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과천의 한 카카오T 주차 사전무인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공격적인 기업 인수 전략으로 몸집을 키운 카카오가 정작 데이터 안전망 구축과 같은 기본적인 책임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재난 대응에서 경쟁사인 네이버가 재빠르게 대부분의 서비스 복구에 성공한 것과 달리 카카오는 완전 정상화까지 애를 먹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네이버 채팅 어플리케이션 '라인'과 '텔레그램'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는 등 '탈(脫) 카카오' 조짐까지 보인다.
17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는 모두 라인이 석권했다. 이어 '네이버지도'와 '우티', 'T맵' 등이 잇따랐다.
판교 데이터 센터 화재 발생일인 지난 15일을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앱스토어 기준 카카오톡과 카카오T가 10위권 안에 있었으나 대규모 서비스 장애 발생 이후 모두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네이버 일부 서비스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영향을 받았으나 자체 데이터센터 역량을 갖춰 데이터 이원화 조치가 빠르게 이뤄졌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국내 IT 기업 최초로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했으며 세종에도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한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카카오 남궁훈·홍은택 각자 대표도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화재가 발생한 직후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즉시 이원화 조치 적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비스 복구가 늦어짐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원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게 맞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는 내년 4000억원을 투입한 대규모 자체 데이터센터 준공을 앞뒀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자체 제1데이터센터는 한양대 캠퍼스 혁신파크 내에 위치한다. 제 2데이터센터도 2024년 착공 이후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카카오가 2010년 창사 이후 포털 다음과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 모빌리티 사업인 카카오택시를 품는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과 비교하면 자체 데이터 센터 확보를 포함해 데이터 역량 부재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데이터를 한곳에 관리하는 치명적인 실수와 함께 차단된 전원이 재가동 된 이후 서비스 복구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등 이원화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은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탈카카오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카카오톡이 안되는 김에 라인이나 디스코드 등 다양한 메신저를 사용해 소통했다"며 "향후로도 카카오톡 외에 다른 메신저를 애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유모(23)씨는 "메신저는 물론이고 지도와 은행 등 서비스를 모두 카카오에만 의존했는데 다른 회사의 앱도 쓸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