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에코플랜트가 시공권을 확보한 초량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조감도. (자료=SK에코플랜트)
대형건설사의 소규모 도시정비사업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국 주택사업 경기 전망 지수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알짜 사업지라 판단된다면 규모 상관없이 수주를 노리고 있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가 내달 17일 광명3동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 2차 입찰에 투찰할 계획이다.
광명3동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 일대에 지상 최고 29층 높이의 아파트 485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사업시행면적은 1만9856㎡이다. 일반 가로주택정비사업의 면적 제한이 1만㎡인 것에 비해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시행면적을 2㎡ 미만까지 늘릴 수있다.
DL이앤씨도 늘어난 사업시행 면적에 주목해 사업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해 투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마감한 광명3동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입찰에도 단독으로 투찰했다. 이후 지난 26일 개최한 2차 현장설명회에도 KCC건설, 금호건설과 함께 참석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진 사업지로 2차 입찰에도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들의 소규모 재건축 사업에 대한 구애는 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대형건설사들이 소규모 재건축 사업지를 품는 사례가 다수 있었으며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유지되는 모양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6월 200가구 규모의 서초구 ’서초아남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187가구를 새로 짓는 창동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SK에코플랜트도 416가구 규모의 '초량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품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미니 정비사업지에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적용까지 나섰다. 120가구 규모의 서울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 12·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 적용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대형건설사들이 소규모 정비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이유로 타운화와 고급화를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특히 LH와 SH 등과 각 시에서 지원하는 가로주택사업은 사업시행면적 확대와 용적률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대형건설사가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특히 서울시는 이날 모아주택․모아타운(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의 안정적인 제도 정착과 지속가능한 추진을 위한 2단계 사업 구상인 '모아주택·모아타운 2.0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갔다.
모아타운 대상지의 사업 총괄 관리를 위한 전문인력(코디네이터)을 지원해 사업추진 전반을 돕는다. 지난해 대상지로 선정된 65개소 중 시범 사업지를 선정해 SH공사가 사업을 관리하는 SH 참여 공공관리 모아타운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일률적인 층수 제한을 없애고 연구기관, 학계 등과의 협업을 통해 모아주택 제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현재 제2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이뤄지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모아타운으로 지정된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은 층수 제한이 없다. 반면 일반지역은 최고 15층 이하로 제한이 있다. 앞으로는 일반지역도 모아주택 기준을 충족하면 통합심의를 통해 층수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들이 참여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최소 2동과 3동 이상으로 아주 작은 사업지는 아니다"라면서도 "물론 예전에는 대형건설사가 브랜드를 사용하면서까지 진출할 시장은 아니었으나 최근 시장 상황에서는 전체적으로 먹거리가 줄어들다보니 일단 사업성이 좋다고 판단되면 수주라도 하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