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끝)이 새해 첫 업무로 올해 양산하는 5세대 HBM3E 챙기기에 나섰다. 최 회장이 지난 1월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연구개발(R&D)센터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사장(가운데)으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그룹)
SK하이닉스가 대만 TSMC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강화에 나선다. 생성형 AI 서비스에 활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선두에 있는 만큼 차세대 HBM 생산 준비에 발 빠르게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출하를 본격 시작한 가운데, 6세대인 HBM4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5세대 이어 6세대 선두 조준…SK하이닉스, TSMC와 HBM 생태계 구축
업계 관계자는 “6세대인 HBM4부터는 로직 공정인 일종의 시스템반도체 공정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파운드리사와 협력이 필요하다”며 “D램 공정 기반으로 설계해서 넣으면 되지만, HBM4부터는 일종의 시스템반도체 공정을 써야 하기 때문에 관련 생태계상 공정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HBM을 주문하면 엔비디아 칩셋이랑 TSMC가 인터포저라는 특수기판으로 하나로 패키징을 하는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실적 발표에서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고성능 D램 수요 증가 흐름에 맞춰 AI용 메모리인 HBM3E를 올해 상반기에 양산하고, HBM4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과 수익성 높은 HBM 공급 물량 확대에 따라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4분기 매출 11조3055억원으로 전년 보다 25% 늘었고, 영업이익은 346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AI 서버와 모바일향 제품 수요가 늘었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는 등 메모리 시장 환경이 개선됐다”며 “특히 지난해 주력제품인 DDR5와 HBM3 연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는 “최근 기업들의 AI 도입과 개인의 AI 활용 증가로 중장기 HBM 수요는 연평균 60% 수준의 성장을 예상한다”라며 “AI 상용화 수준과 신규 응용처 확대 등으로 성장률은 추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태현 기자)
■ AI 반도체 선두 경쟁…삼성전자, 이재용 사법리스크 일부 해소 실적 회복 노려
삼성전자도 HBM4부터는 선두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에 파운드리는 TSMC에 이어 2위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불법 경영권 승계’ 혐의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사법리스크가 일정 해소됐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 회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차례로 만나 AI 반도체 관련 협력 논의에 나섰다. 삼성과 SK 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에 따르면 HBM의 평균판매단가는 기존 DDR4 D램과 비교해 500% 수준으로 높게 형성돼 있고, HBM 공급량도 지난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45%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