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ESG 플레이북 2022'에는 회사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소개됐다. (자료=엔씨소프트)
국내 게임사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경영의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차별 반대와 같은 정치적 올바름, 공정성 제고 요구가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이 ESG 경영 활동을 요약한 ESG 보고서에도 표면적인 다양성을 비롯해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까지 담아 모두를 위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녹아들어가 있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전날 첫 ESG보고서를 발간했다. 상장사로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ESG경영 실천 강화 차원에서다.
카카오게임즈의 ESG 보고서 중 주요 가치로 다양성이 꼽혔다. 성별 다양성 증진을 위한 카카오게임즈의 노력이 다수 소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구성원 중 여성 비율은 약 37.5%, 관리자 중 여성 비율 약 28%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성별 다양성 증진을 위해 임산부 크루 대상의 정기검진을 위한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육아 휴직 사용을 장려한다.
카카오게임즈는 이어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첫 여성 사외 이사인 임승연 이사를 선임하는 등 임직원 전반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ESG 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인권경영선언문과 인권경영 로드맵에 따라 인권경영 이행을 본격화하며 다양성 및 포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펄어비스도 ESG 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소개했다. 펄어비스는 "기업 경쟁력의 필수 요소인 다양성과 포용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존중'과 '공감'의 가치를 나누며 다양한 배경 및 가치관을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펄어비스의 다양성 존중 조직문화 조성은 글로벌 게임회사를 지향하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글로벌 인재 채용과 함께 모든 구성원의 시각과 의견이 자유롭게 공유되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는 게 펄어비스의 설명이다. 외국에서 대학 졸업을 앞둔 외국인들을 위해 한국 오피스에서 근무해볼 수 있는 외국인 인턴십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조직 문화를 넘어 게임 내부에도 다양성과 포용성 관련 가치를 심는데 힘쓰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9일 발간한 'ESG 플레이북 2022'에서 "콘텐츠와 서비스가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고 혐오와 차별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용자가 차별 없이 동등하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모두가 함께 즐거움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컬처럴라이제이션(Culturalization)' 활동을 통해 글로벌 출시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콘텐츠 내 혐오 및 차별 등 리스크를 예방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한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각국의 성별과 인종, 신체적 장애 등 표면적 다양성은 물론 언어와 의상, 전통 및 도덕관념과 같은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적용한다.
신작 TL에서도 인종과 성별,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외형 표현이 가능하도록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다양화하고 성별 지칭 용어도 제거하고 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ESG경영위원장은 "콘텐츠 내 혐오와 차별을 줄이고 보다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 개발부터 출시 전 과정에서 관련 프로세스를 강화하겠다"며 "개발 단계부터 운영 전반에 걸쳐 고객과의 소통 활동을 확대해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는 개발 문화를 지속적으로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넷마블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3 ESG보고서'에도 게임 내 다양성 및 포용성 제고를 위한 활동이 담겼다. 보고서에는 "넷마블은 모든 유저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콘텐츠 내 다양성 및 포용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을 콘텐츠를 기획하고,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각각의 국가 환경에 맞는 콘텐츠 가이드를 수립하고 가이드를 통해 게임 장르 및 특성에 부합하는 문화적 배경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이해도를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해당 가이드를 바탕으로 서비스 권역별 고정관념, 차별, 문화적 전유, 상징 등을 고려하여 다양성이 내재된 콘텐츠를 기획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게임 내 유저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비윤리적, 혐오적 표현 예방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출시한 신작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에서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150여 개 언어의 비윤리적 표현을 탐지하고 제재 중이다.
국내 게임사가 앞다퉈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근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사에 요구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기준이 높아지면서다. 일렉트로닉 아츠(EA)는 인력 구성원에 있어서 성별 비율 공개 뿐아니라 인종 비율까지도 공개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더욱 힘을 쏟는 만큼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며 "다만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으며 이에 따른 갈등도 무시할 수는 없어 신중한 차원에서 접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