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상장 건설사의 한해 실적이 공개됐다.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GS건설과 DL이앤씨는 수익성이 하락한 반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우건설은 해외 사업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주요 건설사들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해외사업 확대를 통해 실적 성장 및 수익성 제고에 나선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연결기준 87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248% 가량 증가한 액수다.
외형성장도 눈에 띈다. 매출액은 14조5980억원으로 전년(10조9890억원)보다 32.8% 증가했다. 하반기에만 8조2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신규 수주에서도 창사 이래 최대치인 16조9680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확대에도 청신호를 켰다.
삼성물산은 주택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초반에 불과해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다. 특히나 국내외 하이테크 중심의 수주 물량 확대가 수익성을 견인했다. 평택 반도체 공장과 미국 반도체 사업장인 테일러 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7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20% 증가한 10조4192억원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의 매출액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사업은 주택건축이다. 주택건축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이며 토목과 플랜트는 각각 18.2%, 13.9%다.
대우건설은 주택건축사업 비중이 높았지만 해외 사업 덕분에 수익성을 늘리는데 성공했다. 특히 대우건설의 대표적인 해외 사업 거점 국가인 나이지리아와 중동 지역인 이라크에서 진행하는 토목·플랜트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주택 사업에서도 해외 사업이 힘을 보탰다. 대우건설은 베트남에서 대규모 신도시 개발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베트남 떠이호떠이(THT) 법인 매출이 4000억원가량 반영된 것이 깜짝 실적의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외형 축소와 함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은 4963억원으로 전망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를 나타냈으며 매출액도 7조49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DL이앤씨의 주택사업 매출 비중은 지난 2020년 62.4%에서 이듬해 66.53%로 늘었다. 영업이익률이 11.8%에서 12.5%까지 늘어나는 등 주택사업 확대와 함께 수익성도 좋아졌던 DL이앤씨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70%를 넘겼으나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잿값 상승에 영업이익률은 6.6%까지 떨어졌다. 주택부문 원가율은 별도 기준 85.7%로 전년 대비 5.2%p 상승했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재무구조 유지가 위안거리다. DL이앤씨의 2022년말 연결 부채비율은 91%로 전년말 기준 93%에서 개선됐으며 순현금은 1조2000억원 가량이다. 이 같은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수주는 꾸준히 늘고 있다. DL이앤씨의 신규 수주는 11조8944억원이며 이 가운데 주택부문 수주 실적은 6조3285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수준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현재 건설업종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수익성 높은 양질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수주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히며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공사 수행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도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GS건설의 신규 수주는 16조74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목표치(13조1520억원)을 초과 달성했으나 수익성에서 웃지 못했다.
매출액은 12조2990억원으로 전년보다 36.1%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1% 감소한 555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7.1%에서 4.5%로 주저앉았다.
GS건설은 전체 사업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76%로 주요 상장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주택사업 부문 매출액은 전년 6조910억원에서 9조 3350억원으로 53.3% 급증했다. 이 같은 매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악화된 배경에는 원가율 상승이 있다. 이 부문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87.3%로 전년 78.1%에서 9.2%p 올랐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원가율을 보수적으로 잡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수익성에 발목이 잡혔다. 현대건설은 21조239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매출 20조 클럽에 진입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8% 감소한 582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의 매출은 사우디 마르잔 공사와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파나마 메트로 3호선 등 해외 대형현장 공정 본격화로 크게 늘었으나 원자잿값 상승에 수익성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매출원가율은 92.9%로 전년 90.1%에서 2.8p 증가했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UAE) 미르파 담수 복합화력발전소와 두바이 대관람차 수리 비용 관련한 일회성 비용이 각각 500억원, 200억원이 발생한 점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원가율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UAE 미르파 발전소 장기 미수금 대손 처리로 인한 판관비와 매출원가에 해당하는 두바이 대관람차 수리비용이 발생하는 등 해외부문 비용처리로 컨센서스를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엄계의 올해 실적 전망도 안갯속이다. 주요 건설사는 올해 해외사업과 신사업을 통한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동안 주택사업 비중이 높았던 건설사는 주택 분양 목표도 축소하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주택 분양 목표를 지난해 목표치보다 40% 낮춘 1만9881가구로 발표했다. 다만 각 건설사들이 지난해 분양을 미뤘던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분양이 이뤄질 경우 원가율 방어도 실적 개선에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가율은 늘어난 인건비, 재료비로 인해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분양 물량 감소가 가시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방어와 동시에 해외 및 신사업 수주에 열을 올릴 때"라며 "그래야만이 향후 1~2년 간 이어질 주택의 실적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