다가 구조와 물성 또한 조절할 수 있어 타 생분해 소재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환경과 활용성 양면에서 모두 이상적인 플라스틱의 대체재인 셈입니다.

다만 미생물을 배양해 발효하는 방식으로 제조되기 때문에 생산 속도가 느리고 가격이 비싼 것이 단점이었는데요. CJ제일제당은 이 PHA를 양산하는 것은 물론,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결정형 aPHA(amorphous PHA, 고무와 유사한 부드러운 물성을 지닌 소재)도 상업생산하고 있습니다.

■잔뼈 굵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 ‘PHA 생태계’로 시장 선도

PHA 소재를 적용한 제품들.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식품회사’란 인상이 강하지만, 1964년부터 바이오 사업에 발을 내딛었을만큼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1977년엔 식품 맛소재 원료인 핵산을 생산했고, 1984년엔 바이오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섰죠. 1991년부터는 해외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라이신과 트립토판 등 다양한 식품·사료용 아미노산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사료용 아미노산 분야에서는 세계 1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죠.

그만큼 CJ제일제당은 미생물 균주 개량 및 통제와 발효·정제·배합 등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PHA도 미생물을 통해 생산되는 만큼 CJ제일제당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죠. CJ제일제당은 바이오 사업부문의 신사업으로 PHA를 앞세운 친환경 소재 기술, 이른바 ‘화이트 바이오’를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인데요. 이를 위해 PHA를 단일 소재뿐 아니라 ‘플랫폼’으로 활용해 경쟁력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PHA는 소재 가공 방식에 따라 강도와 물성 등 다양한 개선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었죠. 다양한 제품에 PHA를 적용하기 위해선 가공 관련 기술이 핵심 역량이 돼야 하고, 그 적용 분야가 다양한 만큼 산업 구조 역시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 역량으로는 생태계 확장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CJ제일제당은 다양한 협력사와 ‘PHA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PHA 종이코팅을 개발해 CU 컵라면 용기에 적용하고, PHA 적용 섬유 제품 개발을 위해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과 3년에 걸친 연구개발을 한 것이 대표적이죠.

글로벌 생분해 소재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2021년 약 5조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6조원으로 3배 이상 성장이 전망될 정도죠. CJ제일제당은 광범위한 협업을 바탕으로 발 빠르게 ‘PHA 생태계’를 구축해 관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소비자 일상생활에 밀접한 다양한 분야로 PHA 활용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인데요. CJ제일제당이 앞으로 그려나갈 ‘친환경 플라스틱’의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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