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모델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전자전시회(CES) 2023'에서 공개한 98형 Neo QLED 8K 신제품 TV (사진=삼성전자)
올해 3월로 예고된 유럽 지역 8K와 마이크로LED TV에 대한 전력 규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8K TV의 유럽 지역 수출은 문제 없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밝기를 낮추는 등 제품 품질을 저하시켜서 판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7일 TV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TV를 판매할 경우 8K와 마이크로LED TV도 에너지효율 규제를 받을 전망이다. 유럽 TV 판매가 다시 활기를 띠고있지만, 8K 등 고부가제품 시장엔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당초 EU는 회원국에서 TV를 판매하려면 HD(1280×720)의 경우 0.9 EEI(에너지효율지수), 4K UHD(3840×2160)는 1.1 EEI를 맞춰야 했다. 하지만 8K UHD(7680x4320)와 마이크로LED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었다.
올해 3월부터는 EU 국가에서 판매하는 TV 제조사들은 8K TV와 마이크로LED TV 등도 4K처럼 1.1 EEI를 맞춰야 한다. EU는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에너지 대란으로 가전제품의 에너지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북미에 이어 전자업계의 TV·가전 제품의 해외 판매 비중이 두 번째로 크다. 유럽의 소비 심리도 점차 개선될 전망이지만, 8K TV 등의 규제로 인해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의 비중이 규제 이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합산 TV 수입액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 말 저점을 찍고 상승하고 있다. (자료=KITA, 하이투자증권)
한국무역협회(KITA)는 EU 합산 TV 수입액 추이가 지난해 6~7월 저점을 찍고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DSCC의 ‘2023년도 디스플레이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는 “8K와 마이크로LED TV는 올해 3월부터 시행되는 EU 에너지효율 규제로 인해 서유럽에서 8K TV 제품 등의 판매가 위협받고 있어 출하량 부진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DSCC는 “일부 해결책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규정은 유럽에서 8K TV 판매를 완전히 중단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SCC는 “EU는 2021년 8K에 대한 세계 최대 시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EU 국가에서 8K TV를 판매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3월 규제 시행 이후에도 지속 수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8K TV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평가 관련 기술 옵션과 내년 3월 적용 예정인 8K TV 에너지효율지수 적정성에 대한 추가 협의 등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EU 에너지 규제에 따른 제품 품질 저하가 불가피하다. 삼성은 2023년형 Neo QLED 8K TV와 50~140형의 마이크로LED TV를 올해 선보였다. LG는 LG 시그니처 올레드(OLED) 8K TV가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산업부의 “3월 이후에도 8K TV의 EU 수출이 가능하다”는 발표와 맥을 같이 해, 이달에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EU 에너지 규제 관련 “규제에 대응하고 있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내심 문제가 없는 입장은 아니다. 제품 성능을 저하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8K처럼 화면을 키우거나 마이크로LED처럼 각 소자별로 전력이 소모되는 제품은 고화질 대화면일수록 전력 소비가 클 수밖에 없다. 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저전력 소자이지만 이 또한 크기가 커지면 전기를 많이 소모하기는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3월 EU 규제가 시행되면) 앞으로 8K TV 등은 규제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휘도(밝기) 등을 낮춰서 제품을 출하해야 할 것”이라며 “8K나 마이크로LED, 미니LED 등은 고해상도 TV이기 때문에 그만큼 전력 소비가 클 수밖에 없다. 휘도를 낮추면 그만큼 장점이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