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빗썸 등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 시즌이 돌아왔다. 은행연합회가 가상화폐 거래소 자금세탁방지 위험평가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각 은행에 전달한 만큼 이번 재계약은 어느 때보다 신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국내 4대 거래소로 손꼽히는 빗썸과 코인원 사용자들은 현재 NH농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을 받고 있다. 두 거래소는 다음 달인 7월이 재계약 시점이다. 업비트는 이달 중 케이뱅크와 재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코빗도 다음 달 신한은행과 재계약을 논의 한다.
빗썸, 코인원과 제휴를 맺고 있는 NH농협은행은 뷰어스에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재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NH농협은행 자체적으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겠지만 은행연합회 권고 사항은 존중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고 있지 않지만 거래액 기준 국내 5위 규모의 거래소 고팍스는 부산은행 등 3곳과 계약을 논의 중이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높은 리스트를 감안해 최근 가이드라인을 각 은행에 전달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자금세탁방지 위험평가와 관련된 내용이 주로 담겼다.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으로는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ISMS) 획득여부 ▲금융 관련 법률 위반 이력 ▲다크코인 취급여부 ▲대표자 및 임직원 횡령, 사기 연루 이력 등이다.
국내 2대 거래소로 꼽히는 업비트와 빗썸은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 중 ▲대표자 및 임직원 횡령, 사기 연루 이력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두나무 송치형 의장은 업비트 출범 초기에 임의 법인계정(ID8)을 활용해 15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거래량을 부풀린 혐의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형법상 사전자기록 위작’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 중이다. 송 의장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지분 1/4(25.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빗썸도 실질적 대주주의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 전 의장은 빗썸홀딩스 지분의 60%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실질적 대주주다. 이 전 의장은 과거 김병건 BK그룹 회장과 함께 가상자산 BXA 토큰을 발행하고 마치 빗썸에 상장될 것처럼 홍보해 투자를 유치했다가 상장이 불발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 실명계좌 발급 거래 고삐 당기는 거래소…입맛 다시는 은행권
적지 않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시중 은행으로써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탓이다. 이 때문에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 뿐 아니라 새로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어야 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잰 걸음을 두고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지난 1분기 NH농협은행은 빗썸에서 13억원, 코인원에서 3억 3300원 등 총 16억 33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둬들였다. 신한은행은 코빗에서 수수료 5200만원, 펌뱅킹 이용수수료 9300만원 등 총 1억 45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50억 41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면서 전년 동시 순손실을 절반으로 줄이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달 KB국민, 하나, 우리 SC제일, 한국시티 등 주요 시중은행은 향후에도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있는 은행권에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면서 이를 번복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당장 우리은행은 거래소 한빛과 제휴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일 금융위원회는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20개사의 대면회의를 진행했다. 20개사는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ISMS)을 받은 곳으로 이미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을 제외한 16개사는 시중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제휴가 요구되는 곳들이다.
이들은 오는 9월 24일까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금융위원회에 거래소 신고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