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내부에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정지수 기자)
몸 사리기 바빴던 대형 건설사들이 올 하반기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택 시장 침체로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신중을 기하다가 순식간에 출혈 경쟁도 감수하는 '투사'로 돌변했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수주를 놓고 다투는 현대건설이 사업지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소유주에게 최소 3억6000만원 이상을 환급하는 전략을 세웠다.
서울시 정비사업 종합정보관리시스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서 확인된 현대건설의 입찰제안서에는 ▲분양수입 증가 세대당 약 6억원 ▲미분양 시 최초 일반분양가로 현대건설이 대물인수 ▲일반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모든 이익 소유주 귀속 등의 전략으로 동일평형 입주 시 100% 환급받는 개발이익 등이 담겼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입찰 제안에 소유주 금융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포스코이앤씨가 제안한 공사비(7020억원)의 142% 규모인 총 사업비 1조원을 책임조달해 시행자 자금부족으로 사업 중단 가능성을 막겠다는 거다. 이와 함께 '사업비 우선상환'과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 등 조합의 부담을 더는 방향을 전략으로 삼았다.
양 사 모두 출혈 경쟁을 감수하는 조건을 다수 제시했다. 여의도 재건축 1호라는 상징성을 갖춘 한양아파트를 반드시 수주하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수주전은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찾아보기 힘든 양상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올 상반기 기준 도시정비 수주액은 8조1624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518억원) 대비 59.3% 감소했다. 절반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정비사업 조례 개정과 용적률 및 층수 규제 완화 등으로 도시정비사업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여의도 한양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주전은 추후 서울 주요 사업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여의도 한양아파트와 같이 지난 21일 입찰을 마감한 송파 가락프라자 아파트 재건축 사업지도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양 사는 각각 '새로운 자이'와 '안전한 힐스테이트' 등을 내걸고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시공사 입찰을 접수하는 노량진1구역도 GS건설과 삼성물산의 맞대결 가능성이 나온다. 노량진1구역은 총 공사비만 1조원이 넘어서는 대형 사업지다. 다만 해당 사업지에서 조합이 제시한 예정 공사비는 3.3㎡당 730만원 수준으로 최근 공사비 흐름과 비교했을 때 다소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사업지의 수주전 성사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외에도 연내 수주전 가능성이 나오는 서울 지역 주요 사업지는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와 용산구 한남5구역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의 선별수주 기조는 여전하지만 수주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사업지는 그만큼 사업성이 좋은 곳들"이라면서 "건설사들은 여의도 한양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출혈 경쟁 수준의 수주전까지도 고려하면서 입찰에 나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