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사옥(왼쪽), 포스코건설 인천 송도 사옥. (사진=각 사)
올해 하반기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건설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지방 건설사 줄도산 우려에 대형건설사에 대한 자금난까지 거론되는 등 업계 전반에 '돈맥경화' 우려가 퍼졌다. 하지만 PF 부실 무풍지대도 있었다. DL이앤씨와 포스코건설이 주인공이다.
26일 DL이앤씨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3분기 재무재표를 분석한 결과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89%로 탄탄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8195억원가량이다. 순현금만 1조2551억원으로 업계 최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구조 측면에서도 단순히 주택사업에만 집중하지 않고 신사업과 고수익 포트폴리오 구조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차나칼레대교와 신림선, 파키스탄 굴푸르 수력발전소 프로젝트 등을 매듭지으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글로벌 디벨로퍼로 입지를 탄탄히하고 있다.
덕분에 국내 건설업계를 덮친 PF 우발채무 리스크도 빗껴갔다. 건설사의 신용등급 조정에 대한 검토를 위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조사에도 DL이앤씨는 포함되지 않았다. DL이앤씨가 조합원이 있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신용을 제공했으며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부실이 우려되는 PF 우발채무가 없다는 게 한국기업평가의 판단이다.
한국기업평가는 “DL이앤씨는 리스크가 높지 않은 정비사업을 빼면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없어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올해 보수적인 주택사업 수주 전략 속에서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4조원을 넘어선 4조8943억원을 기록 중이다. 사업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지에는 처음부터 관심을 끊었다. 통상적으로 건설사는 실제 수주에 나서지 않더라도 사업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상황을 살핀다. 그러나 DL이앤씨는 이마저도 최소화하면서도 창사 이래 최대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DL이앤씨의 올해 안전성적과 실적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DL이앤씨는 올해만 4번의 사망사고를 내면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부가 지난 7월 DL이앤씨 주요 시공 현장 42곳을 점검한 결과 이 중 40개 현장에서 안전 조치 미준수 사항 30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DL이앤씨가 수익형 민간투자 방식으로 사업에 나섰던 신림선 도시철도가 지난 5월 개통했다. 사진은 차량 기지에 정차해 있는 신림선 도시철도 전동차 모습(사진=DL이앤씨)
DL이앤씨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5조2406억원, 영업이익 3767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5%, 45.2% 줄었다.
DL이앤씨는 올해 신사업 육성에 힘을 쏟으면서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 및 새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소형모듈원전(SMR)과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친환경 신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7월 SMR 사업진출을 위해 캐나다 테스트리얼 에너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 다음달에는 원전 청정수소 생산을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회사 카본코를 설립하기도 했다. 카본코는 원전 청정수소 생산·실증, 암모니아·수소 허브 터미널 연계 및 대규모 수요처 공급 파이프라인 구축을 추진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CCUS 사업의 탁월한 기술 경쟁력과 경험을 발판으로 고객들에게 탄소중립과 ESG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소형모듈원전 시장 진출과 원자력 청정수소 활용 등 친환경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앞으로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 (자료=포스코건설)
■ 포스코건설, 리모델링의 힘…도시정비사업 창사 이래 최대 실적 경신
포스코건설은 올해도 도시정비사업에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넘어섰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수주액 4조5892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기록한 최대 실적 4조213억원을 다시금 넘어섰다.
포스코건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리모델링 사업이 견인했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총 8곳의 리모델링 사업지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3조111억원을 수주했다. 전체 수주액의 약 66% 수준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20년 리모델링 수주 5733억원을 올린 뒤 다음해에는 1조원을 넘긴 수주 실적을 거뒀다. 지난 2014년부터 리모델링 전담팀을 구성하고 관련 기술 연구에 매진한 성과다.
또한 올해 포스코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론칭하면서 도시정비사업 확대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에 리모델링 사업을 포함한 도시정비사업에 해당 브랜드를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은 이처럼 주택사업에 힘을 주고 있으나 PF 우발 채무에서는 거리가 멀다. 포스코건설의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24%로 비교적 우량하며 현금성 자산은 5078억원 가량이다. PF우발채무 규모는 6300억원이지만 가용할 수 있는 금융 자산 등을 고려하면 크게 우려되는 수준이 아니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에서도 꾸준히 리모델링 위주의 사업 수주를 늘리면서 분양 리스크도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일반 분양 물량의 수는 적지만 그만큼 조합원 분양 물량 비중이 높아 사업 구조가 안정적이다.
다만 포스코건설도 실적에서는 아쉬움을 삼켰다. 포스코건설은 3분기까지 6조864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중이다. 전년 동기(5조7173억원) 대비 20% 가량 증가한 수치다.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으나 수익성은 아쉬움이 남았다. 포스코건설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28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70억원) 대비 19.66% 줄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각 건설사들이 부동산 한파와 수익성 문제로 주택사업 수주 전략에 리모델링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도 리모델링 사업 강자임을 증명한 포스코건설은 안정적으로 수주를 늘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