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뇌관과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4월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4·10 총선 이후 대규모 부실 사업장 정리와 함께 중견 건설사의 줄도산이 예상된다는 거다. 부동산PF 대출 규모가 2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브릿지론에서 본PF로 전환되지 못하는 사업장들이 총선 이후에도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다.
일각에서는 부풀어오른 건설업계의 위기설이 과장됐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건설사의 잇따른 부도가 대형건설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목소리다.
건설업계의 위기설을 놓고 상반된 시각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 내부에서는 위기를 초래한 PF의 구조적 재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자료=연합뉴스)
■ '4월 위기설' 힘 싣는 부동산 침체 장기화…PF 뇌관도 규모 예상보다 커
19일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에 따르면 이달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지난달 대비 4p 오른 68을 기록했다.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주택 공급자 관점에서 주택사업경기를 판단하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85 미만이면 주택사업 경기를 '하강' 국면으로 본다. 85 이상 115 미만이면 '보합' 국면,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파악한다.
신생아 특례대출 시행과 실거주 의무 유예 등으로 경기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상승세를 기록했으나 주택사업자들은 여전히 주택사업경기를 하강 국면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금조달지수는 전월과 비교해 5.7p 상승한 64.1을 기록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돈줄인 PF업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재작년 말 터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사들의 돈맥경화는 심화되고 있다. 대형사들은 그룹 내에서나 금융권을 통해 자본 조달 물꼬를 트고 있지만 중소형 건설사들은 여전히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상황이다.
주산연 측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사업자들의 재원조달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면서도 "PF 대출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지수 상승 폭이 크지는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설업계 위기설에 불을 지피고 있는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202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오는 등 PF 대출은 여전히 건설업계의 뇌관으로 자리잡는 형국이다.
해당 보고서는 손실흡수력이 낮은 제2금융권과 중소 건설사들에 부실 위험이 집중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금융공급 주체와 신용보강 주체 모두 부실을 충분히 스스로 흡수하지 못해 일부 부문에서 부도 사태가 일어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PF 문제 상당수 정리"…부동산 경기 회복 시그널 속 우려 과장됐나
부동산 침체의 장기화 국면에도 불구하고 회복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4월 위기설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우려가 컸던 시공 능력 상위 대형 건설사의 부도 가능성은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는 태영건설이 지난달 산업은행으로부터 40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받고 블루원용인·상주 CC가 현금 유동화에 성공한 점을 들었다.
또 박 연구원은 "서울 주택 거래량이 회복되고 있고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1월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지수는 157.4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0.45% 올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2571건으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도 '4월 위기설'을 놓고 연신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서울 중구 한국금융연구원서 열린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 회의'에서 "PF 대출은 만기가 고르게 분산돼 있어 급격한 충격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PF 문제가 상당수 정리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4월 '위기설' 가능성 무관하게 업계서는 "사업구조 재편 필요" 목소리
'4월 위기설'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이참에 사업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부동산 침체와 고금리 시기에 건설업계의 최대 난관이 된 PF 사업은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내 부동산 PF는 시공사 신용보강에 의존한다. 시행사의 자본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공사가 책임준공과 연대보증 등을 약속하면서 자금을 조달했을 때 개발사업 수익성 악화 파급력이 시행사, 시공사, 금융권 등으로 전이되는 게 근본적 이유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PF사업들은 금리, 공사비 등 관리 곤란한 거시경제 변수들의 변동으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위험에 대한 적절한 위험분담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다"면서 "참여자 간 위험분담구조 개선을 통한 사업 안정성 제고와 함께 정부와 지자체 협업을 통해 개발사업들에 대한 관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건설사도 내부적으로 수주 전략 변화와 함께 사업성 검토를 더욱 까다롭게 하는 등 생존을 위한 사업 재편 자구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건설사들도 경기 침체 국면이 장기화 되니 계속해서 사명이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아 난감할 것"이라면서 "기존 사업이야 일단은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목표로하는 사업들은 까다롭게 검토하거나 포트폴리오 자체를 가다듬는 노력을 내부적으로 다들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