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사옥. (사진=엔씨소프트)
게임업계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코로나 특수'를 누린 기간 경쟁적으로 높인 인건비가 부메랑이 됐다.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은 게임업계는 이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인건비를 통제하는 것은 물론 로열티와 인 앱 결제를 통한 수수료 줄이기 등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5일 엔씨소프트의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급수수료와 로열티 비용이 전체 영업비용에서 약 36%를 차지했다. 영업비용은 3552억원 가운데 인 앱 결제 등을 포함한 지급수수료와 로열티 비용은 각각 1252억원, 32억원이다.
1분기 영업이익이 8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6% 줄었으나 시장기대치인 47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배경에는 자체 IP에 따른 로열티 비용 최소화가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블레이드 앤 소울' ▲'아이온' ▲길드워 등의 IP(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IP의 자체 개발과 퍼블리싱을 통해 타 게임사와 달리 로열티 비용이 거의 나가지 않는다.
엔씨소프트는 오히려 자체 IP를 통해 로열티를 받는 구조를 갖췄다.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앤 소울'과 '리니지' IP를 활용해 선보인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리니지2 레볼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중국 시장에 '길드워'를 수출했다. 이를 통해 엔씨소프트의 1분기 매출 중 423억원은 로열티 수입이다. 타 게임사도 중국 진출에서는 로열티로 수입을 얻는 구조이나 엔씨소프트는 이에 더해 시장에서 검증된 자체 IP를 판매하며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넷마블이 매년 2000억원이 넘는 지급 수수료를 영업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엔씨소프트는 수지 맞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넷마블의 올해 1분기 영업비용은 6308억원으로 이 중 지급수수료는 2471억원이었다. 전체 영업비용에서 41%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인 앱 결제에 따른 지급수수료가 최대 30%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 로열티 비용으로 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는 개발사 역량자체 개발 및 배급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별도의 개발사 수익 공유도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1분기 지급 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3.5% 증한 924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게임 매출 변동비로 인한 마켓 수수료 및 개발사 RS(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게임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수익을 나누는 것)에 따라 늘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앞으로도 자체 IP 신작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의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기작 'TL(쓰론 앤 리버티)'도 자체 IP다. 이 같은 매출 구조는 단기적인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수익성 안전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A 게임사 관계자는 "자체 IP를 보유하고 이를 신작으로 개발할 역량을 갖춘 게임사는 투입 비용이 비교적 적은 만큼 당연히 지속적인 성장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넥슨 사옥. (사진=뷰어스 DB)
■ 인 앱 결제 수수료 피하고 이용자 편의 높이고…PC 결제 늘리기 해답 될까
넥슨이 지난 3월 30일 출시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프라시아 전기'는 모바일과 PC 결제를 동시에 지원했다. 그 결과 프라시아 전기 전체 매출 중 PC 비중이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프라시아 전기'는 지난달 기준 월간 모바일 게임 매출 종합 5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순위에 위치한 '리니지2M'과 '리니지W'의 1분기 월평균 매출이 400억원 가량이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프라시아 전기'의 모바일 매출은 해외서비스 차이로 이보다는 다소 낮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200억원에서 300억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프라시아 전기'의 PC 매출을 더할 경우 최소 2배 이상으로는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PC 매출은 인 앱 결제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지급 수수료 절감 효과가 있다. 매출에서 PC 게임 비중이 높은 넥슨은 1분기 지급수수료가 판관비와 영업비용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5%에 그쳤으며 모바일게임의 PC 결제 지원은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탤 전망이다.
엔씨소프트가 로열티 비용에서는 자유로웠으나 지급수수료에서의 지출이 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모바일 게임의 별도 PC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엔씨소프트는 올해 1분기 지급 수수료가 1252억원으로 전체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3%로 가장 높은 비중이다.
반면 자체 PC 플랫폼 '플로어'를 통해 PC결제를 지원하는 라인게임즈는 지난해 연간 지급 수수료가 전체 영업비용에서 25.8%에 그쳤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최대 인앱 결제 수수료인 30%보다 낮게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게임 기반 PC 크로스 플랫폼 게임이 PC 결제를 진행했을 때 수수료 영향 보다는 이용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비용 절감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게임업계의 전반적인 결제 플랫폼 변화는 당장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구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차원에서다.
B게임사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 다수는 여전히 모바일 게임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순위를 중요시 여기고 이용자들도 순위가 높은 게임에 더욱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매출 순위가 낮게 잡힌다면 일종의 마케팅 효과도 포기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C게임사 관계자는 "모바일·PC 크로스 플랫폼 게임이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PC결제 지원하는 분위기가 주류가 되면 모를까 기존 게임에 PC 결제 시스템을 추가하는 건 절차 문제도 있어 당장 PC 결제가 늘어 대세가 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