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사장(사진=대우건설)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국감) 현장에 주요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이 커졌다. 증인 출석 요구가 이뤄질 경우 김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출석해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김 사장을 근로자 사망 사고 등 산업재해 관련 주요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국회 환노위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관계자는 "대우건설 등 건설업계 산업재해 관련해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증인 신청을 협의 중이다"라며 "여야 협의를 마친 뒤 증인 채택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국회 환노위 의원들은 건설사의 안전 불감증에 '송곳질의'를 벼르고 있다. 올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 학동재개발 4구역에서 일어난 건물 붕괴 사고로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산업재해로 문제가 된 건설사 CEO들은 뭇매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우건설은 올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안전 예산을 대폭 삭감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안전은 뒷전이었다는 비판을 거세게 받고 있어 환노위 의원들이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6월 노동부는 대우건설 본사와 현장에 대한 특별감독 결과 안전보건 관련 예산액이 2018년부터 지속해서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8년 14억3000만원이었던 안전예산 집행액이 그 다음해 9억7000만원으로 감소했다. 2020년에는 5억3000만원까지로 줄었다. 2018년에 비해 지난해 안전예산 집행액은 3분의 1 수준으로 깎인 셈이다.
노동부는 각종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대우건설에게 4억53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철퇴를 내렸다.
김 사장은 올해 초 "재해 사고를 줄일 수 있으면 투자는 얼마든지 하겠다"고 말했으나 재해 사고가 아닌 안전 예산을 줄여왔다.
노동부의 이 같은 지적 뒤에 대우건설은 지난달 23일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안전혁신 선포식'을 개최하고 5년간 안전 예산 1400억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우건설이 부랴부랴 안전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으나 늦장대처라는 부정적 시선을 희석시키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민주노총이 발표하는 '살인기업' 리스트에 매해 이름을 올린 대우건설이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안전예산을 감축한 대우건설의 뒤늦은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대우건설이 시공한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 노동자는 30명으로 10대 건설사 중 최다였다.
대우건설은 산업재해 은폐율도 1위에 올랐다. 대우건설은 산업재해 미보고 적발 현황이 9건으로 최다였다.
산업재해를 숨기기에 급급했던 대우건설이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이후 안전예산 확충에 나섰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 김 사장은 대우건설이 건설폐기물법을 가장 많이 위반한 건설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건설업계 CEO 중 유일하게 국감장에 불려갔다. 당시 김 사장은 "폐기물처리 책임을 통감한다. 직원교육을 강화하겠다"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올해 국감에서도 지난해 국감과 유사한 풍경이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