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목할만한 실적을 냈지만 은행은 시름이 깊다. 디지털에 특화된 빅테크와의 경쟁은 물론 당국의 규제가 버겁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비대면 시대에 맞춰 시스템 개발도 놓을 수 없다. 몸집을 가볍게 줄여야하고, 조직 문화도 젊게 만들어야한다. 바뀌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뷰어스는 은행의 변화를 알아봤다 -편집자주-

신한은행이 자체 개발한 배달 앱 ‘땡겨요’ (사진=신한은행)

은행들이 전통적인 예·수신 등 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빅테크와의 경쟁을 위한 시스템 개발도 이어간다. 특히 생활서비스 시장에 속속 뛰어들며 플랫폼에서 치열한 싸움을 예고했다. 종합 플랫폼 구축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와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2일 자체 개발한 배달 앱 ‘땡겨요’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금융 플랫폼인 ‘쏠’이 아닌 개별 플랫폼으로 시작하는 ‘땡겨요’는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처럼 신한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관악 등 6개 구를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서울 전역과 경기도 등에서 약 8만개 가맹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마이 편의점’ 서비스를 출시했다. 모바일뱅킹인 ‘우리원뱅킹’의 고객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연계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1만5000원 이상 주문·결제하면 고객이 신청한 장소로 배달해준다.

KB국민은행은 자사 스타뱅킹 앱에 ‘요기요’ 배너를 탑재해 은행 업무를 이용하는 고객이 바로 음식 주문도 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NH농협은행도 한국화훼농협과 함께 ‘올원×플라워’ 서비스를 시작한다. ‘올원×플라워’는 한국화훼농협의 꽃, 화환, 난 등의 화훼 상품을 올원뱅크 앱에서 간편하게 주문·결제해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NH농협은행의 ‘올원×플라워’ 서비스 (사진=NH농협은행)

■ 변화는 환영, 성과는 의문

은행들이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구축하는 건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상품은 물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카카오 등의 업체와의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은행들은 ‘배달’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에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배달’ 서비스를 통해 막대한 양의 비금융데이터를 축적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미 유명 업체들이 장악한 생활금융 서비스 시장에 후발주자로 참여한 은행들이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종합 플랫폼 구축을 위해 비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지속가능성은 적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핵심은 많은 소비자가 해당 플랫폼에 들어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쿠폰이나 이벤트 등 다양한 유인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