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시장이 무섭도록 성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드디어 터널 끝이 보인다. 일상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9.2%인 1500만여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6월23일 현재). 정부는 3분기까지 70%인 3600만명이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집단 면역 시기가 성큼 다가온 셈이다.
기원 전후를 의미하는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가 코로나19 시대에 Before Corona(코로나 이전)와 After Disease(질병 이후)로 바뀌어 불렸다. 이제 재앙 같은 질병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뷰어스는 창간 6주년을 기념해 코로나19 이후 바뀌는 우리의 삶과 사회, 경제 등을 조망하는 [포스트 코로나] 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주-

동네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 하는 수입맥주를 사 먹던 이들이 곰표밀맥주 제주맥주 등 국산 수제맥주로 바꿨다. 국산 수제맥주 시장 규모가 최근 3년 새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주세법 개정으로 국산 수제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서 '혼술'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맥주 불매운동으로 수입 맥주가 타격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맛 있는' 수제맥주가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한다.

30일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수제맥주 규모가 1180억원에 이르렀다. 2017년 433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7배 성장한 것. 수제맥주협회는 2023년에는 시장 규모가 37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 1위인 제주맥주는 매출이 2017년 22억원에서 2020년 335억원으로 15배 가량 증가했다.

■ 제주맥주, 수제맥주 돌풍의 중심에 서다

수제맥주 전문기업인 제주맥주는 화산암반수와 감귤이라는 제주도의 특징을 활용해 수제맥주를 제조했다. 이같은 급성장세를 업고 지난달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제주맥주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작년 총매출 약 320억원을 달성했다. 2019년 총매출 130억여원 대비 246% 급증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수제맥주 브랜드 최초로 5대 편의점에 모두 입점했다. 또한 하이랜드 파크와 협업(컬래버레이션)한 프리미엄 맥주 '임페리얼 스타우트 에디션', 현대카드와 협업한 '아워에일'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제주맥주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우선 OEM 생산 등 생산라인 확장을 통해 수출 규모를 기존보다 더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에 수제맥주 제품을 수출 중이다. 제주맥주에 따르면 지난해 약 10만2000달러 규모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18.6% 증가한 수준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향후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내년에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수제맥주는 곰표밀맥주·무케의 순한IPA 등 콜라보를 통해 MZ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세븐브로이와 '곰표'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한제분과의 콜라보를 이용해 만들어진 곰표밀맥주가 대표적이다. 과거 허니버터칩처럼 열풍을 일으켜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충주1공장 (사진=롯데칠성음료)

■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든 롯데칠성음료·오비맥주

주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수제맥주 위탁생산(OEM) 생산이 가능해졌다. 정부가 주류 제조 면허가 있는 제조사가 다른 제조업체의 시설을 이용해 주류를 위탁생산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선제적으로 충주1공장을 수제맥주 클러스터로 탈바꿈하고 공장 시설 공유에 나섰다.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택한 선택이었다. 세븐브로이의 곰표밀맥주, 제주맥주의 제주위트에일 등을 생산 중이다. 최근 수제맥주업체인 더쎄를라잇브루잉과 OEM 계약을 맺었다.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유동골뱅이맥주, 롯데제과와 쥬시후레쉬맥주를 내놓은 업체다.

특히 편의점 CU에서 판매되고 있는 곰표 밀맥주는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곰표 밀맥주는 세븐브로이가 롯데칠성음료에 위탁, 300만개를 대량 생산한 후 2주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이 덕에 롯데칠성음료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20%대 수준에서 올해 50%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향후 충주 맥주1공장 기본 시설을 보완하고 수제맥주 소량 생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선전에 경쟁업체인 오비맥주도 이달 초 수제맥주 시장 진출을 알렸다. 오비맥주는 지난 1일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를 론칭했다.

오비맥주가 KBC 브랜드를 론칭한 것은 점차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취향을 충족하고자 크래프트 맥주 카테고리를 보다 확대하기 위해서다. 오비맥주 신사업팀인 ‘크래프트 & 스페셜티즈(Craft & Specialties)’팀 주도로, ‘KBC’ 브랜드 아래 다양한 협업 수제맥주를 개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제품을 다양화 할 계획이다.

특히 KBC는 오비맥주의 양조기술연구소와 이천공장 수제맥주 전문 설비 등 전문성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수제맥주 전문가들과 합작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다양한 이종 브랜드 및 수제맥주 전문가들과의 협업으로 관련 카테고리 확장에 앞장설 것”며 “타사의 레시피를 활용하거나 타 제조사 제품을 대리 생산하는 OEM의 형태와 차별점을 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