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목할만한 실적을 냈지만 은행은 시름이 깊다. 디지털에 특화된 빅테크와의 경쟁은 물론 당국의 규제가 버겁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비대면 시대에 맞춰 시스템 개발도 놓을 수 없다. 몸집을 가볍게 줄여야하고, 조직 문화도 젊게 만들어야한다. 바뀌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뷰어스는 은행의 변화를 알아봤다 -편집자주-
신한은행 디지로그 브랜치에 설치된 ‘AI 컨시어지’ (사진=신한은행)
내년에도 금융권 최대 과제는 ‘디지털 전환’이다. 디지털 혁신을 위한 시중은행의 움직임 역시 올해만큼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기술 역시 많은 투자와 관심을 쏟고 있다. 이미 일부 은행은 AI 행원을 도입했고 투자상품 판매도 AI가 진행한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주요 대고객 서비스에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21일부터 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에 신개념 서비스 안내 기기인 ‘AI 컨시어지’를 도입했다. ‘AI 컨시어지’는 기존 순번 발행기를 대체하는 고도화 기기다.
미래형 점포로 평가받는 디지로그 브랜치에 설치된 ‘AI 컨시어지’는 얼굴인식, 열화상 카메라, 음성인식 마이크 등의 기술을 활용해 고객을 직접 맞이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전국에 72대 AI 행원을 보급한 바 있다.
또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AI 기술을 활용해 투자상품의 완전판매를 지원하는 ‘AI 활용 완전판매 프로세스’도 시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남녀노소 모두 쉽고 편하게 금융업무 처리가 가능하도록 지속해서 AI 행원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AI 행원 보급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본사 신관에 꾸린 체험존에 AI 행원을 적용했다. AI 뱅커는 음성합성, 영상합성,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기술이 적용돼 실제 은행원과 상담하는 수준이며 통장계설, 청약, 예·적금, IRP, 대출 등 은행 업무 관련 상담이 가능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AI뱅커를 적용한 키오스크의 고도화 작업을 거쳐 일선 점포 창구에 상용화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AI의 활용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AI 활용 고도화에 나섰다. 지난 4월 딥러닝 기반 영상합성 기술 스타트업인 라이언 로켓과 AI 행원 개발에 나선 우리은행은 LG AI 연구원과도 ‘초거대 AI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하며 AI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고객에게 AI를 활용한 편리한 금융서비스와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도 최근 AI 행원에 정식 인사발령을 냈다. 디지털 휴먼이지만 정식 사원처럼 사번도 부여된다. 내년부터는 입사 동기들과 함께 연수, 수습을 거쳐 임용장도 받는다. 업무 영역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고객 소통 등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NH농협은행은 향후 고객 대상으로 상품설명서를 읽어주는 등 영역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이 LG AI연구원과 ‘초거대 AI 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 협약식’을 맺었다 (사진=우리은행)
■ 시행 초기지만 반응은 긍정적
최근 신한은행이 AI 행원을 이용한 고객 86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 대부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어색하고 낯설다는 응답은 9.3%였고 새롭고 신기하다는 반응이 79.1%였다.
또 AI 행원이 간단한 거래업무를 신속히 처리한다면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48.8%, 직원 창구든 AI 행원이든 상관없이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44.2%로 나타났다. 서비스를 받는 데 큰 차이가 없다면 AI 행원과 창구 직원을 크게 구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장년층과 노년층 사용 비율도 긍정적이었다. AI 행원을 처음 도입한 10월 한 달 동안 AI 행원 이용자 중 50대 비율은 19%, 60대 이상은 18%였다. 20대(24%), 30대(22%), 40대(17%)와 큰 차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