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두는 단연 탈(脫)탄소다. 그중에서도 탈탄소와 탈정유를 동시에 실현시키면서 수익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는 수소사업이 인기다. (사진=픽사베이)

올해 산업계는 명과 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운 반도체 업계는 호황을 구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했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산업계는 지난 11월 월간 기준 수출액이 사상 최초로 600억달러를 넘어서며 신기원을 열었다. 반면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요소수,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에 치명적인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뷰어스는 올 한 해 산업계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이슈를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올 한해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지난해 적자 만회는 물론 흑자전환으로 성공적인 마무리가 예상된다. 특히 정유 외 석유화학·윤활유 등 비(非)정유 사업 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거둬 탈정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 수소사업, 탄소중립 실현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 확보

글로벌 화두는 단연 탈(脫)탄소다. 그중에서도 탈탄소와 탈정유를 동시에 실현시키면서 수익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는 수소사업이 인기다. 탄소중립과 함께 미래 성장 동력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GS칼텍스는 수소 생산과 충전소를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 한국가스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가스공사의 LNG 인수기지 내 유휴부지에 2024년 완공 목표로 연산 1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는다. 생산된 액화수소 1만톤은 수도권과 중부권에 공급할 계획이다.

S-OIL은 신사업 분야 중 하나로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수소산업 전반의 사업 진출을 계획 중이다.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 협력해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한 사업 및 액화수소 생산/유통사업 등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 복합 수소충전소 도입도 준비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올 초 수소연료전지 사업 진출을 확정하고 1단계로 분리막 생산 설비를 구축 중이다. 내년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공동으로 실증 테스트를 거쳐 2023년 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 다음 내년부터 전해질막까지 사업을 확대해 부품 국산화에 일조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만 연간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창출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필수적인 고순도 수소 연료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5개의 수소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수소충전소를 2030년까지 최대 180개, 2040년까지 300개로 늘릴 방침이다.

GS칼텍스가 미국 CES 2021에 출품한 주유소의 미래 모습 (사진=GS칼텍스)


■ 탈정유 위한 에너지 신사업

국내 정유업계는 비정유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탈탄소 정책에 따라 정유업체의 탈정유 트렌드도 가속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BMR, Battery Metal Recycle)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간 축적된 정유공장 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수산화 리튬 회수 기술을 자체 개발해 54건의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이를 활용하면 최초 리튬 채굴시 발생하는 탄소를 40~70%까지 줄일 수 있다. 내년 중 시험생산을 시작해 2024년에는 국내외 상업생산이 목표다. 2025년 기준 연간 30GWh의 배터리를 재활용해 이 사업에서만 약 3000억원의 EBITDA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7월 GS에너지와 함께 카카오모빌리티에 30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하며 새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플라스틱 재활용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열분해유를 고도화시설에 투입해 폐플라스틱이 폴리프로필렌 등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생산되는 물질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OIL은 국내뿐 아니라 중동시장을 비롯한 해외 연료전지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파트너와 협력해 사우디 전력회사 및 통신회사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화력발전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화학적 연소반응이 없고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있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화이트바이오·친환경 소재 사업을 3대 신사업으로 추진하며, 2030년까지 정유 사업의 매출 비중을 현재 85%에서 45%로 축소하고, 신규 사업 이익 비중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다양한 제품 생산과 연계하는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에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원유 정제 공정에 투입해 친환경 납사 생산을 시작했다. 이렇게 생산된 납사는 인근 석유화학사에 공급되어 새 플라스틱 제품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고순도수소 정제 설비 (사진=현대오일뱅크)


■ 탈정유 체질개선 가속화

정유업계의 탈정유를 본격화하기 위한 체질개선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사업 진출로 기존 사업부문에 대한 의존도는 낮추면서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유사업의 경우 유가에 따라 수익 변동성도 크고 이익의 폭도 일정 수준이 유지되는 정도다. 반면 비정유사업은 높은 수익성은 물론 사업다각화로 수익 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을 영위하기 힘든 환경”이라며 “수익성과 친환경성을 잡으려는 기업들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