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공사 현장. (자료=연합뉴스)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축착공면적이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악화 직격탄을 맞은 건설투자는 올해 감소가 예견된 상황이다.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형국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감도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26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축 착공면적은 7568㎡로 전년(1억1084㎡) 대비 31.7% 가량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건축착공면적의 감소는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PF 문제 등으로 주택 착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상업용·공업용 건축공사 착공도 위축됐다.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활황이었던 2019년 1억967만㎡에서 이듬해 1억2370만㎡로 늘어났다. 그 다음해에도 1억3530만㎡로 3년 연속 증가한 것과는 대비된다.
실제로 지난해 주거용 착공면적은 전년 대비 27.5% 감소한 2517만㎡에 그쳤다. 비주거용 착용면적도 33.7% 줄어든 5051만㎡로 14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위원은 "공사비 갈등으로 주요 정비사업이 지체되고 수요 부진으로 미분양 물량이 적체된 영향으로 주택 분양이 부진했다"면서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축착공면적의 위축은 향후 건설투자 감소를 예고하는데 지난해 1.4% 증가한 건설투자가 올해는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하반기에 금리인하가 이뤄지더라도 중금리 시대 도래에 대한 적응이 필요한 시장 상황으로 급격한 거래량 상승이나 대세 상승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면서 "서울의 집값이 최근 보합세로 돌아섰지만 급매물 위주로 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등 가격 민감도에 높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투자 감소와 부동산 경기 하락세 지속 전망에 따라 건설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건설사의 올해 주요 리스크로 꼽히는 PF우발채무와 미분양이 직접 맞닿은 요인들이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건설사는 책임준공 현장에서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신용등급 A~BBB급 건설사 등 대형건설사도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가 전날 공개한 신용등급 A~BBB급 17개의 건설사를 상대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결과,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를 가정한 건설사들의 손실규모는 최대 8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완만한 하락세에서의 손실 규모는 5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잠재 부실이 현실화된다면 건설사들의 평균 부채비율도 188.2%에서 281.7%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건설시장 안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사회간접자본(SOC)에 들어가는 예산 65%를 상반기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주 내로 공사비 현실화와 부동산 PF 대응 등 시장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 구체적인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