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신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비슷한 소재에 제작진, 배우들까지 같은 경우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된다.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모방한 것은 아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 ‘빅매치’에선 어딘가 비슷한 두 작품을 비교해 진짜 매력을 찾아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사진=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23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 분)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30대 여성의 현실을 디테일하게 담아내 호평받은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영화 속 지영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 다시 일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단절된 경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아이를 돌볼 사람도 마땅하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쉽게 도전할 수도 없다. 김지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이자 언니, 동생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공감하게 만든다. 나이대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2010년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정유미는 취업 전선에 뛰어든 20대를 소환한 적 있다. 깡패와 취업준비생의 사랑이라는 다소 판타지 같은 설정이 있었지만, 정유미가 그려낸 막막한 청춘의 현실이 차별화를 만들어낸 영화였다. 정유미는 외양부터 완벽하게 캐릭터에 맞게 변신했다.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는 어쩌다 잡히는 면접이 없을 때면 트레이닝복을 입고 동네를 누비는 편안한 모습으로 캐릭터의 털털한 성격을 짐작케 했다. ‘82년생 김지영’에서도 수더분한 외양은 물론, 김치 국물 묻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디테일한 표현으로 전쟁 같은 육아의 현실을 엿보게 했다. 사진=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스틸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극적인 표현보다는 담담한 표현으로 일상성을 만들어냈다. 정유미는 88만원 세대의 애환을 겪는 세진의 주눅 든 모습은 물론, 그래도 꿋꿋하게 도전하는 씩씩한 모습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높인다. 단절된 경력이 씁쓸한 김지영의 아픈 속내부터 아이, 남편, 가족들의 응원으로 위기를 넘기는 당찬 모습까지 입체적으로 소화해 몰입도를 높이기도 했다. 한 인물의 일상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만큼, 큰 변화는 아니지만, 소소한 변화들을 디테일하게 담아내며 성장기를 납득시킨다. 면접관의 부당한 요구에도 침묵하던 세진이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뭉클함을 만들어냈다면, 김지영 또한 바로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천천히 시작하며 희망을 느끼게 했다. 표현이 다소 담담해 집중도가 높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인물이 처한 상황과 성격을 묵묵히 그려가는 정유미의 뚝심 있는 연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현실에 발 딛고 서서 보는 이들을 설득시키는 저력이 두 영화를 빛낸 원동력이 됐다.

[빅매치- ‘내 깡패 같은 애인’ VS ‘82년생 김지영’] 현실 소환하는 정유미의 능력

장수정 기자 승인 2019.10.23 14:38 의견 0

<편집자주> 매주 신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비슷한 소재에 제작진, 배우들까지 같은 경우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된다.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모방한 것은 아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 ‘빅매치’에선 어딘가 비슷한 두 작품을 비교해 진짜 매력을 찾아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사진=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23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 분)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30대 여성의 현실을 디테일하게 담아내 호평받은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영화 속 지영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 다시 일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단절된 경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아이를 돌볼 사람도 마땅하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쉽게 도전할 수도 없다. 김지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이자 언니, 동생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공감하게 만든다.

나이대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2010년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정유미는 취업 전선에 뛰어든 20대를 소환한 적 있다. 깡패와 취업준비생의 사랑이라는 다소 판타지 같은 설정이 있었지만, 정유미가 그려낸 막막한 청춘의 현실이 차별화를 만들어낸 영화였다.

정유미는 외양부터 완벽하게 캐릭터에 맞게 변신했다.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는 어쩌다 잡히는 면접이 없을 때면 트레이닝복을 입고 동네를 누비는 편안한 모습으로 캐릭터의 털털한 성격을 짐작케 했다. ‘82년생 김지영’에서도 수더분한 외양은 물론, 김치 국물 묻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디테일한 표현으로 전쟁 같은 육아의 현실을 엿보게 했다.

사진=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스틸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극적인 표현보다는 담담한 표현으로 일상성을 만들어냈다. 정유미는 88만원 세대의 애환을 겪는 세진의 주눅 든 모습은 물론, 그래도 꿋꿋하게 도전하는 씩씩한 모습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높인다. 단절된 경력이 씁쓸한 김지영의 아픈 속내부터 아이, 남편, 가족들의 응원으로 위기를 넘기는 당찬 모습까지 입체적으로 소화해 몰입도를 높이기도 했다.

한 인물의 일상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만큼, 큰 변화는 아니지만, 소소한 변화들을 디테일하게 담아내며 성장기를 납득시킨다. 면접관의 부당한 요구에도 침묵하던 세진이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뭉클함을 만들어냈다면, 김지영 또한 바로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천천히 시작하며 희망을 느끼게 했다.

표현이 다소 담담해 집중도가 높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인물이 처한 상황과 성격을 묵묵히 그려가는 정유미의 뚝심 있는 연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현실에 발 딛고 서서 보는 이들을 설득시키는 저력이 두 영화를 빛낸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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