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장애인들을 위해 마련된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전자책은 0.09%에 불과하다.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영상자료 자막·해설도 미흡해 장애인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보유한 전자책 17만 건 중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전자책은 1579건으로 0.09%다. 또 최근 3년간 국립장애인도서관의 시각장애인 영상 화면해설과 청각장애인 영상 자막자료 제작 건수는 0건이었다. 자막과 해설이 없는 영상자료는 시각·청각 장애인들에게는 없는 자료나 마찬가지다. 또 최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국립특수교육원이 수행 중인 시각장애학생 대체자료 및 대체교과서 중 EBS 수능방송교재 자료가 점자 맞춤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교육적인 부분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시각장애인은 번번이 난관에 부딪혀야 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병원이나 은행에서 대기할 때 등 매일 먹고, 쓰고 생활하는데 있어서 시각장애인들은 늘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시각장애인편의시설증진센터 홍서준 연구원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매년 모니터링을 통해 시정요청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정설치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손잡이나 벽면, 바닥에 설치하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은 공사의 범위와 소요예산이 비교적 적게 들어 지자체나 시설운영기관이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 실제로 홍 연구원이 겪은 황당한 일도 있었다. 홍 연구원은 “점자가 거꾸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있었다. 손목을 거꾸로 뒤집어서 꾸역꾸역 정보를 얻어냈다. 점자에 능숙한 사람이라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도실명하신 분들 등 점자가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라면 거꾸로 되어있는지조차 모르고 한 세월을 보내게 될 상황이었다. 글씨가 아닌 줄 알고 읽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시내버스 같은 경우 버스 정류장에 점자 표지판이 완벽하게 되어 있는 것이 거의 없다. 하다못해 버스 번호를 알 수 있는 점자도 없고, 있어도 일부분일 뿐이다. 지하철의 경우는 손잡이 점자 표지판, 화장실 점자 표지판이 있지만, 역시나 문구가 불충분하다. 사실상 점자를 읽으면서 편하게 다니기엔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물을 설치하는 사람들이 점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쓸모없는 정보를 넣어 놓고, 정작 필요한 정보는 축소시키는 행태도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점자 교육은 시각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대상으로도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실무 담당자의 경우라면 점자 교육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홍 연구원은 “지자체나 제작 업체들도 점자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 법은 추상적이다. 예를 들어 ‘시설을 설치하라’는 말뿐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뉴얼이 중요하다. 각 편의시설별로 제작되어 있는 세부 지침을 지자체나 공공기업이 실질적인 시설이 될 수 있도록 설치하는 노력이 병행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시설물에 대한 시민의식, 시각장애인들의 신고의식도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 의식도 중요하다. 점자 표지판을 떼버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훼손함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이들이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신고에 따른 변화가 더딘 탓에 ‘민원을 넣어봤자’라는 인식도 자리 잡고 있다. 신고 절차를 모르는 분들도 있고, 우리나라 행정에 대한 불신도 있다. 그렇더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의 발전을 위해 신고 방법과 개선 방향·사례들을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View 기획┃점자로 읽는 세상③] “거꾸로 된 점자, 손목 꺾어 읽으라고?”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1.01 12:58 | 최종 수정 2019.11.04 09:44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장애인들을 위해 마련된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전자책은 0.09%에 불과하다.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영상자료 자막·해설도 미흡해 장애인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보유한 전자책 17만 건 중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전자책은 1579건으로 0.09%다. 또 최근 3년간 국립장애인도서관의 시각장애인 영상 화면해설과 청각장애인 영상 자막자료 제작 건수는 0건이었다. 자막과 해설이 없는 영상자료는 시각·청각 장애인들에게는 없는 자료나 마찬가지다.

또 최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국립특수교육원이 수행 중인 시각장애학생 대체자료 및 대체교과서 중 EBS 수능방송교재 자료가 점자 맞춤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교육적인 부분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시각장애인은 번번이 난관에 부딪혀야 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병원이나 은행에서 대기할 때 등 매일 먹고, 쓰고 생활하는데 있어서 시각장애인들은 늘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시각장애인편의시설증진센터 홍서준 연구원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매년 모니터링을 통해 시정요청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정설치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손잡이나 벽면, 바닥에 설치하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은 공사의 범위와 소요예산이 비교적 적게 들어 지자체나 시설운영기관이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

실제로 홍 연구원이 겪은 황당한 일도 있었다. 홍 연구원은 “점자가 거꾸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있었다. 손목을 거꾸로 뒤집어서 꾸역꾸역 정보를 얻어냈다. 점자에 능숙한 사람이라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도실명하신 분들 등 점자가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라면 거꾸로 되어있는지조차 모르고 한 세월을 보내게 될 상황이었다. 글씨가 아닌 줄 알고 읽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시내버스 같은 경우 버스 정류장에 점자 표지판이 완벽하게 되어 있는 것이 거의 없다. 하다못해 버스 번호를 알 수 있는 점자도 없고, 있어도 일부분일 뿐이다. 지하철의 경우는 손잡이 점자 표지판, 화장실 점자 표지판이 있지만, 역시나 문구가 불충분하다. 사실상 점자를 읽으면서 편하게 다니기엔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물을 설치하는 사람들이 점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쓸모없는 정보를 넣어 놓고, 정작 필요한 정보는 축소시키는 행태도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점자 교육은 시각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대상으로도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실무 담당자의 경우라면 점자 교육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홍 연구원은 “지자체나 제작 업체들도 점자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 법은 추상적이다. 예를 들어 ‘시설을 설치하라’는 말뿐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뉴얼이 중요하다. 각 편의시설별로 제작되어 있는 세부 지침을 지자체나 공공기업이 실질적인 시설이 될 수 있도록 설치하는 노력이 병행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시설물에 대한 시민의식, 시각장애인들의 신고의식도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 의식도 중요하다. 점자 표지판을 떼버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훼손함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이들이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신고에 따른 변화가 더딘 탓에 ‘민원을 넣어봤자’라는 인식도 자리 잡고 있다. 신고 절차를 모르는 분들도 있고, 우리나라 행정에 대한 불신도 있다. 그렇더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의 발전을 위해 신고 방법과 개선 방향·사례들을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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