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조감도(왼쪽)와 포스코이앤씨의 조감도. (자료=각 사)
여의도 한양아파트 수주전에 뛰어든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출혈 경쟁도 감수하는 모양새다. 시공사 입장에서 '제 살 깎아먹기'에 가까운 조건을 내세울만큼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위상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 공사비로 각각 7740억원, 7020억원을 제시했다.
포스코이앤씨가 제시한 공사비는 현대건설보다 720억원 저렴하며 3.3㎡당 기준으로는 798만원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원안설계로 3.3㎡당 881만원, 대안설계는 824만원을 제시했다.
최근 서울 지역 주요 사업지의 공사비를 고려했을 때 포스코이앤씨의 조건은 조합원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서울 주요 지역 공사비를 3.3㎡당 800만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서울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 조합은 공사비를 3.3㎡당 840만원으로 먼저 제시했음에도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이에 맞서 조합원 분담금을 사실상 '0원'으로 만들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공사비가 아닌 분담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소유자의 부담을 덜겠다는 거다. 방식은 조합원이 동일평형 입주 시 100% 환급받는 최고의 개발이익 창출을 통해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비용 측면에서 두 건설사의 조건이 모두 좋고 누가 시공사로 선정되더라도 약속했던 조건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한 흐름"이라면서도 "공사비는 본계약 체결 전까지는 결국 모르는 영역이고 100% 환급 조건 또한 지금 단계에서 실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설계 양 측면에서도 최고의 조건을 앞세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스카이 커뮤니티 설치를 통한 여의도 한강 조망 확보와 함께 버티포트 착륙장 건설 등을 제안했다. 단지명은 '디에이치 여의도 퍼스트(THE H YEOUIDO 1st)'로 여의도 재건축 1호라는 상징성을 고스란히 담는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측은 "서울 핵심 지역에 '하이퍼엔드' 주거 상품을 제안하며 새로운 주거 트랜드를 선도하고 있다"며 "하이퍼엔드 주거시장을 선도하는 현대건설만의 경험과 노하우에 여의도에 최초로 선보일 '디에이치'의 상품을 더해 소유주에게 최고의 미래가치를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여의도 한양아파트가 50층 이상의 높이까지 설계가 가능한 만큼 초고층 기술력으로 명품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파크원(69층 333m) 시공을 통해 검증된 기술력과 포스코의 우수한 철강재 활용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이앤씨가 지난해 론칭한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제안하고 해당 브랜드의 파워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향기마케팅 기업 아이센트사의 향기 디자이너인 레이몬드 메츠의 손을 잡고 '오티에르'의 시그니쳐 향기 '오티에르 엘릭서'를 개발했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회사의 모든 이익을 내려놓고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데 집중하겠다"고 수주 의지를 다졌다.
이 같은 수주전 과열 양상은 입찰 마감 이전부터 예고됐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이 이뤄지기 전에 현대건설은 여의도 한양 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으로부터 개별 접촉과 관련한 홍보 지침 위반으로 '주의'를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여의도 한양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대형건설사의 수주전을 놓고 출혈 경쟁을 벌일만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향후 다수의 여의도 재건축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1호 사업인데다가 사업성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여의도 한양 아파트는 여의도 재건축 1호라는 상징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출혈 경쟁을 벌일만 하다"면서 "용적률 상향에 따른 단지 규모 등을 고려하면 일반 분양 물량이 꽤나 많아 건설사가 수익을 낮추더라도 나쁘지 않은 사업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