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고(3高)’가 코로나19 터널에서 빠져나와 회복을 꿈꾸던 한국 경제의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물가, 금리, 환율이 주범이다. 이른바 ‘푸틴플레이션(푸틴+인플레이션)’은 국제 유가와 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을 높였다. 이는 그대로 수입돼 국내 소비자물가 고공행진으로 이어졌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은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려야했다. 전세계가 같은 고통을 겪는 사이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인기가 높아져 원화 환율은 1300원 목전까지 올랐다. 7월 2일 창간 7주년을 맞는 뷰어스는 [3高 위기를 넘자]라는 주제로 창간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는 이커머스 시장 판도의 변화를 초래했다. 각 기업들은 '이커머스 플랫폼화'에 주력하며 미래 유통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오프라인 시장에 위기를 가져왔지만 온라인 시장의 확장을 앞당겼다. 그 결과 이커머스(e-commerce,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을 불러왔다.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고 이젠 엔데믹이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 역시 이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 집중에서 시장의 경쟁 환경이 완화되는 만큼 이커머스의 급성장 시기도 지났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고물가에 따른 유동성 축소 탓에 이커머스 업체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물가에 소비자들은 여전히 보다 낮은 가격의 소비를 선호하는 패턴이 두드러진다. 이에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에서 ‘수익’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에 확보한 충성고객에 따른 락인(Lock-in)효과 확대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멤버십 경쟁, 오프라인 연계 온라인 강화에 따른 자사몰의 플랫폼화 등이 그 일환이다. 소프트 랜딩(Soft Landing, 엔데믹 충격 최소화)을 위해 기업들이 ‘신(新) 이커머스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 뉴 이커머스戰, 디지털 피보팅(Digital Pivoting) 시대 개막 코로나19 영향으로 최근 2년 동안 이커머스 시장은 급성장했다. 2023년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는 2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서도 종합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9.3%나 증가했다. 그러나 엔데믹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온라인 중심에서 온·오프라인으로의 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비대면 주문·판매 방식 선호가 이어지고 있고 소비 트렌드 역시 ‘온라인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 이커머스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성장세 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기업들마다 이커머스 역량 강화 방침을 내놓는 이유다. CJ는 이커머스 플랫폼 분야에 7조원 투입 계획을 밝혔다. SSG닷컴을 비롯한 지마켓글로벌 인수한 신세계 역시 온라인 비즈니스에 3조원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롯데 역시 온라인 사업에 대한 새판짜기에 나서면서 온·오프라인 유통 사업에 8조원 투자를 단행한다. CJ그룹은 향후 5년간 2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물류·커머스 등 플랫폼 분야에 집중 투자할 뜻을 밝혔다. 이커머스와 모바일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인프라 확대에 총 7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역시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위해 향후 5년간 2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온전한 ‘디지털 피보팅’(Digital Pivoting‧사업 방향 전환)만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승자가 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히면서 보다 공격적인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이베이 미국 본사와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를 약 3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하며 이커머스 판을 키운 신세계는 향후 온라인 사업에서의 주도권 확대를 위해 3조원을 투입한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SSG닷컴(3%)과 점유율을 합쳐 네이버(17%), 쿠팡(14%)에 이은 이커머스 3강에 올랐다. 향후 5년간 총 37조원 투자 계획을 내놓은 롯데그룹 또한 핵심 사업인 유통사업군에 8조1000억원을 쏟아 붓는다. 특히 ‘롯데온’의 반격이 여전히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가운데 공격적으로 외부인재 수혈에 나서는 등 온라인 사업 ‘새판짜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충성 고객 확보에 주력하며 멤버십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SSG닷컴, 네이버플러스) ■ 유통 생태계의 변화…멤버십·구독 비즈니스 ‘선순환’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이커머스 업계가 엔데믹 후 오프라인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전반으로 출혈 경쟁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외형 확대’에서 ‘내실’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이커머스 특성상 점유율이 관건인 기업들이 ‘충성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점과 맞닿아있다. 절대적 시장점유율이 확보되면 바잉파워(구매력)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대형 플랫폼들의 자사몰을 활용한 D2C(Direct to Customer) 시장으로 재편되는 분위기 역시 그 일환이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대형 플랫폼과의 출혈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사몰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자사만의 혜택을 강화한 ‘유료 멤버십’과 개인 맞춤형 서비스의 ‘구독 경제’ 강화 등에 따른 ‘이커머스 플랫폼화’다. 일례로 신세계그룹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이 통합 유료 멤버십을 내놓으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점이나 네이버가 플러스 멤버십을 앞세워 2년 만에 멤버십업계 2위로 올라선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검색→쇼핑→결제’로 이어지는 원스톱과 높은 적립률을 활용한 자사내 디지털 콘텐츠 활용 등 소비의 다양한 경험을 충족시키면서 락인(Lock-in)에 따른 재구매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고객 경험 강화’로 인한 유통 생태계 선순환이라는 점에서 ‘네이버 커머스 생태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사 멤버십이 단기간에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문부터 결제까지 이어지는 편리함과 다양한 콘텐츠 등으로 혜택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차별적인 리워드를 경험한 고객들의 선순환 때문”이라고 꼽았다. 고물가에 따른 가격 경쟁력과 희소성으로 역시 ‘이커머스 생존’을 위한 또 다른 전략이다. 이종업종과 협업이나 단독 상품 구성, 그를 확장한 문화·여가 콘텐츠 독점 판매 등 이커머스 플랫폼화에 따른 고객들에게 ‘쇼핑 경험’을 넘어선 ‘색다른 경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취향을 고려해 그에 맞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자체 알고리즘 개발에 주력하는 등 차별화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마켓컬리의 경우 충성 고객 증가세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공개한 충성 고객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컬리러버스’ 고객 수는 2016년 이후 매년 2.8배씩 늘었다. 누적 가입 고객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고객들이 쇼핑에 대해 만족을 느끼면 해당 몰에서 재구매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다른 제품 구매로도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끈다”라면서 “마켓컬리 고객 이탈이 적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쿠팡, 마켓컬리) ■ 12조 새벽배송·10조 라이브커머스…이커머스 판도 변화 이커머스 업계 상장을 두드리는 마켓컬리, SSG닷컴, 오아시스마켓의 공통점은 ‘새벽배송’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이커머스 1위인 쿠팡 역시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 1위다.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된 지마켓글로벌이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증한 사례나 네이버나 GS리테일이 새벽배송 시장에 나서는 등 ‘새벽배송’은 여전히 업계 점유율 확보를 위한 동력이 되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23년 11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대형 이커머스 기업 관계자는 “새벽배송 시장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투자를 단행하기도 하고, 철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시장성은 충분히 있지만 기존의 새벽배송 업체들과의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지속적인 투자가 어려운 업체들은 노선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벽배송의 경우 신선식품에서 생필품까지 확대된 만큼 ‘익일배송’ 시장으로 봐야하는 시대다. 엔데믹 전환 후에도 매출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라면서 “필요한 제품을 빠른 시간에 배송 받는 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층이 여전히 많은 만큼 익일배송 시장이 줄거나 축소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전히 시장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또한 오프라인에 대항해 고객 참여형 온라인 경험 콘텐츠를 확충하고 나선 기업들은 ‘라이브커머스’ 시장 확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쇼핑의 체험과 재미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층의 매출이 늘자 이커머스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라이브커머스를 도입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이커머스(E-Commerce)를 합친 줄임말로, 쌍방향 유통 방식이라는 점에서 SNS 선호세대인 MZ 공략에서 주효하다. 롯데쇼핑 롯데온은 고객 소통 강화를 위해 오프라인 연계 라이브방송을 확대할 방침이다. (사진=롯데쇼핑) 최근 롯데온이 라이브방송 ‘찾아드림’ 확대 방침이나 신세계가 네이버와 손잡고 라이브커머스를 선보이고 나선 것으로 그 일환이다. 기업들이 라방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중국 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의 라방시장 규모는 2017년 3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167조4000억원으로 50배 가량 확대됐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거래액 기준 국내 라방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8000억원에서 올해 6조2000억원, 내년엔 10조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의 경우 고객 참여 유도와 쌍방향 소통 쇼핑 제안이라 측면에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면서 “롯데온의 경우에도 뷰티채널을 비롯해 패션, 리빙, 식품 전반에 전문관을 선보이는 등 참여형 콘텐츠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가 바꾼 소비 트렌드와 엔데믹 전환, 고물가 등 글로벌 환경의 변화 등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 전반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 소비 확산에 따른 소비층 이동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커머스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은 시장 변화를 예상하면서도 온·오프라인 연계에 따른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한 O2O(Online to Offline) 시너지를 극대화해 독자적인 옴니채널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CJ올리브영 측은 “온·오프라인 시너지 제고, 옴니채널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방침은 지속될 예정”이라면서 “1100만 멤버십 확보는 이러한 시너지가 극대화 된 결과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고객의 신뢰도, 로열티가 온라인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물류센터화 되면서 다양한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고 MD경쟁력에 따른 트렌트에 맞춘 상품을 확인한 고객들은 온라인 충성 고객으로 이어진다”면서 “온·오프라인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다각화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CJ올리브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한 O2O(Online to Offline) 시너지를 극대화해 독자적인 옴니채널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롯데온 관계자는 “지금의 소비자는 직접 보고 즐기는 쇼핑을 선호한다. 특히 롯데온의 경우 백화점 등 오프라인 제품 연계에 따른 실제 매장에 온 듯한 쇼핑 체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메리트가 충분하다”면서 “직접 듣고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하면서 양질의 쇼핑의 기회를 제공하고 체험단을 활용한 소통을 강화하면서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SSG닷컴 관계자는 “새로운 투자나 변화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제 유통업계 전반으로 온·오프라인 구분이 없어진 시대로 본다. 특히 고객들은 이커머스 기업의 배송 시스템에 익숙해졌다. 오프라인의 다양한 혜택과 기능이 온라인에서 구현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변하는 속도, 시장의 성장 속도는 빠르다. 앞서 나가서 다양한 상품과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커머스 기업들도 성장해야 한다”면서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통합 유료 멤버십을 출시한 것도 그 일환이다. 온·오프라인 연계가 중요한 시기로, 오프라인 핵심 채널의 기능과 혜택을 온라인과 연결시키는 작업을 통해 그 시너지로 ‘신세계 유니버스’ ‘신세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형 이커머스 관계자는 “업체마다 이커머스 환경 변화에 따른 시장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기존 이커머스 만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과 빠른 배송으로 인한 소비 시간 절약 등을 비롯해 멤버십 강화나 실시간 체험 확대 등에 주력하면서 기존 소비층 이탈은 많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상거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절반도 되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엔데믹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이 잠시 둔화할 수는 있지만 시장 축소로 보기에는 무리”라면서 “이커머스가 가진 상품의 수에 따른 선택의 폭과 가격 경쟁력, 배송, 결제의 편리함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여전히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은 높다”고 전망했다.

[3高 위기를 넘자] 미래 유통 생태계…재편되는 ‘新이커머스’

‘소비의 온라인화’ 따른 대응 전략 다각화
온·오프라인 연계 ‘이커머스 플랫폼화’ 확대
빅3 “멤버십·배송·라방, 이커머스 더 커질 것”

김명신 기자 승인 2022.06.29 11:08 | 최종 수정 2022.06.29 15:19 의견 0

‘쓰리고(3高)’가 코로나19 터널에서 빠져나와 회복을 꿈꾸던 한국 경제의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물가, 금리, 환율이 주범이다. 이른바 ‘푸틴플레이션(푸틴+인플레이션)’은 국제 유가와 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을 높였다. 이는 그대로 수입돼 국내 소비자물가 고공행진으로 이어졌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은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려야했다. 전세계가 같은 고통을 겪는 사이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인기가 높아져 원화 환율은 1300원 목전까지 올랐다. 7월 2일 창간 7주년을 맞는 뷰어스는 [3高 위기를 넘자]라는 주제로 창간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는 이커머스 시장 판도의 변화를 초래했다. 각 기업들은 '이커머스 플랫폼화'에 주력하며 미래 유통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오프라인 시장에 위기를 가져왔지만 온라인 시장의 확장을 앞당겼다. 그 결과 이커머스(e-commerce,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을 불러왔다.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고 이젠 엔데믹이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 역시 이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 집중에서 시장의 경쟁 환경이 완화되는 만큼 이커머스의 급성장 시기도 지났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고물가에 따른 유동성 축소 탓에 이커머스 업체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물가에 소비자들은 여전히 보다 낮은 가격의 소비를 선호하는 패턴이 두드러진다. 이에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에서 ‘수익’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에 확보한 충성고객에 따른 락인(Lock-in)효과 확대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멤버십 경쟁, 오프라인 연계 온라인 강화에 따른 자사몰의 플랫폼화 등이 그 일환이다. 소프트 랜딩(Soft Landing, 엔데믹 충격 최소화)을 위해 기업들이 ‘신(新) 이커머스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 뉴 이커머스戰, 디지털 피보팅(Digital Pivoting) 시대 개막

코로나19 영향으로 최근 2년 동안 이커머스 시장은 급성장했다. 2023년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는 2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서도 종합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9.3%나 증가했다.

그러나 엔데믹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온라인 중심에서 온·오프라인으로의 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비대면 주문·판매 방식 선호가 이어지고 있고 소비 트렌드 역시 ‘온라인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 이커머스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성장세 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기업들마다 이커머스 역량 강화 방침을 내놓는 이유다.

CJ는 이커머스 플랫폼 분야에 7조원 투입 계획을 밝혔다. SSG닷컴을 비롯한 지마켓글로벌 인수한 신세계 역시 온라인 비즈니스에 3조원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롯데 역시 온라인 사업에 대한 새판짜기에 나서면서 온·오프라인 유통 사업에 8조원 투자를 단행한다.

CJ그룹은 향후 5년간 2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물류·커머스 등 플랫폼 분야에 집중 투자할 뜻을 밝혔다. 이커머스와 모바일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인프라 확대에 총 7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역시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위해 향후 5년간 2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온전한 ‘디지털 피보팅’(Digital Pivoting‧사업 방향 전환)만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승자가 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히면서 보다 공격적인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이베이 미국 본사와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를 약 3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하며 이커머스 판을 키운 신세계는 향후 온라인 사업에서의 주도권 확대를 위해 3조원을 투입한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SSG닷컴(3%)과 점유율을 합쳐 네이버(17%), 쿠팡(14%)에 이은 이커머스 3강에 올랐다.

향후 5년간 총 37조원 투자 계획을 내놓은 롯데그룹 또한 핵심 사업인 유통사업군에 8조1000억원을 쏟아 붓는다. 특히 ‘롯데온’의 반격이 여전히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가운데 공격적으로 외부인재 수혈에 나서는 등 온라인 사업 ‘새판짜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충성 고객 확보에 주력하며 멤버십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SSG닷컴, 네이버플러스)

■ 유통 생태계의 변화…멤버십·구독 비즈니스 ‘선순환’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이커머스 업계가 엔데믹 후 오프라인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전반으로 출혈 경쟁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외형 확대’에서 ‘내실’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이커머스 특성상 점유율이 관건인 기업들이 ‘충성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점과 맞닿아있다. 절대적 시장점유율이 확보되면 바잉파워(구매력)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대형 플랫폼들의 자사몰을 활용한 D2C(Direct to Customer) 시장으로 재편되는 분위기 역시 그 일환이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대형 플랫폼과의 출혈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사몰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자사만의 혜택을 강화한 ‘유료 멤버십’과 개인 맞춤형 서비스의 ‘구독 경제’ 강화 등에 따른 ‘이커머스 플랫폼화’다.

일례로 신세계그룹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이 통합 유료 멤버십을 내놓으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점이나 네이버가 플러스 멤버십을 앞세워 2년 만에 멤버십업계 2위로 올라선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검색→쇼핑→결제’로 이어지는 원스톱과 높은 적립률을 활용한 자사내 디지털 콘텐츠 활용 등 소비의 다양한 경험을 충족시키면서 락인(Lock-in)에 따른 재구매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고객 경험 강화’로 인한 유통 생태계 선순환이라는 점에서 ‘네이버 커머스 생태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사 멤버십이 단기간에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문부터 결제까지 이어지는 편리함과 다양한 콘텐츠 등으로 혜택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차별적인 리워드를 경험한 고객들의 선순환 때문”이라고 꼽았다.

고물가에 따른 가격 경쟁력과 희소성으로 역시 ‘이커머스 생존’을 위한 또 다른 전략이다. 이종업종과 협업이나 단독 상품 구성, 그를 확장한 문화·여가 콘텐츠 독점 판매 등 이커머스 플랫폼화에 따른 고객들에게 ‘쇼핑 경험’을 넘어선 ‘색다른 경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취향을 고려해 그에 맞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자체 알고리즘 개발에 주력하는 등 차별화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마켓컬리의 경우 충성 고객 증가세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공개한 충성 고객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컬리러버스’ 고객 수는 2016년 이후 매년 2.8배씩 늘었다. 누적 가입 고객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고객들이 쇼핑에 대해 만족을 느끼면 해당 몰에서 재구매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다른 제품 구매로도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끈다”라면서 “마켓컬리 고객 이탈이 적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쿠팡, 마켓컬리)


■ 12조 새벽배송·10조 라이브커머스…이커머스 판도 변화

이커머스 업계 상장을 두드리는 마켓컬리, SSG닷컴, 오아시스마켓의 공통점은 ‘새벽배송’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이커머스 1위인 쿠팡 역시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 1위다.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된 지마켓글로벌이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증한 사례나 네이버나 GS리테일이 새벽배송 시장에 나서는 등 ‘새벽배송’은 여전히 업계 점유율 확보를 위한 동력이 되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23년 11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대형 이커머스 기업 관계자는 “새벽배송 시장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투자를 단행하기도 하고, 철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시장성은 충분히 있지만 기존의 새벽배송 업체들과의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지속적인 투자가 어려운 업체들은 노선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벽배송의 경우 신선식품에서 생필품까지 확대된 만큼 ‘익일배송’ 시장으로 봐야하는 시대다. 엔데믹 전환 후에도 매출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라면서 “필요한 제품을 빠른 시간에 배송 받는 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층이 여전히 많은 만큼 익일배송 시장이 줄거나 축소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전히 시장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또한 오프라인에 대항해 고객 참여형 온라인 경험 콘텐츠를 확충하고 나선 기업들은 ‘라이브커머스’ 시장 확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쇼핑의 체험과 재미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층의 매출이 늘자 이커머스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라이브커머스를 도입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이커머스(E-Commerce)를 합친 줄임말로, 쌍방향 유통 방식이라는 점에서 SNS 선호세대인 MZ 공략에서 주효하다.

롯데쇼핑 롯데온은 고객 소통 강화를 위해 오프라인 연계 라이브방송을 확대할 방침이다. (사진=롯데쇼핑)

최근 롯데온이 라이브방송 ‘찾아드림’ 확대 방침이나 신세계가 네이버와 손잡고 라이브커머스를 선보이고 나선 것으로 그 일환이다.

기업들이 라방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중국 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의 라방시장 규모는 2017년 3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167조4000억원으로 50배 가량 확대됐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거래액 기준 국내 라방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8000억원에서 올해 6조2000억원, 내년엔 10조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의 경우 고객 참여 유도와 쌍방향 소통 쇼핑 제안이라 측면에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면서 “롯데온의 경우에도 뷰티채널을 비롯해 패션, 리빙, 식품 전반에 전문관을 선보이는 등 참여형 콘텐츠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가 바꾼 소비 트렌드와 엔데믹 전환, 고물가 등 글로벌 환경의 변화 등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 전반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 소비 확산에 따른 소비층 이동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커머스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은 시장 변화를 예상하면서도 온·오프라인 연계에 따른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한 O2O(Online to Offline) 시너지를 극대화해 독자적인 옴니채널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CJ올리브영 측은 “온·오프라인 시너지 제고, 옴니채널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방침은 지속될 예정”이라면서 “1100만 멤버십 확보는 이러한 시너지가 극대화 된 결과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고객의 신뢰도, 로열티가 온라인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물류센터화 되면서 다양한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고 MD경쟁력에 따른 트렌트에 맞춘 상품을 확인한 고객들은 온라인 충성 고객으로 이어진다”면서 “온·오프라인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다각화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CJ올리브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한 O2O(Online to Offline) 시너지를 극대화해 독자적인 옴니채널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롯데온 관계자는 “지금의 소비자는 직접 보고 즐기는 쇼핑을 선호한다. 특히 롯데온의 경우 백화점 등 오프라인 제품 연계에 따른 실제 매장에 온 듯한 쇼핑 체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메리트가 충분하다”면서 “직접 듣고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하면서 양질의 쇼핑의 기회를 제공하고 체험단을 활용한 소통을 강화하면서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SSG닷컴 관계자는 “새로운 투자나 변화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제 유통업계 전반으로 온·오프라인 구분이 없어진 시대로 본다. 특히 고객들은 이커머스 기업의 배송 시스템에 익숙해졌다. 오프라인의 다양한 혜택과 기능이 온라인에서 구현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변하는 속도, 시장의 성장 속도는 빠르다. 앞서 나가서 다양한 상품과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커머스 기업들도 성장해야 한다”면서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통합 유료 멤버십을 출시한 것도 그 일환이다. 온·오프라인 연계가 중요한 시기로, 오프라인 핵심 채널의 기능과 혜택을 온라인과 연결시키는 작업을 통해 그 시너지로 ‘신세계 유니버스’ ‘신세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형 이커머스 관계자는 “업체마다 이커머스 환경 변화에 따른 시장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기존 이커머스 만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과 빠른 배송으로 인한 소비 시간 절약 등을 비롯해 멤버십 강화나 실시간 체험 확대 등에 주력하면서 기존 소비층 이탈은 많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상거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절반도 되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엔데믹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이 잠시 둔화할 수는 있지만 시장 축소로 보기에는 무리”라면서 “이커머스가 가진 상품의 수에 따른 선택의 폭과 가격 경쟁력, 배송, 결제의 편리함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여전히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은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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