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재건축 단지. (사진=연합뉴스)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선별 수주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서울시내 알짜 사업장에는 출혈 경쟁을 감수하는 반면 일부 정비사업장은 대어급으로 꼽히는 규모에도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경기 군포시 금정역 일대 산본1동1지구·2지구 재개발사업이 각각 입찰을 마감한 결과 건설사의 단독 입찰로 모두 유찰됐다.
산본1동1지구는 현대건설의 단독 참여로 유찰됐다. 지난 8월 첫 입찰 마감 당시에는 GS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 입찰로 유찰됐으나 이번에는 현대건설의 단독 입찰로 마무리됐다. 두 번의 시공사 입찰 유찰로 수의계약이 유력하다.
산본1동1지구 재개발 사업은 경기 군포시 산본동 78-5 일대 구역면적 약 8만4398㎡에 지하 4층∼지상 35층 높이의 아파트 2021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신탁방식으로 한국자산신탁이 시행자로 지정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산본1동2지구는 포스코이앤씨가 단독으로 참여했다.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과 DL이앤씨도 참석했으나 경쟁입찰은 성사되지 않았다. 1지구와 달리 첫 번째 입찰 마감으로 향후 시공사 입찰이 또 유찰된다면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산본1동2지구 재개발은 군포시 산본동 227-7일대 4만206㎡에 지하3층~지상36층 높이의 아파트 8개동 963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1지구와 마찬가지로 신탁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사업시행자는 KB부동산 신탁이다.
산본1동1지구와 2지구 모두 대단지급 규모에도 불구하고 경쟁 입찰은 물론 물밑작업도 눈에 띄지 않았다.
전날 부산 동구 초량2구역 재개발 사업(1815가구)과 부산 시민공원 촉진2-1구역(1902가구)은 건설사들의 무응찰로 유찰됐다.
부산시민공원 촉진2-1구역은 당초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의 맞대결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두 건설사 모두 입찰하지 않았다. 삼성물산 측이 추후 입찰에는 응찰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경쟁입찰 성사 여부는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최근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956가구·오피스텔 210실)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수주전에서 각각 '가구당 3.6억 환급'과 '공사비 평당 798만원' 등 다양한 조건을 내세우면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지마다 시공사 선정에서 온도차가 나는 배경에는 건설사의 선별 수주 전략이 꼽힌다. 건설사는 고금리 환경과 함께 원자잿값 인상, 분양 시장 침체 등으로 목표 수주 사업지의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설정하고 있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대단지급 사업지가 분양 물량이 많아 각광 받았으나 오히려 침체기에는 미분양 리스크라는 사업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건설사가 보는 건설경기 전망은 비관적으로 사업지 수주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시정비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전날 발표한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9.4p(포인트) 하락한 61.1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수값이 100을 넘으면 건설경기 상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건설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수값이 100을 넘지 못하면 건설경기 상황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는 건설사가 많다는 걸 뜻한다.
신규수주 BSI도 71.4로 전월보다 3.2p 줄었다. 공종별로 살펴보면 특히 주택수주 BSI가 61.4로 전월 대비 7.8p 하락했다. 자금조달 BSI도 전월보다 4.9p 감소한 68.3이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건설경기가 악화됐는데 신규수주가 부진하고 자금조달 상황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융권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PF 대출 채무 위험에 대한 우려감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일부 사업장에서는 경쟁 입찰로 인해 치열하게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으나 건설사의 선별 수주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높아진 원자잿값에 따른 공사비 인상이 잘 반영되더라도 다소 침체된 시장 상황에 미분양 우려가 여전해 분양 물량이 많은 사업지는 사업성이 확실한 게 아니라면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