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주택 물량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이에 민간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에서 미분양 물량 매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미분양 물량 매입에 회초리를 드는 등 부정적인 자세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22년 12월 주택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 미분양주택이 지난달 말 기준 전달 대비 17.4% 증가한 6만8107가구였다.
미분양 주택 6만8000가구는 10년만에 최대치다. 정부 내부에서 판단한 위험 수위를 넘어선 것.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미분양 아파트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각종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며 부동산 시장를 살리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면서 회복세는 더디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0.3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12.6대 1)대비 큰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이에 민간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미분양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을 촉구했다. 정원주 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주택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 등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공기업이 나서서 민간 미분양 주택을 적정 가격에 매입하거나 미분양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제외하는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08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전국 미분양주택 물량이 16만5599가구에 달하자 '환매조건부 매입'으로 미분양 물량 해소에 나섰다. '환매조건부 매입'은 공공기관이 건설 중인 미분양 주택을 현행 공공매입가격인 최고 분양가 70% 수준으로 매입한 뒤 준공 이후 사업주체 건설사에 환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미분양 주택 매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분양 물량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 아니며 악성 미분양으로 판단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지난달 말 기준으로 7518가구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정부는 분양가를 낮추는 노력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달 30일 "미분양 물량을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LH가 서울 강북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것에 대해 "세금이 아닌 내 돈이라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한준 LH 사장에게 매입임대사업 전반에 대한 감찰과 함께 제도 개선을 위한 대안 제시를 주문했다.
민간 건설사는 미분양 주택 매입을 두고 정부에서 계속된 부정적인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속이 탄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언급한 위험수위를 넘었음에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 경기를 봤을 때 미분양 물량 증가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며 "정부에서도 생각한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했을 때가 실질적인 제스처가 나와야하는데 막상 미분양 물량이 더 쏟아졌을 때 수습에 나서면 늦은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