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홀딩스 대표(왼쪽)와 구현모 KT 대표 (사진=포스코, KT)
구현모 KT 대표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국민연금이 최고경영자(CEO) 연임을 반대한 것. 이에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왔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신년인사회에 구현모 KT 대표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불참했다. 행사를 주관한 대한상공회의소는 KT와 포스코를 포함한 30대 기업에 초청장을 보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KT와 포스코에도 초청 공문을 보냈지만 각 사의 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7년 만에 대통령이 참석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500명이 넘는 인사가 몰렸기 때문에 두 수장의 불참은 눈에 띄었다.
KT 관계자는 불참 이유에 대해 “KT 대표가 신년 인사회에 항상 참석하지는 않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포스코 관계자도 “공식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국민연금은 포스코와 KT를 지목하며 CEO 연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8일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소유가 분산된 기업에서 회장 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고착화하고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는다거나 대표나 회장 선임,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후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원주 국민연금 본부장도 지난달 28일 KT 대표 연임에 대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 때도 KT 인사에 반대표를 던진 적이 있다. 당시 박종욱 KT 안전보건총괄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했고, 결국 박 후보는 스스로 사퇴했다. 박 후보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를 받고 있는데, 현재 구 대표도 같은 혐의를 받고 관련 항소를 진행하고 있다.
KT 이사회는 대표이사 연임에 규정상 문제가 없다며 구 대표의 선임을 결정하고,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주총에서 구 대표의 연임이 확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10.35%를 가진 최대 주주다.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면 연임이 무산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 수장의 불참에 대해 “현 정권의 눈치를 보고 스스로 참석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KT와 포스코 두 CEO는 재임 기간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두 사람의 연임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구 대표는 재임 기간 KT 주가가 70% 이상 상승했다. KT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12조589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40% 가까이 늘었다. 임기 동안 주주가치를 높였지만, 연임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포스코그룹도 마찬가지다. 최 회장의 재임 기간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43조원에 육박해 전년동기 대비 3조원 이상 늘었다. 포스코홀딩스도 국민연금이 지분 8.5%를 보유해 최대 주주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24년 3월까지가 임기다. 다만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