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답변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자리를 놓고 서울시의회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신이 추천한 김현아 후보자와 김헌동 후보자가 낙마하자 아예 임명을 거부하고 나서서다. 이에 스피드 공급을 강조한 오 시장의 주택 정책이 원활히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SH공사에 따르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사장 재공모에 나선다. 지난 6일 오 시장이 임추위가 추천한 사장 후보 2명에게 모두 부적격 판단을 내리면서다.
SH임추위는 지난달 26일 SH사장 후보자로 정유승 전 SH공사 도시재생본부장과 한창섭 전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을 최종 추천했다.
지방공기업법시행령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사장 후보가 '결격사유'에 해당하거나 공사의 경영에 '현저하게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임추위에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서울시는 두 후보의 결격사유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 없이 적합한 후보자가 없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고만 전했다.
오 시장의 몽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무리한 코드인사를 위해 SH공사 사장 무기한 공석 사태를 초래한 오 시장을 강력 규탄한다"며 "입맛에 맞는 코드인사를 위해 뚜렷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내린 부적격 판단으로 오 시장은 임추위를 무력화하고 SH공사를 사조직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사진=연합뉴스)
오 시장은 SH공사 사장으로 최종 후보자에 오르지는 못한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이 김 전 본부장에게 직접 SH공사 사장 공모에 지원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본부장은 면접 심사 끝에 고배를 마셨다.
SH공사 사장 공석이 길어지면서 오 시장의 주택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주택정책을 주도할 SH사장 자리는 지난 4월 7일 김세용 전 사장이 퇴임한 뒤 5개월째 공석이다. 재추천이 이뤄지면서 약 한 달간 공석이 더해진다.
SH관계자는 "세 번째 사장 공모 일정 등 향후 인선 계획이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주택정책을 뒷받침할 SH 사장 공백이 한 달 이상 더 길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여기에 시의회와 오 시장의 힘 겨루기로 주택정책 관련 협치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오 시장이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 힘쓰고 있으나 이는 시의회에 동의가 절실하다. 재개발 사업지 공모도 오는 10일 열리는 시의회 본회의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다. 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사업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