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에 위치한 디시 와이어리스 본사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주가가 역대급 실적과 잇단 수준에도 '6만전자'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며 총동원령을 내렸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이는 사업 부문별 성장 모멘텀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향후 5년간 취업 제한을 받기 때문에 사면을 받지 않는 한 그럴 수 없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 통신장비 미국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다. 디시네트워크에 1조원 이상의 5G 이동통신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 삼성전자는 디시네트워크의 미국 5G 전국망 구축을 위한 5G 가상화 기지국, 다중 입출력 기지국을 포함한 라디오 제품 등 다양한 통신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2020년 미국 최대 통신 업체 버라이즌 5G 장비 수주 이후 현지에서 이뤄낸 역대급 초대형 수주다.
디시네트워크는 2023년 중반까지 미국 인구 70%를 커버하는 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회사다. 올 초 5G 주파수 라이선스 추가 확보에 성공하고 적극적으로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급은 핵심 5G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의 연이은 조 단위 수주로 기술 리더십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과 2018년 5G 통신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있다. 2020년에 이 회사와 7조9000억원 규모 5G 장비 장기 계약을 맺는 데 성공하며 입지를 굳혔다. 버라이즌은 5G 가상화 기지국을 활용한 대규모 네트워크로 수백만 명의 가입자에게 고급 통신망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다른 5G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도 적극 공략해 일본 통신업체 KDDI·NTT도코모의 5G 통신 장비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해외 수주 실적은 정상궤도를 달리고 있다.
매출 역시 우상향 곡선을 순항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78조원 수준의 매출로 분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이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전체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반도체 비수기인 1분기에 매출 신기록을 세우면서 올해 반도체 연매출 ‘100조원’ 달성 가능성도 더욱 높였다.
실적 상승의 최대 요인은 반도체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1분기 매출 26조8700억원, 영업이익 8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39%, 5.09% 증가해 매출이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이고 영업이익은 역대 두 번째다. 전체 사업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반도체 매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합친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은 1분기 매출 48조700억원, 영업이익 4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이후 분기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부문마다 시장 포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한 결과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MX(모바일 경험) 부문은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S22’의 덕을 톡톡히 봤다. S펜을 내장한 ‘갤럭시S22울트라’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동기보다 11% 많은 31조2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만 수익성은 기대에 못 미쳤다. MX 부문과 네트워크 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82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57% 감소했다. TV와 생활가전 분야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0.31% 줄어든 8000억원에 그쳤다. 원자재와 물류비용 증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한 상태다. 결국 ‘뉴 삼성’ 전략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강력한 오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뉴 삼성’ 전략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이 부회장이 나서야 한다는 내부와 외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