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개혁’을 선언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관련업계나 언론조차 해당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이에 정부 당국은 왜 보험개혁에 나섰는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7회에 걸쳐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순서> ①지금, 왜 보험개혁인가 ②한화생명은 왜 제판분리 나섰나 ③삼성화재는 왜 방카에서 철수했나 ④교보생명은 왜 디지털에 뛰어들었나 ⑤토스는 왜 보험 전략을 수정했나 ⑥KB라이프는 왜 시니어사업에 뛰어들었나 ⑦금리하락기, 보험사는 왜 두려운가 자료=보험연구원(K-ICS 할인율과 보험회사 자본관리) 코로나19 발생으로 0.5% 수준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2023년 1월 3.5%까지 올랐다. 1년 반만에 3.0%포인트가 오른 것.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의 인상이었다. 이후 13회 연속 동결을 이어가다 현재 금리 인하를 목전에 뒀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0.25%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내년 2%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금리 시대’는 많은 것을 바꿔놨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흥청망청 했던 분위기는 싹 사라졌다. 대표적인 곳이 부동산 시장이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정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영세 자영업자 등 부채가 많은 이들은 큰 고통을 받은 반면 은행업과 보험업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고금리 지속으로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대로 떨어져 이제 경기 둔화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호황을 누렸던 은행업과 보험업은 ‘금리 인하기’라는 터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은행에 비해 타격이 클 수 있어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많은 보험사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문을 닫기도 했다. 보험연구원의 노건엽 연구위원과 정수진 연구원은 지난 8일 ‘K-ICS 할인율과 보험회사 자본관리’ 보고서에서 “금리 100bp 하락 시 경과조치 적용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이 생명보험회사는 25%포인트, 손해보험회사는 30%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현재 보험회사는 높은 이익을 시현하고 있지만 시장금리 하락과 당국의 ‘할인율 현실화 방안’에 따른 자본 감소로 향후 지급여력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급여력비율이 300% 안팎인 보험사들의 경우 금리가 떨어져도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지만 한화생명, 흥국생명, 현대해상, 롯데손보 등 200% 전후의 보험사들은 25~30%포인트 하락할 경우 당국의 기준선인 150%에 근접하게 된다. 보험사에게 금리 인하가 반갑지 않은 이유다. 보험사는 만기가 긴 보험상품의 특성상 자산과 부채를 금융회사들 가운데 가장 장기로 운용한다. 금리가 변동되면 자산과 부채의 가치도 변동될 수밖에 없는데 일반적으로 금리 민감도는 자산보다 부채가 더 크다. 금리 인하의 경우 자산가치 증가보다 부채가치 증가가 더 커 자본(자산-부채)이 감소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금융회사에게 자본 감소는 곧 건전성 악화를 의미한다. 건전성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상황임에도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단기납 종신보험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가입자가 5년 또는 7년 동안 보험료를 납입하고 10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총보험료의 130% 이상을 환급해 주는 상품 판매 경쟁을 펼친 것.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장성 상품인 종신보험에 저축성 보험의 성격을 가미한 일종의 하이브리드형 상품인데, 일부 설계사들은 환급률이 높다는 점만 내세워 저축성 보험처럼 마구 팔아댔다. 보험사들이 출혈을 감수하고 경쟁을 펼친 배경에는 지난해 도입된 새로운 회계제도(IFRS17)가 중심에 있다. IFRS17 체제에서는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미실현 보험계약 이익의 현재가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졌는데 저축성보험 계약은 CSM에 불리한 반면, 보장성보험은 반대로 유리하다고 보험사들은 판단했다. 연금보험, 변액보험 등 저축성보험은 팔면 팔수록 부채가 늘어나는데 비해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CSM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생명보험사들이 종신보험 판매에 열을 올린 것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을 많이 팔면 당장은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문제는 10년 후다. 보험 소비자들이 보험사의 의도와 달리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10년까지 기다렸다가 동시에 해약하면 보험사들은 대량해지 위험으로 적립 준비금이 부족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특히 고금리 시기에 판 상품이 저금리 시기에 해약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익은커녕 손실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 경쟁을 ‘제 살 깎아먹기 경쟁’, ‘단기 실적 중심의 CEO 리스크’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보험업권 간담회에서 “보험산업은 장기산업이자 리스크를 관리하는 산업이지만 지난해 IFRS17 회계제도 도입을 기화로 오히려 단기성과 상품의 출혈경쟁을 펼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뒤 “IFRS17 제도 도입 이후 첫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건전한 수익증대와 부채관리 등 리스크 관리를 선제적으로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보험개혁회의에서는 ‘미래준비반’이 대책을 마련 중이다. ‘선제적 부채관리 추진’을 목표로 △보험계약이전 제도 개선 검토 △공동재보험 활성화 방안 마련 △보험사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등 사전관리 내실화 등을 세부 과제로 제시해 놓은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신회계제도반'에서는 △주요 계리가정 업계 가이드라인 마련 △보험상품 위험액 정교화 △재무정보 공시 실효성 확보 등의 과제를 연말까지 다듬어 갈 예정이다. 노건엽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장기채권 매수뿐만 아니라 만기 30년 국채선물, 공동재보험 등 K-ICS 시행으로 활용 가능한 자본관리 방안이 확대되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채선물의 경우 과거에는 만기 10년 이하의 상품만 존재해 보험회사 금리위험 관리 수단으로 한계가 있었지만 만기 30년 상품이 제공됨에 따라 초장기국채 금리변동 헤지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공동재보험 역시 보험위험뿐만 아니라 금리위험을 이전할 수 있어 요구자본 축소를 통한 지급여력비율 관리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스스로 자본관리를 할 수 있도록 계약재매입 등 부채 구조조정 방안을 조속히 도입하고 내부모형, ORSA(자체리스크관리기준)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계약으로 향후 자본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근본적인 관리방안으로 계약재매입, 계약이전 등의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개혁 Why⑦] 금리하락기, 보험사는 왜 두려운가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9.13 14:00 의견 0

금융당국이 ‘보험개혁’을 선언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관련업계나 언론조차 해당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이에 정부 당국은 왜 보험개혁에 나섰는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7회에 걸쳐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순서>

①지금, 왜 보험개혁인가
②한화생명은 왜 제판분리 나섰나
③삼성화재는 왜 방카에서 철수했나
④교보생명은 왜 디지털에 뛰어들었나
⑤토스는 왜 보험 전략을 수정했나
⑥KB라이프는 왜 시니어사업에 뛰어들었나
⑦금리하락기, 보험사는 왜 두려운가

자료=보험연구원(K-ICS 할인율과 보험회사 자본관리)


코로나19 발생으로 0.5% 수준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2023년 1월 3.5%까지 올랐다. 1년 반만에 3.0%포인트가 오른 것.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의 인상이었다. 이후 13회 연속 동결을 이어가다 현재 금리 인하를 목전에 뒀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0.25%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내년 2%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금리 시대’는 많은 것을 바꿔놨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흥청망청 했던 분위기는 싹 사라졌다. 대표적인 곳이 부동산 시장이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정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영세 자영업자 등 부채가 많은 이들은 큰 고통을 받은 반면 은행업과 보험업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고금리 지속으로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대로 떨어져 이제 경기 둔화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호황을 누렸던 은행업과 보험업은 ‘금리 인하기’라는 터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은행에 비해 타격이 클 수 있어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많은 보험사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문을 닫기도 했다.

보험연구원의 노건엽 연구위원과 정수진 연구원은 지난 8일 ‘K-ICS 할인율과 보험회사 자본관리’ 보고서에서 “금리 100bp 하락 시 경과조치 적용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이 생명보험회사는 25%포인트, 손해보험회사는 30%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현재 보험회사는 높은 이익을 시현하고 있지만 시장금리 하락과 당국의 ‘할인율 현실화 방안’에 따른 자본 감소로 향후 지급여력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급여력비율이 300% 안팎인 보험사들의 경우 금리가 떨어져도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지만 한화생명, 흥국생명, 현대해상, 롯데손보 등 200% 전후의 보험사들은 25~30%포인트 하락할 경우 당국의 기준선인 150%에 근접하게 된다. 보험사에게 금리 인하가 반갑지 않은 이유다.

보험사는 만기가 긴 보험상품의 특성상 자산과 부채를 금융회사들 가운데 가장 장기로 운용한다. 금리가 변동되면 자산과 부채의 가치도 변동될 수밖에 없는데 일반적으로 금리 민감도는 자산보다 부채가 더 크다. 금리 인하의 경우 자산가치 증가보다 부채가치 증가가 더 커 자본(자산-부채)이 감소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금융회사에게 자본 감소는 곧 건전성 악화를 의미한다.

건전성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상황임에도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단기납 종신보험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가입자가 5년 또는 7년 동안 보험료를 납입하고 10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총보험료의 130% 이상을 환급해 주는 상품 판매 경쟁을 펼친 것.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장성 상품인 종신보험에 저축성 보험의 성격을 가미한 일종의 하이브리드형 상품인데, 일부 설계사들은 환급률이 높다는 점만 내세워 저축성 보험처럼 마구 팔아댔다.

보험사들이 출혈을 감수하고 경쟁을 펼친 배경에는 지난해 도입된 새로운 회계제도(IFRS17)가 중심에 있다. IFRS17 체제에서는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미실현 보험계약 이익의 현재가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졌는데 저축성보험 계약은 CSM에 불리한 반면, 보장성보험은 반대로 유리하다고 보험사들은 판단했다. 연금보험, 변액보험 등 저축성보험은 팔면 팔수록 부채가 늘어나는데 비해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CSM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생명보험사들이 종신보험 판매에 열을 올린 것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을 많이 팔면 당장은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문제는 10년 후다. 보험 소비자들이 보험사의 의도와 달리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10년까지 기다렸다가 동시에 해약하면 보험사들은 대량해지 위험으로 적립 준비금이 부족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특히 고금리 시기에 판 상품이 저금리 시기에 해약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익은커녕 손실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 경쟁을 ‘제 살 깎아먹기 경쟁’, ‘단기 실적 중심의 CEO 리스크’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보험업권 간담회에서 “보험산업은 장기산업이자 리스크를 관리하는 산업이지만 지난해 IFRS17 회계제도 도입을 기화로 오히려 단기성과 상품의 출혈경쟁을 펼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뒤 “IFRS17 제도 도입 이후 첫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건전한 수익증대와 부채관리 등 리스크 관리를 선제적으로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보험개혁회의에서는 ‘미래준비반’이 대책을 마련 중이다. ‘선제적 부채관리 추진’을 목표로 △보험계약이전 제도 개선 검토 △공동재보험 활성화 방안 마련 △보험사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등 사전관리 내실화 등을 세부 과제로 제시해 놓은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신회계제도반'에서는 △주요 계리가정 업계 가이드라인 마련 △보험상품 위험액 정교화 △재무정보 공시 실효성 확보 등의 과제를 연말까지 다듬어 갈 예정이다.

노건엽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장기채권 매수뿐만 아니라 만기 30년 국채선물, 공동재보험 등 K-ICS 시행으로 활용 가능한 자본관리 방안이 확대되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채선물의 경우 과거에는 만기 10년 이하의 상품만 존재해 보험회사 금리위험 관리 수단으로 한계가 있었지만 만기 30년 상품이 제공됨에 따라 초장기국채 금리변동 헤지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공동재보험 역시 보험위험뿐만 아니라 금리위험을 이전할 수 있어 요구자본 축소를 통한 지급여력비율 관리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스스로 자본관리를 할 수 있도록 계약재매입 등 부채 구조조정 방안을 조속히 도입하고 내부모형, ORSA(자체리스크관리기준)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계약으로 향후 자본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근본적인 관리방안으로 계약재매입, 계약이전 등의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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