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州)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NEOM)' 신도시의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이 추석 연휴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사우디와 이스라엘·이집트를 찾아 현지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추석에도 사우디를 찾은 이 회장은 10년째 명절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추석 연휴 기간에 사우디를 비롯해 이집트와 이스라엘까지 중동 3개국을 방문했다고 2일 밝혔다.
그의 이번 중동 3개국 방문은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을 위해서다. 이 회장은 지난해 회장 취임 직후 삼성물산이 참여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1년여 만에 다시 중동 지역을 찾은 것.
이 회장은 사우디 북부 타북주에 있는 친환경 스마트시티 네옴의 산악터널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네옴은 사우디의 대규모 국가 개혁 프로젝트 중 하나인 미래형 신도시다. 면적은 서울시의 44배에 달하는 규모다. 프로젝트에 투입돈 사업비는 5000억 달러(약 670조원)로 추산된다. 약 9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주 지역뿐 아니라 산업과 관광단지, 리조트 등이 들어서게 될 예정이다.
네옴은 건설과 교통뿐 아니라 통신, 스마트팩토리 등 첨단 신사업 기회가 펼쳐져 있다. 업계에서 네옴시티를 ‘제2의 중동 붐’이라 부른다. 이 회장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수차례 만나 사업을 논의하는 등 중동 지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
삼성 계열사 중 삼성물산이 네옴의 핵심 교통 및 물류 수단인 지하 철도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거주 지역인 ‘더 라인’에서 하부 교통망 시설 ‘스파인’ 중 약 12.5km 길이의 구간 터널 공사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지금은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고생하고 있지만 최전선에서 글로벌 삼성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하자”고 격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현지시간) 이집트 중부 베니수에프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TV·모바일 공장을 찾아 근무 중인 임직원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사우디 방문에 앞서 이 회장은 이집트 중부 베니수에프주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도 방문했다. 이집트는 중동·아프리카 시장의 교두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부터 TV와 모니터, 태블릿 등을 만들고 있다.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해 이집트에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도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삼성전자 이스라엘 연구개발(R&D) 센터에서 혁신 스타트업과 신기술 투자 현황을 보고 받았다. 삼성은 미래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 R&D 센터와 삼성리서치이스라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이 회장의 중동 방문은 사전 답사 차원의 의미도 있다. 오는 21~24일 이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과 정·재계 인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방문해 네옴시티 수주전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지에서 임직원 격려뿐 아니라 경영진들과 함께 중동 비즈니스 전략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명절 해외 현장 경영’은 지난 2014년부터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명절 연휴를 활용해 해외 사업을 점검하고 현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2014년에는 설 연휴를 기회로 미국 출장길에 올라 현지 이동통신사 경영진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2016년 설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현 메타) 창업자와 만났고, 같은 해 추석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동했다. 지난해 추석엔 삼성전자 멕시코·파나마 법인에서 중남미 사업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