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리츠증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자사주나 잘 갖고 있을 걸 그랬어요.”
때아닌 주가 급등에 쓴웃음을 짓는 직원들이 있다. 어느새 주가 8만대 중반을 넘어선 메리츠증권의 얘기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은 전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에 성공하며 종가 기준 주당 8만5500원대까지 올랐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연출 중이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외국인의 폭풍 매입에 힘입어 장중 14% 수준까지 상승폭을 확대하는 등 금융주의 ‘틀’을 깬 랠리를 보이고 있다. 3개월 수익률만 55%가 넘어섰다.
■ '원메리츠' 선언 후 주가 부양 효과 확대...지치지 않는 랠리
메리츠금융이 금융시장에서 재조명 받게 된 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부터다.
국내 대다수 기업들이 핵심사업을 분리해 중복 상장하는 이른 바 ‘쪼개기 상장’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할 때 메리츠금융은 핵심 계열사를 지주로 흡수 통합, ‘원 메리츠’ 시대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순익의 절반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주주환원책까지 내놓으면서 외국인 등 투자자들 사이에서 러브콜 공세를 받았다.
장기 추세를 놓고 보면 메리츠의 이 같은 정책은 확실한 주가 부양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 11월 편입 계획 발표 이후 메리츠금융 주가는 한달만에 74% 가량 오르며 레벨업했고 지난해 4월 완전 자회사 편입 절차를 마무리지은 이후 4만원대를 벗어나며 현재까지 지치지 않는 랠리 중이다.
■ 주식저축장려제에 유증까지...아쉬운 '순간들'
메리츠증권 직원들 사이에는 자사주를 보유한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2010년 이후 시행되고 있는 ‘주식저축 장려제도’ 수혜자들은 가장 많은 부러움을 사는 주인공들이다. 메리츠증권은 사내 복지 차원에서 직원이 급여 중 6%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자사주(혹은 펀드)를 매입할 경우 회사가 3%에 해당하는 규모를 지원해 매달 투자할 수 있도록 독려해 왔다.
이는 임직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애사심 고취 효과, 나아가 회사로서는 정기적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주가 부양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일석삼조’인 셈이다.
여기에 앞서 두차례 시행한 유상증자 당시 취득한 주식까지 보유 중이라면 ‘자사주 부자’의 수익 규모는 더 불어난다.
메리츠증권이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2007년과 2015년 실시했던 유상증자 우리사주조합의 발행가격은 각각 1640원, 4530원 수준에 불과했다. 당시에도 평균 30% 수준의 할인율이 적용된 까닭에 2015년 당시 직원들은 청약을 통해 1인 평균 7260만원 규모의 신주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상당수 직원들은 저축계좌나 증자로 배정받은 주식 대부분을 상승 과정에서 차익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 한 관계자는 “자사주가 이렇게까지 오를 줄 몰랐다”며 “증권사 직원들이다보니 대부분 다양한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자사주만한 투자처가 없었던 셈”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직원도 “대부분 직원들이 적정시점에 차익실현을 했는데 현재까지 갖고 있는 직원들은 수익만 수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며 “이들이 진정한 위너들”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