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리’에서 김명민은 사지에 내몰린 학도병들에게 책임감을 느끼는 ‘진짜’ 어른 이명준 대위를 연기했다. 잊혀진 역사를 제대로 부각하기 위해 학도병들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준 김명민의 책임감 넘치는 선택은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빛냈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하 ‘장사리’)은 평균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 역사에 숨겨진 772명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되었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영화다.

김명민은 곽경택 감독이 ‘장사리’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베테랑 감독에 대한 신뢰가 굳건했고, 촬영 현장에서 직접 겪으며 믿음은 더욱 커졌다. 곽 감독의 빠른 결단력과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는 연기 경력이 많은 김명민도 감동케 했다.

“부담감이 있었지만, 감독님이 합류한다는 소식에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곽 감독님에 의한, 곽 감독님을 위한 영화였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두려움 없이 결단을 내리신다. 감독님의 빠른 결단력 때문에 어려운 전쟁 영화를 무난하게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선택했지만, 실존 인물 이명흠 대위를 모티브로 한 이명준 대위를 연기하는 과정은 어려웠다. 제대로 표현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었지만, 역사적 사료가 부족해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이 과정을 극복하게 해준 사람 역시 곽 감독이었다.

“여러 고민들을 했다. 그러나 곽 감독님이 캐릭터를 만들어주실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 동시에 잊혀진 역사를 다룬다는 사명감이 있어 영화에 참여를 하게 됐다. 곽 감독님이 무게감을 확실히 잡아주신 것 같다. 그리고 그 힘은 진정성에서 나온 것 같다.”

그러나 훈련도 제대로 못 받고 전쟁에 나선 학도병 한 명, 한 명을 조명하다 보니 기간병들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여기에 빠르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를 위한 편집 과정이 있었고, 이때 이명준 대위의 분량이 일부 삭제돼 분량이 더욱 줄어들었다. 늘 주인공 역할을 소화하던 김명민에게는 아쉬움이 있을 법 했다.

“만약 그런 편집 과정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담백함은 없었을 것 같다. 이명준의 앞이나 뒷이야기가 빠져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다. 리더로서 뭔가를 해야 했는데, 안 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우리 영화의 담백함을 위해 필수였다. 우리 영화에서는 대장의 심정이 중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덜어내는 것의 중요함을 아는 배우였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쏟아내는 열정도 중요하지만, ‘적당한 선’을 지키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한 김명민은 여전히 쉬운 길보다 어려워도 옳은 길을 선택하고 있었다.

“간을 계속 보다보면 싱겁게 느껴지는데, 그렇다고 소금을 계속치면 과해질 수 있다. 정도를 지키는 게 어려운 것 같다.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선이 있을 때 그것을 넘기는 순간 편하다. 하지만 완성된 걸 보면 민망할 때가 있다. 보통 내공과 선수가 아닌 이상은 정도적당한 선을 지키기가 어렵다. 이번에는 영화적으로 옳은 선택을 한 것 같다.”

②편으로 이어짐

뷰어스 장수정 기자 jsj8580@viewers.co.kr 장수정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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